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최측근과 조총련 밀실에서 ‘빅딜’
  • 임수택 편집위원 ()
  • 승인 2014.06.11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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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비밀 접촉의 숨은 손…일본에서는 이지마와 야치 지목

일본 언론도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그 정도로 북한과 일본이 납치 문제 재조사와 대북 독자 제재 완화를 주고받은 ‘빅딜’은 전격적이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물밑 대화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고서는 결코 단시일 내에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이었다. 공식적으로 일본 측의 창구는 외무성의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대양주국장이다. 하지만 대화를 이끈 물밑 실세로 거론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1순위는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참여다. 지난해 5월14일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이지마 참여는 방문 목적과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 7월 후지TV에 등장해 “가까운 시일에 일괄적으로 모두 해결한다. 늦어도 참의원 선거 이후인 9월 하순이다”라고 언급한 적은 있다.

해결 시기는 늦었지만 이번 북·일 합의문에 등장하는 양국의 해법은 그가 말한 내용과 거의 흡사하다. 일본의 유력 일간지들은 “이지마가 올해 4월, 비공식적으로 북한과 협의해 이번 합의를 막후에서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다르게 이지마 참여는 이번에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2013년 5월14일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참여가 평양 공항에 도착했다. ⓒ AP연합
주연과 연출 아베 총리가 도맡아

일각에서는 지난번 이지마 참여의 전격적인 방북 이후 미국의 불만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입김으로 활동 영역이 좁아졌기 때문에 이번 북·일 합의는 다른 사람의 손에서 이뤄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1월 새로 만들어진 국가안전보장국(NSC)의 야치 쇼타로 국장 이름이 나오는 이유다. 야치 국장은 외무성 관료 출신으로 아베 총리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가 가장 민감하면서도 예민한 부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야치 국장은 애초부터 납치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2008년 3년간의 외무 차관 생활을 마치고 물러나는 자리에서도 그가 첫손에 꼽은 것은 ‘납치 문제’였다. “북방 영토 문제 등 산적한 많은 사안 중에 납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미뤄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는 게 그의 퇴임식 발언이었다.

이지마가 됐든 야치가 됐든 물밑 작업의 주역을 도운 숨은 조력자로는 조총련이 꼽힌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별도로 북한과 인적·물적·경제적 교류를 모두 중단한 상태다. 특히 도쿄에 있는 조총련 본부 건물도 세금 문제를 이유로 경매 처분 중이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조총련을 살리기 위해 힘을 실어준 사건이 있었다. 1977년 당시 13세의 나이로 북한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의 딸 김은경씨(28·북한 거주)를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와 몽골에서 재회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그 메신저 역할을 조총련이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 내에서 조총련의 역할에 대한 신뢰가 다시 생겨났고 이번 북·일 합의에도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지마 참여는 “북·일 협상도, 납치 문제도 조총련 본부 경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절대 진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북·일 합의는 워낙 극비리에 결정된 일이라 일본 정치 전문가들조차도 어떤 루트를 통해 성사됐는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누가 대화를 하고 도왔든 그 모두는 조연일 뿐, 주연과 연출은 아베 총리가 도맡았다는 점이다. 경제 제재를 풀고 국교 정상화를 언급하는 수준은 아베 총리가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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