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희생해 경제 발전 이루려 해선 안 돼”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4.05.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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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환경운동단체 시에라클럽 리처드 셀라리우스 부회장

시에라클럽의 리처드 셀라리우스(Richard Cellarius) 부회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시에라클럽은 60만명의 회원과 120만명의 후원자를 둔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다. 40년 동안 시에라클럽에서 활동하면서 회장을 역임한 셀라리우스 부회장은 현재 국제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2012년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회에 참석했던 그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에게 시에라클럽이 제정한 치코멘데스 상을 수여하기 위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던 4월24일 오전 서울시 중구 정동극장 노천카페에서 만난 셀라리우스 부회장의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다음 세대를 책임질 학생들이 희생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전한 그는 안전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규제를 담당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제는 환경에 의존한다”는 평소 소신을 피력했다. 그는 “규제 완화가 당장은 경제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폐해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최열 대표에게 치코멘데스 상을 수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환경운동으로 인해 탄압받은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다.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정부는 그들의 정책에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이 정부 정책에 반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은 세계적인 원칙이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임기 내내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4대강 사업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아서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기는 어렵다. 하지만 뉴질랜드의 한 동료는 4대강 사업을 세계적인 최악의 사업 중 하나로 평가했다. 최 대표가 수상한 골드만 환경상을 제정한 골드만 재단도 4대강 사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대형 국책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운동가, 종교 지도자, 환경 전문가 등의 반대 의견을 듣지 않고 오히려 탄압하는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시민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에 대해 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 시에라클럽의 경우 미국 의회에 로비를 한다. 로비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로 인해 탄압을 받지 않는다. 로비 행위 중 하나로 대통령을 직접 만나 환경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시에라클럽 명의로 정부에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최 대표가 수감 중일 때 그것의 부당성을 알리는 편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낸 적도 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환경 부문도 마찬가지다. 경제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하다고 보나.

한마디로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경제는 환경에 의존한다. 환경은 우리의 모든 삶과 연결돼 있다. 환경을 파괴하면 결국 고통받는 것은 인간이다. 규제 완화가 당장 경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폐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 예 중 하나가 서울의 대기오염이다. 지금 서울의 대기는 초미세먼지로 오염이 가득 찬 상태다. 물론 그중 일부는 중국에서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 많은 차를 봤다. 이러한 차들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찾아야 한다. 미국에도 많은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알아가고 있다. 이를 잘 실행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사업상 이점을 주는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 물론 미국의 기업이 모두 이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을 통해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정부가 대기 중 탄소 농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많은 기업이 협조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그런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과 경제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나.

서로가 필요로 한다. 이 중에서 앞서는 것은 환경이다. 유력한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환경과 경제 사이에는 갈등이 없다. 좋은 사업은 환경에 의지하고 있다.’ 미국 MBA(경영 전문 대학원)의 경우 환경 관련 과목을 넣어서 교육 과정을 짜고 있다. 사업을 하는 데 환경에 대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 한국은 세월호 사고로 인해 슬픔에 잠겨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중에서 그동안 한국이 개발도상국가로서 압축 성장에만 전념한 나머지 환경과 안전에 대해 무시해온 게 참사를 낳은 배경이라는 지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희생은 매우 안타깝다. 특히 다음 세대를 책임질 학생들이 희생된 것은 정말로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뉴스를 봤는데 세월호를 일본에서 들여와 증축을 하면서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것은 규제의 문제다. 특히 안전 규제는 매우 중요하다. 규제를 담당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렇다면 환경과 안전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안전의 경우 다양한 원인 요소가 있다. 그중 하나가 환경이다. 환경과 안전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서로 공유되는 것이 있다. 특히 안전한 삶은 환경과 연관돼 있다. 예를 들어 대기오염의 경우 차를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안전한 삶을 이끌 수 있다.

오는 6월 한국에서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아직도 한국 정치권에서는 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환경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 할까.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아는 후보자가 나오는 것은 중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바탕으로 투표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경제 발전이 환경의 희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기후변화가 가장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대기 중의 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골칫거리가 돼온 황사와 지금의 초미세먼지는 중국으로부터 날아 들어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국제적인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모든 국가가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정부나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현재 이슈에 대해 정확히 알고 그에 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느끼면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 일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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