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산림 불법 훼손했다”
  • 포천=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6.11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땅 주인 변 아무개씨 직격 토로…“소유권 소송 중 불법 채석”

시사저널은 지난 호에서 삼표산업의 폐기물 불법 매립 의혹을 단독 보도했다(2014년 6월3일자 참조). 폐기물의 주요 성분은 아크릴아마이드였다. 국제암연구소(IRAC)와 미국 환경보호청(EPA), 미국 유방암협회 등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삼표산업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5년여 동안 최대 수십만 톤의 폐기물을 포천 사업장과 주변에 불법으로 매립하거나 방치해왔다. 삼표산업이 삼표그룹의 주력 계열사라는 점에서 정도원 회장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천시청은 현재 의정부지방검찰청의 수사 지휘를 받아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구체적인 불법 행위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채석에 산림 훼손·폐기물 매립까지

그런데 추가 취재 과정에서 삼표산업이 최대 수십만 톤 규모의 원석을 불법 채석하고, 3300㎡(1000평)의 산림을 훼손한 정황도 드러났다. 더욱이 삼표산업이 불법 채석한 땅은 2010년 말까지 포천 지역 개발업체인 K사 소유였다. 삼표산업의 불법 행위로 인해 K사는 현재 거액의 ‘벌금 폭탄’을 맞을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불법 산림 훼손과 채석, 폐기물 처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삼표산업 포천영업소. ⓒ 시사저널 박은숙
사건의 발단은 2008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표산업과 K사는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진목리 일대 46만2000m2(13만9755평) 부지를 공동 개발하기로 약정을 체결했다. 골재 공장 설립에 필요한 인허가는 K사가 맡기로 했다. 삼표산업은 필요한 경비를 나중에 보전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2009년 6월 두 기업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삼표산업이 공동 개발 예정지에 있던 진목리 산 10번지 1만4190m2 (4300평) 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K사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0년 10월 “원고(삼표산업)의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한다”며 K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후 삼표는 7억3000만원(합의금 포함)에 문제의 부지를 매입하는 계약을 K사와 체결했다. 양측의 분쟁 역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삼표가 K사와 소송 와중에 문제의 부지에서 불법 채석을 했고, 폐기물까지 쌓아두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K사의 변 아무개 대표는 “소유권 분쟁으로 삼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현장을 가보지 못했다”며 “소유권 소송 중에도 불법적으로 채석을 하고 폐기물을 매립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삼표산업은 2010년 12월 부지 매입 계약 당시 소유권과 개발 허가권을 모두 넘겨받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허가권 인수를 미뤘다. 결국 삼표산업의 불법 개발로 인한 책임을 땅 소유주인 K사가 모두 떠안게 됐다고 변 대표는 주장한다.

취재 초기만 해도 삼표산업 측은 “K사와 소송을 벌이는 기간 동안 불법적인 채석이나 산림 훼손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9년 촬영된 진목리 일대의 항공사진은 삼표산업 측의 해명과 달랐다. 소유권 분쟁을 겪었던 임야의 상당 부분이 깎여진 상태였다. 일부 부지는 불법적으로 벌목되기도 했다. 공사가 계속되면서 벌목된 부지는 상당 부분 무너져내렸다. 2010년 10월 촬영된 사진에는 불법 벌목된 임야가 완전히 무너져 형체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러자 삼표산업 측은 “소유권 다툼은 별개다. 2008년 K사와 공동 개발 약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을 바꿨다. 관련 근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삼표 측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삼표 측이 채석 근거로 제시한 K사와의 공동 개발 계약서에 따르면 ‘갑(삼표산업)은 개발 예정지 부지에 대한 법적 조치 시 을(K사)에게 사전 협의하거나 통지한다’고 적시돼 있다. 2009년 6월 제기된 소송으로 계약서의 효력은 이미 상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삼표산업 측은 6월6일 현재까지 추가 해명이나 증빙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삼표산업이 불법 채석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채석량을 짜맞춘 의혹도 제기됐다. 현행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5만㎥ 이상을 채석할 경우 반드시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삼표는 올해 초 의정부지검의 지휘를 받은 포천시청의 특별사법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채석 규모를 4만5000㎥라고 밝혔다. 측량업체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4만7000㎥)도 최근 포천시청에 제출했다. 삼표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곳을 통해 조사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 일대를 삼표산업과 공동 개발했던 변 아무개씨가 불법 채석 및 산림 훼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우태윤
채석량 짜맞추기 의혹도

당시 측량을 담당했던 A회사 측의 대답은 달랐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측량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 공신력을 담보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사가 포천시청에 측량 결과를 제출하면서 ‘의뢰인이 주장하는 구역의 토석량’이라는 단서 조항을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의뢰인(삼표산업)이 모두 세팅한 상태에서 측량만 하게 했다. 채석량 측량을 위해 의뢰인이 제시한 지형도도 실제와 차이가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측량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조사도 현재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삼표산업과 손을 잡은 K사의 변 아무개 대표의 피해가 컸다. 변 대표는 “7억3000만원에 토지 매매 계약을 하면서 다운 계약을 제안받았다”고 주장했다. 토지 매매 대금을 4억3000만원으로 낮추는 대신, 모자란 3억원은 합의금으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토지 매매에 따른 양도세 역시 삼표 측에서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명의 이전 관련 세금을 삼표 측이 처리한다’는 이면 계약서와 2010년 12월29일 작성된 합의서를 제시했다. 변 대표는 “삼표 측이 약속을 어기면서 거액의 과징금뿐 아니라 1억4000만원대의 ‘세금 폭탄’까지 맞았다”고 토로했다. 

삼표산업 측은 “말도 안 된다”며 맞서고 있다. 회사 측은 같은 날 작성한 또 다른 합의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합의서에는 ‘갑과 을 사이에 선행하는 종전의 모든 구두 또는 서면 합의를 대체한다’고 적시돼 있다. 변 대표의 직인도 찍혀있는 만큼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결국 어떤 합의서가 최종본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변 대표는 현재 삼표 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진위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삼표그룹은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건설 호황으로 삼표그룹의 외형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 회장은 2004년 7월 지금의 삼표그룹을 출범시켰다. 독자적인 그룹 CI(기업통합이미지)도 만들었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 경영 상태가 어려워졌다. 전방 산업인 건설업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계열사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건설사들이 공사를 못하면서 레미콘 수요는 줄고, 반대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삼표는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며 “당시에도 삼표는 과도한 시설투자와 건설경기 악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워크아웃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를 수사 중인 검찰도 정 회장 일가를 정조준했다. 정 회장은 계열사인 삼표이앤씨를 통해 철도부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회장과 아들인 정대현 삼표기초소재 대표를 출국 금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의혹과 산림 훼손, 갑질 논란까지 불거졌다. 검찰은 현재 철피아와 별도로 불법 여부를 수사 중이다. 정도원 회장에게는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기자가 만난 K사의 변 아무개 대표는 “지난 2월 정도원 회장에게 불법적인 산림 훼손 사실과 함께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며 “정도원 회장이 삼표의 불법 행위를 모두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표그룹은 외형 면에서 중견기업에 해당한다. 연매출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웬만한 대기업 계열사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나 LS그룹 가문과 혼맥으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 정 회장의 장녀 지선씨는 1995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결혼했다.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혼인했다. 외아들인 정대현 삼표기초소재 대표는 최근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사돈기업 밀어주기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은 그동안 삼표그룹 계열 삼표기초소재에 철광석 정제 부산물인 슬래그를 독점 공급해 왔다. 삼표기초소재는 일부만 자체 소화하고 나머지는 마진을 붙여 다른 시멘트 업체에 다시 매각하면서 업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언론이나 사정기관에 제보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현대제철은 삼표기초소재에 대한 슬래그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현대제철의 한 관계자는 “공급량을 회사에서 직접 컨트롤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시멘트 업계에 골고루 분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