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좌장’, 당 대표 출전 시동 걸다
  • 김현일 대기자 ()
  • 승인 2014.05.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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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대위원장으로 당무 복귀한 서청원…김무성 기세 만만찮아

“덤으로 얻은 마지막 봉사 기회니 잘되도록 도와야지.” 지난해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복귀한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따로 부연할 필요 없이 ‘잘되도록’ 앞에 생략된 단어는 ‘박근혜정부의 성공’이다. 서 의원의 ‘마음을 비웠다’는 식의 토로에 많은 사람이 수긍한다.

우선은 71세라는 나이와 그의 정치적 족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주위 여건의 구체적 내역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등이다. 서 의원은 7선 국회의원으로 장관, 당 대표 등을 두루 거쳤다. 이 정도의 경력이 아니라도 웬만큼 머리가 큰 정치인이면 한 번쯤 노리는 게 ‘대권’이다. 하지만 칠순을 넘긴 서 의원이 대권에 곁눈질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 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5월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강병규 안전행정부장관에게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하란 말이야”라고 고함치며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서청원 의원. ‘그답지 않은 성난 모습’은 6·4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그의 최우선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 동아일보 제공
청와대가 지원해도 ‘차기 대표’ 낙관 못해

그렇다면 ‘자리’ 가운데 꼽을 만한 것이라곤 총리나 국회의장 정도다. 그러나 이들도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긴 세월 정치판에서 지내며 생긴 ‘흉터’ 때문이다. 흉터란 교도소에 다녀온 전과를 말한다. 물론 그가 감옥에 갔던 게 개인의 치부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정치인에게 이는 약점일 수밖에 없다. 18대 시절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교도소에 가야 했던 게 이명박 정부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견제를 위한, 보복 조치라는 데는 대개가 동감한다. 18대 국회의원 재산 신고 때 1억438만원으로 거의 꼴찌였던 사실도 그러하다. 그렇다고 정치적 사면이 법적 처리와 일반 국민의 정서, 특히 야당의 반발 가능성마저 가리는 것은 아니다. 한마디로 3부의 수장이 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런 서청원 의원에게 선택의 여지는 새누리당 대표다. 서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와 ‘친박연대’를 창당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받은 정치자금으로 구속될 때 “나에게 죄가 있다면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도왔다는 것뿐이다. 이 때문에 옥살이를 하라면 당당히 하겠다”고 했다. 이런 전력의 서 의원이기에 그가 여의도에 나타나자 ‘차기 당대표’설이 공공연했다. 중진이라는 관록 이외에는 아무런 당직이 없었음에도 대표급(級) 권위가 주어졌다. 즉각 청와대가 황우여 대표 후임으로 그를 꼽고 있다는 말도 나돌았다.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랬다. ‘김무성 의원 등 대권을 겨냥하는 다른 인사가 당 대표가 되면 청와대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정세 판단과 더불어 ‘서청원 대표’는 공식화됐다.

아닌 게 아니라 당·청, 여야 관계 등 정국 상황의 현재와 장래 이모저모를 따져봐도 ‘서청원 대표’ 카드는 그럴싸하다. 서 의원은 여의도에 복귀한 후 여야 중진회담을 만들어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의 예각을 다듬는 데 앞장섰다. 당내에서는 친이(親이명박)계의 좌장 이재오 의원을 ‘진무’했다. 이 의원과 친분이 남다른 서 의원은 현 정부에 대한 이 의원의 공격이 거듭되자 “이명박 정부의 2인자이던 당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입당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공천 탈락 조짐에 반발하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자 즉시 현지에 달려가 그를 다독였다. 이완구 원내대표의 무경합 입성에는 서 의원의 막후 거중 조정도 한몫했다는 전언이다. 친이계 주호영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묶고, 같은 충청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완구 의원의 원내대표 진출에 장애가 될까 머뭇거리던 의원들을 ‘정리’한 것도 그였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평의원 때의 일들이다. 그런 서 의원이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 타이틀을 달았다. 당무 전선에 ‘정식으로’ 나선 것이다. 그는 7인 공동선대위원장의 일원이지만 자연스레 ‘선임’ 내지 ‘대표’로 기능하고 있다. 당 대표 역할을 하는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겸한 이완구 원내대표는 5월15일 열린 첫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서 ‘가운데 자리’를 서 의원에게 넘겼다.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회의가 정례적으로 열릴 것인데 가장 연륜과 경륜이 풍부하신 서청원 위원장님이 회의를 주관해주십사 하는 간곡한 말씀 드립니다. 괜찮습니까”라고 물었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루 전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세월호 비극과 관련해 당장 사퇴하라고 강병규 안전행정부장관에게 호통 쳤던 서 의원은 “백번 천번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국민에게 다시 한 번 신뢰를 줄 수 있는 정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로 당무를 시작했다. 오는 7월14일 새로 출범하는 새 대표 체제를 향한 첫걸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당장 6·4 지방선거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야권의 잇단 패착과 지지부진에 희희낙락하던 여권은 ‘세월호’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때문에 선거 전망은 잔뜩 흐리다.

5월12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 참석한 서청원 의원. 평의원으로서 그간의 바쁜 행보는 당 대표를 향한 정지 작업으로 해석됐다. ⓒ 시사저널 이종현
친박 응집력 과거만 못해

설령 6·4 선거의 고비를 넘긴다 하더라도 그게 다가 아니다. 서 의원이 친박계의 좌장이라지만 안팎 모두 마뜩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확인됐듯이 친박의 지원 사격을 받는 것으로 비친 김황식 후보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친박이 당 주류인 것은 틀림없지만 대세를 휘어잡지 못하는 것은 분명하다. 청와대의 견제설이 무성하지만 김무성 의원은 앙앙불락하는 친이계에다 친박계 상당수까지를 망라하는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당 복귀의 전의를 다지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복병이 산재해 있다.   

사실 친박 운운하지만 그도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된다. 나름으로 자랄 만큼 자랐다고 스스로를 여기는 친박 중진 몇몇은 서 의원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자기 길을 가로막는 ‘시어머니’의 돌출이 반갑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 한 사람만을 축으로 연결돼온 친박계 구성원들은 제각각이다. 그 응집력은 걱정될 지경이다. 서 의원의 19대 국회 진출을 차단하기 위해 그를 적십자사 총재로 따돌리려 했던 지난해의 비화 등은 접어두더라도 볼썽사나운 ‘작업’의 흔적들은 지금도 눈에 띈다. 2012년 대선 당시, 자신의 지분을 챙기기 위해 박근혜 후보와 강창희 국회의장 사이를 비집고 들어 혼선을 야기했던 이 아무개 전 의원 등과 같은 행태는 오늘에도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런 게 정치판이라고 할지 모르나 ‘제2의 이 아무개’는 당·청 주변에 널려 있다. 숱한 장애물이 ‘차기 대표’를 노리는 서 의원의 행로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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