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씨앗들, 피를 마시며 자란다
  • 김회권 기자·최현석 이집트 통신원 ()
  • 승인 2014.05.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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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여중생 납치 사건 통해 본 이슬람 무장단체 실상

‘너희에게 전쟁을 걸어오는 적들에 대항해 신의 길에서 싸우라. 그러나 경계를 넘어서는 아니 된다. 신은 침략을 인정하지 않으시도다.’(코란 2장 190절) 

신이 말한 경계를 넘어서는 사건이 일어났다. 말이 지하드(성전)지 종교적 범죄나 다름없다며 이슬람계마저 등을 돌렸다. 4월14일 나이지리아 여학생 276명은 학교에서 집단으로 납치돼 단돈 12달러(약 1만2000원)에 신부로 팔리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저지른 만행이다. 여성은 율법에 따라 학교를 다녀선 안 된다는 그들의 주장을 전 세계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표피일 뿐, 근본적인 납치 배경에는 쇠퇴하는 무슬림 인구를 늘리려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보코하람의 만행으로 또다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이슬람 테러 조직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 자료를 보면 오사마 빈 라덴 사망 이후 테러는 오히려 늘어났다. 2013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테러 사건은 9707건으로 전년보다 43%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인명 피해도 늘어났다. 지난해 테러로 사망한 사람은 93개국, 1만7891명이다. 2012년 1만1098명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

ⓒ AP연합·EPA연합
실체가 불분명한 모든 폭력에 항상 용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그래서 가장 잘 알려진 알카에다는 1988년 오사마 빈 라덴에 의해 만들어졌다. 원래는 구(舊)소련에 대항해 중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의 후원을 업은 단체였다.

오마르 알 카미스 카이로 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소련 붕괴 이후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알카에다는 미국에 매우 불편한 존재였다. 미국은 한동안 유용하게 부리던 알카에다를 잔혹한 테러 단체로 낙인찍으면서 알카에다 스스로가 그렇게 변모하도록 유도해왔다”고 말했다.

빈 라덴이 사망했지만 여전히 알카에다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9·11 테러로 어느새 이슬람 무장 세력의 맹주로 각인된 알카에다는 프랜차이즈 기업과 매우 흡사하다. 알카에다는 본점 역할을 한다. 가맹을 희망하는 조직들은 가맹점이 되기 위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테러를 실행할 능력을 증명하고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본점과 맞춰야 입성이 가능하다.

■ 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지역의 ‘AQIM’

알제리의 이슬람 무장 조직인 ‘포교와 성전을 위한 살라피스트 그룹(GSPC)’이 알카에다에 가입하기 위해 움직인 때가 2006년이었다. 프랜차이즈 가입을 위해 제시한 것은 돈과 무기 등을 상납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알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하리는 이 약속을 받은 다음 이들의 가입을 인정했다. GSPC는 이후 이름을 바꿨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이슬람 북아프리카 알카에다(AQIM)’, 즉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다. 

AQIM의 활동 지역은 알제리·모리타니·니제르·말리 등 알제리 북동부의 여러 국가에 걸쳐 있다. 그중 주된 곳은 알제리 북동부 지역이다.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모든 조직은 최고 지도자인 알제리 출신의 드자멜 오카차가 지휘한다. AQIM은 ‘현인위원회’와 ‘자문위원회’가 뼈대를 이룬다. 현인위원회는 AQIM의 고위 임원 군사 지휘관과 대변인 및 자금 담당자로 구성된다. 자문위원회는 군인과 이슬람 율법, 정치, 엔지니어링 등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돼 의사 결정을 담당하고 있다. 중앙에서 통제하되 지역별로 재량권도 갖는다. AQIM은 다수의 파벌로 구성돼 있는데 각 파벌은 각각의 지도자 아래서 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 파벌은 외국인 납치 등 범죄 행위를 통해 자금 조달을 하며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AQIM은 주로 범죄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 마약·무기 등을 밀수하고 유로화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활동 자금을 모으고 있다.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것도 이들의 방식이다. 

■소말리아의 ‘알샤바브’

소말리아를 근거로 하며 서방 세계에 알카에다 못지않은 위험성을 보여주는 알샤바브는 1991년 시아드 바레 당시 소말리아 대통령을 축출한 뒤 생겨난 ICU(이슬람 법정연합)의 군사 조직이 모태다. 2007년 1월 알샤바브는 정식으로 태동했는데 아마드 아브디 아우 모하메드 등 지도자 그룹은 아프가니스탄의 훈련 캠프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빈 라덴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알샤바브가 알카에다의 일부가 된 것은 2012년 2월이었다. 보유한 전투원만 약 5000명으로 그중 핵심 전투요원이 3000명 정도다. 여기에는 외국인 전투요원 200여 명이 포함된다.

이들의 자금 조달 방식은 흥미롭게도 모금을 통해 이뤄진다.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소말리아 지원자들로부터 자금 원조를 받고 있다. 특히 케냐 나이로비 및 북부 다다부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소말리아인들의 기부가 적지 않다. 온라인 모금 방법도 사용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유엔 소말리아 감시그룹이 이들의 온라인 모금을 추적한 적이 있는데 2주 만에 4만 달러 이상을 모금한 적도 있다고 한다.

■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여학생 납치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악당이 된 보코하람의 주요 활동 무대는 나이지리아다.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북부가 중심이지만 남부의 기독교도와 충돌하는 중부도 그들의 영역이다. 이슬람 신자(50%)와 기독교 신자(48%)가 엇비슷한 나이지리아에서 과격한 무슬림들은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나이지리아 입법 과정에 반영하길 원한다. 이미 1999~2000년에 나이지리아 12개 지방정부에서는 샤리아를 입법과 사법에 반영하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종교 갈등이 벌어지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보코하람의 태동은 이때와 맞물린다. 보코하람의 전신은 1990년대 중반 설립된 이슬람 학습그룹인데 무하마드 유수프는 2002년 학습그룹의 분파 조직으로 보코하람을 설립했다. 보코하람은 2009년 7월 무하마드 유수프가 경찰에 사살된 후 1년 정도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2010년 7월, 현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가 수장에 오른 뒤부터는 한층 과격성을 띠고 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보코하람의 활동이 국경을 넘어 확대되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AQIM의 지원을 업은 보코하람이 사하라 이남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은 계속 제기된다. 

보코하람은 외부의 지원을 통해 살아간다. 일단 회원들의 기부가 있다. ‘알 문타다 신탁 기금(Al-Muntada Trust Fund)’과 같은 해외 이슬람 자선단체의 지원도 있다. 보코하람은 최근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은행 습격 사건을 여러 번 저질렀는데 활동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범죄일 가능성이 크다.

보코하람의 등장 배경에는 나이지리아의 빈부 격차가 있다. 무슬림이 많은 북부는 기독교인이 많은 남부에 비해 생활수준이 낮다. 북부의 빈곤율과 실업률은 남부에 비해 매우 높다. 이런 불안정을 먹고 성장한 보코하람은 조직원 양성을 위해 모스크와 이슬람 학교에서 숙식 시설을 운영하며 가난한 무슬림을 모은다. 일부는 2012년 감옥을 습격해 탈옥시킨 죄수 중에서도 모집했다.

■ 예멘을 중심으로 한 ‘AQAP’

예멘에서는 수도인 사나의 정치범 수용소에서부터 무장 세력이 태동했다. 2006년 2월 수용소에서 탈주한 알카에다 관계자들의 일부는 2007년 AQY(알카에다 예멘 지부)를 결성했다. AQY는 주예멘 미국대사관에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등 미국의 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AQY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알카에다 조직원들을 흡수하면서 AQAP(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로 재탄생했다. AQAP는 2011년 7월 오사마 빈 라덴이 사살된 후 알카에다의 최고지도자로 취임한 아이만 알 자와히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소말리아의 알샤바브와는 서로 파병을 논의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AQAP는 무슬림 등이 내는 기부금과 해외 이슬람단체의 지원이 자금줄이다. 때로는 은행 강도와 납치, 마약 밀매 등으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AQAP의 홍보 활동이다. AQAP가 발행하는 온라인 잡지 ‘인스파이어’는 영어권에 거주하는 이슬람교도를 타깃으로 삼는다. 이 잡지에는 ‘오픈소스 지하드’라는 재미있는 코너가 있다. 여기에는 ‘자동소총을 이용한 테러법’ ‘부엌에 있는 재료로 폭탄 만들기’ 등이 기사로 친절하게 다뤄진다.

■ 이라크·시리아 중심의 ‘ISIL’

이라크 및 시리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ISIL(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은 2006년에 결성됐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최근 벌어지는 테러는 대부분 ISIL의 범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레반트는 시리아와 레바논 등을 포함한 지역의 오래된 명칭이다. 

ISIL과 알카에다의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한때는 알카에다의 산하 조직으로 알려졌지만 2014년 1월 알카에다가 ISIL과의 관계를 부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을 근거로 알카에다가 ISIL을 파문했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11월 알카에다의 자와히리 최고지도자가 시리아에서 철수하면서 또 다른 알카에다계 조직인 ‘알 누스라 전선’을 통해 활동을 일원화하도록 주문했는데 당시 ISIL은 이를 거부한 일이 있었다. 이를 두고 ISIL이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 시리아의 ‘FSA’

일부 집단은 국가와의 결탁을 의심받는다. 시리아의 FSA(자유시리아군)는 뜻 그대로만 본다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대항하기 위한 무장단체로 보인다. 하지만 FSA는 하마스와 무슬림형제단 그리고 카타르 정부의 후원을 받는 조직이다. 흥미로운 것은 카타르의 존재다. 시리아 출신인 모함메드 파룩 이집트 아인샴스 대학 경제학 교수는 “카타르 정부는 미국과 알카에다의 관계를 보며 배운 것을 그대로 적용해 FSA를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가 의도하는 것은 단 하나다. FSA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비해 축소된 자신들의 아랍권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이다.

모두가 알카에다에서 시작하고 알카에다와 연결된다. 하지만 빈 라덴이 살아 있을 때와는 다르다. “빈 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 중앙의 지도력은 힘을 잃었다”는 게 미국 국무부의 분석이다. 그 사이 지역별로 존재하던 조직들은 자립하며 강해졌고 그 때문에 테러는 증가하며 더욱 악랄해지고 있다. 알카에다라는 프랜차이즈가 곳곳에 뿌리내리면서 생겨난 자생 조직들이 지금 지구촌을 테러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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