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5년간 폐기물 불법 매립했다”
  • 포천=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6.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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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청 지난해 10월부터 조사…최대 수십만 톤 불법 매립 의혹

삼표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표산업이 2009년부터 2013년 10월까지 최대 수십만 톤의 무기성 오니(슬러지)를 불법 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슬러지는 자갈이나 모래를 생산할 때 나오는 사업장 폐기물이다. 채석한 암석을 잘게 부숴 자갈이나 모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세한 돌가루(석분)를 물로 씻어내는 공정이 필요하다. 흙탕물에서 이 미세 돌가루를 가라앉혀 제거한 케이크 형태의 ‘뻘흙’이 슬러지다. 국내 골재업계는 미세 돌가루를 빨리 가라앉히기 위해 ‘폴리아크릴아마이드(Polyacrylamide)’라는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폐기물 유해 성분 한강 유입 가능성

하지만 폴리아크릴아마이드의 주요 성분인 아크릴아마이드는 국제암연구소(IRAC)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미국 유방암협회 등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분류돼 있다. 한국에서도 얼마 전 감자 등을 튀긴 스낵 등에서 높은 수치의 아크릴아마이드가 검출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후 국내 식품업계는 낮은 온도로 스낵을 튀기는 저온 진공 공법을 채택하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2008년 11월 “슬러지로 객토(땅을 갈아엎음)할 경우 인산 부족 증상이 나타나고, 토양 pH(수소이온농도)가 상승해 작물의 생육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5년간 사업장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포천시 내촌면 삼표산업 포천영업소. 작은 사진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 시사저널 박은숙
정부는 그동안 슬러지를 지정 폐기물로 분류해 엄격하게 관리해왔다. 허가를 받은 일부 업체만 이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다. 삼표산업은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5년여 간 폐기물을 방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불법 처리된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물이 인근 왕숙천을 통해 한강으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 포천시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삼표산업의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포천시청 관계자는 “지난 3월 의정부지검의 수사 지휘를 받아 문제의 폐기물을 모두 파낸 상태”라며 “삼표산업의 불법 행위에 대한 조사는 상당 부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폐기물이 불법적으로 처리됐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다. 삼표산업 측은 포천 사업장에 쌓아놓은 폐기물을 5만톤 미만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부 평가업체를 통해 구체적인 폐기 물량을 측정하고 있다”며 “대부분은 적법하게 처리했다. 관련 서류를 공개할 의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5월30일 현재까지도 근거 서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포천 사업장의 모래 생산량은 연간 30만톤 전후다. 5년간 150만톤 정도의 모래를 생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장 폐기물인 슬러지의 양은 보통 모래 생산량의 20~25% 수준이다. 슬러지의 양을 22.5%로 보고 역산하면 33만7500톤 정도의 폐기물이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덤프트럭 1만대 분량으로 처리 비용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삼표산업 관계자는 “25톤 트럭 한 대당 폐기물 처리 비용은 60만원 수준이지만, 불법적으로 매립하면 10만원 정도면 가능하다”며 “삼표산업이 이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향후 검찰 조사에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정도원 회장과 외아들인 정대현 삼표기초소재 대표가 현재 지주회사인 (주)삼표의 지분 83.63%와 12.7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 일가는 (주)삼표를 통해 삼표산업을 포함한 나머지 10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삼표산업이 불법적인 폐기물 처리를 통해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날 경우 정 회장도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삼표산업의 이익이 결국 정 회장 일가가 보유한 주식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삼표산업 측도 불법적인 폐기물 보관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적법하게 폐기물을 처리하고 싶어도 적당한 장소가 없다”며 “벌금을 내고서라도 폐기물을 현장에 쌓아놓는 것이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나머지 골재업체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한다. 대다수 업체가 매립장 부족으로 인해 불법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일부는 심야에 덤프트럭을 이용해 인근 밭에다 몰래 버리기도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삼표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정도원 회장에게도 책임 확산 가능성

삼표산업 측은 슬러지가 인체나 농지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폐기물로 분류돼 있지만 슬러지를 토양과 일대일로 혼합할 경우 건설 현장의 성토나 복토용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서울의 수돗물인 아리수를 정수하는 데도 이 응고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인체에 유해하다면 정부가 재활용을 허가했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그 근거로 한국골재협회가 2013년 8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연구 용역 보고서를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슬러지(석토분)는 토양의 산성화를 막기 위해 사용하는 석회의 대체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슬러지를 만드는 응집제 또한 대부분 유해하지 않다.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돼 있다. 보고서는 오히려 ‘슬러지 폐기물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인해 골재 수급과 관련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슬러지의 재활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크릴아마이드는 현재 국제암연구소에서 2A그룹으로 지정한 물질”이라며 “인체에는 정확한 발암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 실험에서 종양 발생이 확인된 만큼 인체에도 유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취재 과정에서 삼표그룹과 포천시청 간 유착 의혹도 포착됐다. 현재 삼표 측은 “처리에 대한 어려움으로 폐기물을 장기간 보관한 것은 맞지만 매립이 아니라 적치다”고 주장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제2조에 따르면 슬러지를 처리 보관, 재활용할 때는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사업장 내에서 슬러지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은 90일에 불과하다. 임시로 보관할 때도 침출수가 스며들지 않도록 시멘트 등으로 바닥이 포장되고 지붕과 벽면을 갖춰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기자는 지난 5월27일 현장을 가봤다. 시멘트로 포장된 바닥이나 지붕은 전혀 없었다. 다이너마이트 발파 등으로 바닥이 갈라지면서 폐기물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럼에도 포천시청은 “그동안의 검사 결과 문제는 없었다. 지하수의 2차 오염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표 측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내용과 비슷했다. 오히려 포천시청은 5년 이상 폐기물을 불법적으로 방치했음에도 적치로 판단하고 벌금만 부과할 방침이다. 포천시청 환경과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현장 확인 결과 슬러지 위에 흙을 덮은 흔적이 없었다”며 “적치로 보고 보관 기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월 50만톤의 사업장 폐기물을 상수원보호구역에 불법 매립한 혐의로 삼표산업 현장소장 등 5명을 구속했다. ⓒ 경기일보 제공
“불법 매립이냐, 적치냐” 논란

하지만 시사저널이 입수한 국토지리정보원의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는 전혀 달랐다. 2010년 9월 촬영된 사진에는 검은색 슬러지가 현장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주변 흙과 슬러지를 쌓아놓은 곳이 명확하게 구분됐다. 하지만 2012년 촬영 사진에는 산처럼 쌓여 있던 슬러지가 모두 흙으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삼표 측은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폐기물의 불법 매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삼표산업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포천시청은 과거 삼표가 불법적으로 폐기물을 반출한 것을 적발했음에도 원상 복귀시키는 선에서 조용히 사건을 덮었다”며 “불법 매립의 경우 검찰 고발 사안이지만 적치의 경우 과징금을 내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표산업이 슬러지를 불법 매립하다가 지자체나 사정기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표산업은 지난 1월 50만톤이 넘는 사업장 폐기물을 경기도 용인·광주·안성 등의 농지에 불법 매립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삼표가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곳 중에는 상수원보호구역도 포함돼 있었다. 삼표는 값싸고 질 좋은 흙으로 성토해준다고 농민들을 속이고 심야 시간을 틈타 슬러지를 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현장소장 김 아무개씨를 비롯한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최근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경찰 측은 “본사와 현장 사업소 간에 이중으로 관리 장부가 있었다”며 “이 장부를 바탕으로 폐기물의 대규모 매립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삼표는 농경지에 대량의 폐기물을 불법 매립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강찬우 당시 수원지검 제1차장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골재업계에서는 무기성 오니의 무해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무기성 오니를 농경지에 대량으로 매립할 경우 인체·가축 등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골재업계는 무기성 오니의 처리 비용이 과다하다는 이유로 무자격 업체를 통해 처리가 용이한 농경지에 불법 매립하고 있다. 이러한 농경지에서 경작된 농작물에 유해한 화학물질 성분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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