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최흥집, 계가하느라 눈 터진다
  • 김현일│대기자 ()
  • 승인 2014.05.28 15: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도지사 선거 1% 내 초박빙 승부…춘천 vs 강릉 지역 대결 양상

강릉과 원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름 지은 강원도는 그 유래만큼이나 동서가 뚜렷하게 나뉜다. 태백산맥을 축으로 기후와 자연환경, 산업에서 주민 구성과 사투리·억양 등이 전혀 다른 ‘남’이다. 그렇다 보니 인구 156만명의 작은 광역단체지만 정치적으로는 뚜렷한 동서 대결 양상을 보여왔다. 특히 도청이 들어선 춘천을 중심으로 좌우의 강릉·원주가 3대 도시로 위상을 굳히면서 단순한 영동·영서 양자 대결이 아닌, 미묘한 3자 정립 구도가 됐다. 이처럼 소(小)지역주의가 자리할 수 있는 인문지리적 상황에다 북한과의 접경, 깊숙이 잠복한 소외감 등은 정치적으로 더욱 복잡·민감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이런 특수성은 최근 일련의 선거에서 유감없이 표출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이광재 후보를 도지사로 뽑은  강원 도민들은, 1년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를 도지사로 선출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에서는 9개 지역구 국회 의석을 여당인 새누리당에 몽땅 몰아줬다. 이 변화무쌍한 강원 표심에 애를 태우는 경쟁자는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와 새정치연합 최문순 후보다. 강원 정무부지사, 강원랜드 대표이사 등을 지낸 새누리당 최 후보는 강릉 출신이다. 학교도 강릉고와 강릉시에 위치한 관동대를 나왔다. 현 강원도지사인 새정치연합 최 후보는 춘천 출신으로 춘천고와 춘천시에 있는 강원대를 졸업했다. 두 최 후보가 각기 영동과 영서의 대표 주자로 일전을 벌이는 격이다. 소지역주의가 팽배한 곳에서, 소지역주의가 발동하게끔 구도가 짜여졌다. 인구가 가장 많으나 후보를 못낸 ‘중립지대’ 원주시(33만)는 자연스레 여야가 격돌하는 승부처가 됐다.

5월19일 최흥집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후보(왼쪽)와 최문순 새정치연합 강원도지사 후보가 정책 비전 선포식과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다 인구 ‘중립지대’ 원주시 향배가 관건

5월20일 SBS 등 방송 3사가 TNS를 포함한 여론조사 기관 3곳에 조사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최문순 후보는 37.1%, 최흥집 후보는 36.2%로 나타났다. 1%포인트 차의 초박빙이다. 그 일주일 전 동아일보가 조사한 결과는 최문순 후보 37.8%, 최흥집 후보 33.2%로 4.6%포인트 차였다. 하지만 지난 4월 초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는 50% 대 28.5%로 최문순 후보가 크게 앞섰던 것으로 봐서 시간이 갈수록 양 후보 간 격차가 점점 좁혀져 급기야는 초박빙에 이르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쫓기는 최문순 후보 입장에서는 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일주일 전 동아일보가 조사한 정당 지지도에서는 새누리당이 47.5%로 새정치연합(19.6%)을 2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 측은 현 도지사인 최문순 후보의 인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최문순 지사의 도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67.8%에 이른다는 데 자위한다. 또 2010년의 도지사 선거 때도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의 이광재 후보가 여당 이계진 후보에 34.4% 대 46.1%로 약세였다고 했지만, 막상 개표 결과에서는 54.3% 대 45.6%로 승리했다. 2011년 보궐선거 때도 선거일을 불과 2개월 앞두고 뛰어든 최문순 후보였으나 지지율에서 2배가 넘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엄기영 후보를 큰 표 차로 물리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같은 MBC 사장 출신으로 유명 앵커를 지낸 엄 후보와 노조위원장을 지낸 최 후보 간 맞대결로 이목을 끌었던 당시 보선에서 최 후보의 득표율은 51%, 엄 후보는 46%였다.

사실 새누리당은 올해 초만 해도 최문순 후보의 높은 인기를 우려해 강릉 출신 국회의원인 권성동 도당위원장을 대항마로 내세우려고 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이유로 극구 고사했다. 최흥집 후보는 ‘힘 있는 여당 도지사’를 캐치프레이즈로 여러 종류의 개발 공약을, 최문순 후보는 ‘감자 도지사’를 자임하며 생활밀착형 복지 공약 등을 내걸고 있다.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 이춘희 새정치연합 세종시장 후보 ⓒ 연합뉴스
인구 13만명도 채 못 되지만 엄연히 17개 광역단체 중 하나로 대접을 받는 게 세종특별자치시다. 순전히 정부2청사가 들어선 덕분에 ‘촌수’가 높아진 것인데, 이렇다 보니 정치적 성향은 아직 종잡기 어렵다. 기존 정착 농민과 서울 소재 대학교들의 지방 캠퍼스 학생, 공무원 등이 혼재해 농촌형인지, 도시형인지조차 불분명하다. 현재의 국회의원과 시장의 전혀 다른 면면도 그 증좌다. 2012년 19대 총선 때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민주당 이해찬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동시에 치러진 초대 시장 선거에서는 이곳 조치원읍이 소재한 연기군의 유현식 군수를 초대 시장으로 뽑았다. 유 시장은 당시 자유선진당(이후 새누리당과 합당) 소속이었다.

이해찬 의원은 47.9%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유 시장은 41.7%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처럼 특이한 미니 광역시에 유권자가 2년 전보다 27%나 증가했다. 4명 중 1명꼴로 늘어난 유권자가 대개는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과 탄핵’, 이명박 대통령의 ‘수정안’, 박근혜 대통령의 ‘원안+α’ 가 얽히고설킨 ‘대통령 그림자들 도시’의 선거 예측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각 정파의 자존심이 걸린 것도 한 이유다.

이번 선거에 출전하는 양당의 주자들도 흥미를 더한다. 새누리당 유한식 후보와 새정치연합 이춘희 후보는 2년 전 초대 시장 선거에서 일합을 겨룬 라이벌이다. 유 후보와 이 후보의 리턴매치를 앞두고 최근 실시한 방송 3사 여론조사는 1% 내의 초접전 양상을 보여준다. 유 후보 39.6%, 이 후보 40.1%다. 이런 추이는 4월 말 조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지역 일간지 충청투데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는 유 후보 44.6%, 이 후보 43.4%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앙숙 간의 박빙 게임이 진행 중이다. 2년 전 선거에서는 유 후보가 37.3%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 후보를 4.4%포인트 차로 따돌린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이전까지만 해도 현직 프리미엄을 살린 유 후보가 다소 우세를 보였으나,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사실 새누리당 중앙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발동한 금주령 와중에 ‘폭탄주 술자리’ 참석 시비를 일으킨 유 후보를 공천한 것도 세종시 승리를 굳히기 위한 안전 제일주의의 소산이었다. 그런데 얘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참이다. 당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경고라는 징계를 내리고서도 본선 주자로 내세운 전략이 주효할지, 화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