“한국엔 위험 감수하는 자, 혁신가 절실”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5.0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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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데이토 전 세계미래학회 회장 인터뷰

짐 데이토 하와이 주립대 교수는 미래학의 초석을 놓은 학자로 평가받는다. 날카로운 관찰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합리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2014 굿 컴퍼니 컨퍼런스를 찾았다. 발표가 시작되기 2시간 전에 그를 만나 미래의 굿 컴퍼니 솔루션에 대해 물었다.

 

미래학자인 당신은 어떤 시각으로 굿 컴퍼니에 접근하려 하는지 궁금하다.

굿 컴퍼니의 조건은 우리가 사는 환경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과거나 현재에 굿 컴퍼니인 것이 미래에는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하나의 미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오늘 강연에서 그 서로 다른 ‘가능한 미래들’을 고민하며 미래의 굿 컴퍼니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짐 데이토 교수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 토론토 대학, 일본 릿쿄 대학 등의 교수를 지냈다. 현재 미국 하와이 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로 이 대학의 미래학연구센터 소장도 맡고 있다. ⓒ 시사저널 구윤성
여러 미래들 중 특히 눈여겨보는 모습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석유 등 값싸고 풍부했던 에너지원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인류가 계속적인 경제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장차 인류는 석유가 없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업, 그에 맞는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이 곧 미래의 굿 컴퍼니일 것이다.

평소 ‘보존 사회(Conserver Society)’라는 개념을 강조한 것과 맥이 닿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보존을 고민해야 한다. 보존 사회란 계속적인 성장 없이도 모두가 좋은 삶, 의미 있는 삶,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다. 성장이 필수적으로 전제된, 게다가 극도로 불평등하기까지 한 현재의 경제 체계는 앞으로 지속이 불가능하다.

당신이 전망하는 또 다른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

‘한류’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보며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의 단초를 보기도 했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물리적 상품 및 서비스 자체보다 그것이 지닌 정체성·감정·느낌이 더 중요한 사회다. 미래에는 기존의 제조업보다 문화 산업, 인터넷 및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꿈을 파는 사업’이 각광받을 것이다. 산업 전반에서 창의성을 중시하는 경향인 ‘창조경제’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재 한국 정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창조’의 가치를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보스 포럼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TV를 통해 지켜봤다. 기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의 ‘창조’는 IT 산업에 과도하게 의지한다. 그런데 전자 관련 산업은 이미 유행이 지났다. 지금은 더 새로운 기술들, 즉 생물공학이나 나노 기술 등으로 옮겨가야 할 시점이다. 진정한 창조경제는 ‘전자(electron) 이후’에 대한 비전을 갖춰야 열린다는 뜻이다.

한국의 기업 및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래의 핵심 기술이 무엇이 될지는 나도 모른다.(웃음) 다만 한국 기업들은 그것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자, 혁신가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따라가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다른 이들이 이미 한 것을 더 잘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먼저 틀을 뛰어넘어 다른 이들의 혁신을 이끌 정도가 돼야 한다. 젊은이들이 ‘새로운 경제’를 열어가는 것을 독려하도록 경제 시스템이 개편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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