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으로 임원들에게 6천만원짜리 시계 선물”
  • 안성모·조유빈 기자 ()
  • 승인 2014.06.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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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회장 측근들, 비자금 수사·재판에서 진술

6000만원짜리 파텍 필립 시계에 2000만원짜리 로마네 콩티 와인. ‘스포츠토토 비자금’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 등장하는 이른바 최고가 명품들이다. 일반 서민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비싼 가격이지만, 스포츠토토를 운영해온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비자금으로 수십억 원어치를 구입해 사용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 측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명품 시계를 계열사 사장 등에게 선물했고, 최고급 와인은 유력 인사 등과 가진 파티 자리에 올랐다고 밝혔다.

비자금 조성 관련자로 지목된 전·현직 오리온그룹 임직원들과 주변 인물들의 진술 및 증언 등에 따르면,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는 고가의 시계와 와인, 그리고 미술품을 수시로 사들였다. 명품 시계를 선물하는 것은 일종의 회사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부장으로 진급하는 직원에게는 조경민 전 사장이 롤렉스 시계를 선물했다. 서울의 한 백화점 시계 매장 관계자는 선물을 받은 직원이 매장으로 찾아와 팔목 밴드 조절을 하고 간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최고급 와인 로마네 콩티(왼쪽)와 명품 시계 파텍 필립. ⓒ 연합뉴스
하지만 계열사 사장 등에게 선물했다는 수천만 원짜리 시계의 경우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직접 전달했다는 게 조 전 사장 측 주장이다. 담 회장은 파텍 필립 시계, 이 부회장은 프랑크 뮬러 시계를 선물했는데, 담 회장의 경우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를 풀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조 전 사장 측은 이 부회장이 외상으로 구입한 후 조 전 사장의 부인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을 사장단 급여에서 보충해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계를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자금이 10억원가량 된다고 한다.

“와인 수천만 원짜리 포함 10억원 이상 구매”

와인 구입에 들어간 비용도 시계 못지않다. 조 전 사장은 비자금으로 구입한 와인의 액수가 12억~13억원가량 된다고 진술했다. 이는 담 회장도 아는 내용이라고 했다. 조 전 사장 측은 와인이 조 전 사장의 것이 아니라 오너의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절 손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와인을 보관하고 있는 ㅅ와인 관계자들은 “담 회장이 와인을 구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ㅅ와인은 담 회장 명의로 와인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조 전 사장의 부탁에 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ㅅ와인 측이 로마네 콩티라는 최고급 와인의 소유자가 담 회장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담 회장은 평소 와인 마니아로 유명하다고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계열사 중 하나였던 고급 중식 레스토랑 ‘미스터차우’가 영업을 할 당시 건물 3층에 와인바를 만들어 와인냉장고에 고급 와인들을 보관하면서 자주 꺼내 마셨다는 게 조 전 사장 측 주장이다. 여기서 보관하던 와인들을 ㅅ와인에 옮긴 것은 이 레스토랑을 매각하면서 보관 창고가 마땅치 않아서였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제과 본사. ⓒ 시사저널 구윤성
비자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아무개 스포츠토토 부장의 진술도 이와 비슷하다. 김 부장은 와인을 구입한 리스트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소유주와 관련해 “예전에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베니건스 매장의 와인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것을 담 회장이 확인했기 때문에 담 회장의 소유라고 본다”고 진술했다.

이렇게 보관해온 와인은 담 회장이 직원들과 파티를 열거나 외부 인사들을 만났을 때 소비됐다고 한다. 이화경 부회장도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고 한다. 조 전 사장 측은 오리온그룹이 경기도 양평에 있는 회사 수련원 근처에 별도의 갤러리를 두고 그 지하에 와인 창고를 만들어 ㅅ와인에 보관한 와인들을 옮기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로마네 콩티 등 고급 와인도 경기도 양평의 와인 창고로 옮길 예정이었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옮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술품의 경우 이미 알려진 프란츠 클라인 등 유명 화가의 그림뿐 아니라 3000만~1억원에 이르는 도자기 등도 갤러리 서미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이 부회장이 작품을 선택하면 조 전 사장이 결제를 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조 전 사장은 미술품 이외에 가구·액세서리 등을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도 30억~40억원가량 된다고 진술했다. 여기에는 이 부회장의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면서 구입한 가구 비용 6억~7억원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양평 명달리 땅 실소유주는 이화경” 


조경민 전 사장은 비자금으로 구입한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명달리 토지의 실소유주가 이화경 부회장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642㎡(약 194평) 규모의 이 토지는 2007년 12월11일 조 전 사장이 매입한 것으로 돼 있다. 이듬해 1월30일 채권최고액 1억8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는데 채무자 역시 조 전 사장이다. 하지만 조 전 사장은 자신이 사용할 용도로 이 토지를 구입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조 전 사장 측에 따르면 이 토지 위에 건설될 주택설계를 담당한 건축사사무소의 유 아무개 소장이 작성한 사실관계확인서에는 설계 진행과 관련한 회의를 이 부회장이 주관했고, 이 회의는 진행 과정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다고 돼 있다. 이후 이 부회장의 요청으로 원안에서 한옥을 포함한 설계안으로 변경했다는 내용도 나와 있다. 실소유주가 이 부회장이라면 구입 대금도 이 부회장을 위한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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