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 아리아, 초여름 밤 수놓는다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6.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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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창간 25주년 기념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6월7일 예술의전당

이탈리아 오페라를 대표하는 자코모 푸치니 서거 90주기를 맞아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그가 남긴 4대 걸작을 한자리에 모아 음악 세계를 재조명해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됐다.

시사저널은 창간 25주년 기념으로 그랜드오페라단(단장 안지환)과 함께 오는 6월7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 오페라 갈라콘서트 <올 댓 푸치니, 올 댓 오페라>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갈라쇼로 진행된다. 오페라의 연극적인 요소를 축소하고 유명 아리아 위주의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된다는 의미다. 무대 세트는 없지만 가수가 배역에 걸맞은 의상과 소품을 착용하고 나와 각 작품의 대표적인 아리아를 부른다. 피트석에 들어가 연주하던 오케스트라도 무대 위로 올라와 연주하기에 좀 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고, 푸치니를 대표하는 4대 걸작의 유명 아리아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 보엠>을 대표하는 ‘그대의 찬 손’ ‘내 이름은 미미’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 <토스카>의 ‘오묘한 조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나비부인>의 ‘허밍 코러스’ ‘어떤 갠 날’ ‘안녕 아가야’, <투란도트>의 ‘달의 노래’ ‘울지 마라, 류여!’ ‘아무도 잠들지 않고’ 등 푸치니의 주옥같은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번 공연을 공동 주최하는 그랜드오페라단은 국내 대표적인 민간 오페라단이다. 특히 문화의 불모지인 지방에서, 오페라로 18년 동안 성공적으로 활동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그랜드오페라단 제공·시사저널 임준선
쉽고 매력 있는 오페라 선보여

서울대 성악과를 나와 미국 애리조나 대학에서 수학하고 신라대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안지환 단장이 부산에서 그랜드오페라단을 세운 것은 1996년. 어려운 여건에서도 매년 2회 정기 공연을 펼치며 오페라 토착화를 시도한 안 단장은 창단 15년이 되던 2010년 서울에도 사무실을 내고 그랜드오페라단을 전국적인 단체로 발돋움시켰다. 순수 공연예술 장르에서 지역(부산) 연고의 민간 예술단체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그걸 해낸 것이다.

부산을 벗어나 대한민국 전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안 단장은 이제 한국을 벗어나 세계로 진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2년 김유정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창작 오페라 <봄봄>(이건용 작곡)을 제작해 일본·중국 등 아시아 투어를, 이듬해인 2013년 유럽 투어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페라를 현재형 예술로 만들어 한국 오페라의 ‘전통’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 단장은 이런 작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페라가 우리나라에서 생명력을 얻으려면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형태가 돼야 한다. 오페라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이고 국가의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우리(음악계)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을 쳐야 한다. 오페라 작품의 가치, 오페라를 보면서 느끼는 전율, 이런 것을 당대의 관객과 나누며 사랑받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관객과 좀 더 교감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가 지난해 정기 프로그램으로 <올 댓 베르디>를 올리고 올해 정기 공연으로 <올 댓 푸치니>를 올리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관객이 좀 더 쉽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도록, 그래서 오페라 팬이 더 많아지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공연은 무대와 관객, 작품이 있어야 성립한다. 관객은 오페라를 통해서 정서적인 만족을 얻고 교양을 쌓을 수 있다. 관객은 오페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좀 더 많은 관객이 음악을 통해 삶의 윤택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탈리아 대표적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오페라 극장과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등을 지휘한 유럽 오페라 무대의 거장 마에스트로 마르코 발데리가 초청돼 국내외 정상급 오페라 가수들, 서울콘서트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스칼라 오페라 합창단과 호흡을 맞춘다. 발데리는 2006년 베를린의 도이체 오퍼와 파리의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에 올린 <나비부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탈리아 오페라계의 주목받는 신예 테너 다비드 소트주를 비롯해 소프라노 오희진·이현숙·임청화·김라희·한예진, 메조소프라노 송윤진, 테너 윤병길, 바리톤 김승철 등 국내 정상급 솔리스트가 참가해 무대를 빛낸다.


푸치니의 4대 오페라 


자코모 푸치니(1858~1924년)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그의 오페라는 대개 비련의 여주인공이 부르는 서정적이고 달콤한 멜로디의 노래와 풍부한 색채감을 지닌 연주가 특징이다. 대표작으로는 <라 보엠>(1896년), <토스카>(1900년), <나비부인>(1904년) 등이 꼽히고 여기에 <투란도트> (1924~26년)를 더해 푸치니의 4대 오페라로 부른다. 푸치니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은  34세에 작곡한 <마농 레스코>(1893년)다.

<라 보엠>은 보헤미안이라는 뜻으로 1800년대 프랑스 파리의 허름한 아파트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여주인공 미미는 여가수라면 누구나 탐내는 배역이지만 불치병(결핵)을 앓는 병약한 몸이라는 설정이 대개는 풍만 이상의 체형을 지닌 여가수에겐 가혹한 조건이다. 1896년 2월1일 토리노에서 이 작품을 초연 지휘한 명지휘자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50년 후인 1946년 미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 공연을 지휘해 녹음으로 남겼고 지금도 이 음반은 명반으로 꼽힌다.

<토스카>는 나폴레옹 혁명 이후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왕당파와 혁명파의 대립을 배경으로 오페라 가수 토스카와 그가 사랑하는 혁명가 카바라도시, 토스카의 마음과 몸을 권력을 통해서라도 뺏으려는 왕당파 경찰서장 스카르피아의 삼각관계를 그린 오페라다.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카바라도시의 ‘별은 빛나건만’ 등 아리아 제목만 봐도 이야기가 그려진다.

<나비부인>은 20세기 초 일본 나가사키 항에 입항한 미국 해군 중위 핑커튼과 15세의 게이샤 초초상의 사랑, 전형적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식의 설정이다. 심지어 그 배는 언제 올지 모르는 외항선이었고, 남겨진 여인은 아기를 남기고 자살하기에 더욱 비극적이다. 주인공이 미국인이어서인지 북미에서 최근까지 가장 자주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다. 

<투란도트>에서도 푸치니는 이국적인 요소를 활용했다. 중국이 배경이지만 판타지 요소일 뿐이다. 투란도트는 중국 공주지만 스핑크스처럼 퀴즈를 내서 사람을 죽이고 페르시아 왕자와 타타르의 왕자가 등장한다. ‘공주는 잠 못 들고’로 알려졌던 ‘아무도 잠들지 않고(nessun dorma)’는 파바로티의 노래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비극 전문가인 푸치니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 작품의 마지막 이중창을 완성하지 못하고 고심을 거듭하다 세상을 떴고 마지막 2중창과 피날레를 후배인 프랑코 알파노가 완성해 1926년 푸치니의 음악적 동반자였던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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