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김정주·이재웅 반NHN 진영 구축하다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6.0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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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출범으로 포털업계 격변 온라인 게임시장에서도 대충돌 전망

5월26일 국내 포털 2위인 다음과 모바일 메신저 업체인 카카오가 합병해 ‘다음카카오’로 출범한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2014년 10월1일 출범하며 다음이 신주 4300만주를 발행해 1 대 1.55의 비율로 카카오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다. 형식적으로는 다음이 흡수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카오의 우회상장이다. 시가총액 규모로 볼 때 카카오가 시가총액 2조3500억원으로 다음 1조590억원보다 2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최대주주는 다음카카오 지분의 22.33%를 갖게 되는 김범수 의장이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 지분까지 합치면 39.8%로 사실상 다음이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에게 넘어간 셈이다.

다음의 이재웅 창업자는 다음 지분 13.67%의 대주주 위치에서 합병 후에는 다음카카오 지분 3.4%로 크게 떨어져 김범수 의장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지분율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이재웅 전 대표가 다음에서 손을 떼기 위한 합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대주주이자 창업주라서 매각이 쉽지 않았던 다음 주식을 합병 후에는 손쉽게 매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5월26일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기자회견에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최세훈 대표(왼쪽)와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이재웅, 다음에서 손 떼나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이 3조~4조원에 달하는 코스닥 2위 규모의 IT 기업이 된다. 통합 법인의 직원 수도 3200명에 달한다. 두 기업의 합병을 통해 카카오는 다음이 가진 포털의 검색과 콘텐츠를 손에 넣게 되었고, 다음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보하게 됐다. 합병으로 인해 양사가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둘 다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합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가총액 25조원인 NHN에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규모지만 네이버를 다시 한 번 위협할 수 있는 2인자로 존재감을 살리기에는 충분한 합병이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합병을 통해 상장 효과를 보게 된 카카오가 실질적인 이익을 먼저 얻게 된다. 카카오의 주주가 돈방석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김범수 의장은 개인 소유 주식 평가액 9000억원에 케이큐브홀딩스의 카카오 지분 평가액을 합쳐 사실상 1조600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한 중국의 텐센트도 2년 만에 6배나 뛴 4083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카카오의 임직원도 돈벼락을 맞게 됐다. 카카오 임직원의 스톡옵션은 359만주로 약 4083억원에 해당한다. 직원 수인 600명으로 나눈다면 1인당 평균 6억원 이상의 가치를 얻게 된다.

서비스 성장 면에서도 카카오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에 이어 게임 시장까지 잘 진출했으나 나머지 분야에선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만 좀 더 확보된다면 모바일 포털로 변신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웹툰·소설 콘텐츠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지를 만들고, 미니홈피 블로그와 비슷한 카카오스토리를 만들었으며, 패션 쇼핑을 주제로 하는 카카오스타일 등 콘텐츠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서비스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글로벌 시장 진출 타이밍도 놓쳐, 사용자 수에서 라인에 뒤지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라인은 1000만명 이상 가입한 나라만 10개국을 넘어서는 등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4억명을 돌파한 반면, 카카오톡은 1억명 이후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때문에 이미 검색·광고·뉴스·웹툰·소설·카페·블로그 등을 보유하고 있는 다음의 콘텐츠는 매력적인 성장동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로서는 다음이 가진 콘텐츠가 카카오의 재도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장동력 잃은 다음, 카카오 통해 재기

좀 더 길게 보면 성장동력을 잃고 내리막길을 걷던 다음도 큰 성장동력을 얻는 효과를 볼 것이다. 검색뿐 아니라 광고·카페·블로그·뉴스 등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네이버에 밀려 몇 년째 하락세를 보이며 나락으로 빠지던 다음이 카카오를 통해 파상공세를 펼 수 있는 유통 채널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둘이 잘 결합된다면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은 메신저에서 벗어나 모바일 포털로 변신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아침 출근길에 카카오톡을 통해 다음의 뉴스를 보고, 다음의 웹툰을 보고, 인터넷을 검색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카카오톡으로는 채팅만 하고, 웹툰은 네이버웹툰 앱으로 보고, 뉴스와 검색은 스마트폰 브라우저를 띄우고 네이버에 들어가서 했는데, 카카오톡에서 검색과 뉴스·웹툰·카페·게임·쇼핑이 가능해지면 카카오톡이 모바일 웹을 지배할 수도 있다. 카카오톡의 사용자 수와 몰입도를 감안할 때 네이버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합병이 네이버를 긴장시키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의 온라인이 NHN vs 반NHN 진영으로 나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합병 전까지 온라인은 네이버 독무대였다. 미국에서 구글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함으로써 야후와 MSN의 존재감이 의미 없는 것처럼, 다음이 2위라고 하지만 네이버를 견제할 능력이 없는 2위였다. 그런데 이번 합병을 통해 포털 바깥 세력에 있던 자본력과 인력, 기술을 갖춘 게임업체가 다음으로 집결하게 됐다.

2012년 카카오의 지분 구조를 보면 국내외 게임업체 및 인물이 카카오톡에 투자했음을 알 수 있다. 한게임을 만든 김범수 의장이 31.1%로 1대 주주고, 중국의 텐센트가 13.8%로 2대 주주다. 텐센트는 세계 최대 SNS 운영 및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중국 내 대표 IT 기업이다. 뒤를 이어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5.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6%의 벤처캐피털을 제외한 나머지 42.5%의 기타 지분이다. 이 지분의 소유주는 김정주 NXC 대표,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남궁훈 위메이드 대표, 박성찬 전 다날 대표 등이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넥슨의 김정주 회장을 비롯해 빅5 중 하나인 네오위즈, 모바일 게임의 강자 위메이드 대표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카카오 지분의 90% 이상을 게임업체 및 게임업체 대표가 투자한 것이다. 김범수 의장이 한게임 창업자임을 고려할 때 김정주 회장, 나성균 대표, 남궁훈 대표와의 인맥이 카카오톡의 투자 및 지원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텐센트와 위메이드가 카카오에 투자하면서 두 회사가 카카오게임에 깊이 참여하게 된 것처럼 다음카카오 출범 이후 넥슨·네오위즈·위메이드 등 게임업체가 다음카카오 진영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번 합병은 단순하게 ‘다음+카카오’가 아닌 ‘다음+카카오+게임업계’의 연합을 통한 반NHN 진영 구축이라는 관점으로 볼 필요도 있다. 이 사실은 다음카카오가 NHN의 네이버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한게임을 비롯한 전 방위에서 네이버를 압박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다음카카오는 현재 네이버가 호령하는 온라인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톡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고, 다음은 카카오를 통해 모바일 포털 시장의 강자 등극을 다시 한 번 꿈꿀 수 있게 됐다. ‘이재웅의 다음’은 네이버를 견제하기에 힘이 부쳤지만 ‘김범수의 다음’은 네이버와 경쟁하기에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 네이버를 잘 아는 김범수 의장과 김정주·나성균·남궁훈 등 게임업계 파워가 네이버와의 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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