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항공사, 퇴직자 회사에 과다용역비 지급했다
  • 엄민우·조해수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6.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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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퇴직자 회사에 63억 특혜…감사원 문건 단독 입수

한국공항공사가 퇴직자들이 설립한 회사에 업무 위탁 용역을 맡기고 용역비를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퇴직자 챙기기’를 해오다 감사원 지적을 받은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단독 확인됐다.

한국공항공사는 과거에도 퇴직자에게 순금으로 만든 기념주화를 지급하는 등 퇴직자 챙기기 관행으로 뭇매를 맞았던 곳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의 관피아(官+마피아) 척결 수사가 철피아(철도+마피아), 해피아(해운+마피아),원피아(원전+마피아)에 이어 ‘항피아(항공+마피아)’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10월14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 ©연합뉴스

1인당 최대 월 100만원 과다 지급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감사원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7월과 2010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수립한 ‘경영 효율화 계획’에 따라 소방 및 정비 분야의 인력을 감축했다. 이후 퇴직자가 해당 업무와 관련된 4개 주식회사(ㄱ사, ㅌ사,ㅅ사, ㅇ사)를 설립하도록 지원하고, 해당 회사들과 위탁 용역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수의계약 자체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감사원은 2011년 ‘한국공항공사 기관 운영 감사’를 실시하며 4개 주식회사와 소방 업무 등 위탁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데 대해 주의요구 조치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에 따라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인력을 감축한 한국도로공사의 경우도 영업소 일부를 퇴직 직원에게 수의계약으로 위탁했다. 문제는 한국공항공사가 부당한 방식으로 동일 분야의 다른 업체보다 높은 비용을 보장하는 등 퇴직자들에게 특혜를 주었다는 점이다.

한국공항공사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 따라 매년 용역기관에 의뢰해 공항 시설 위탁관리 설계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기준으로 위탁 용역 예정 가격을 작성하고 있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위탁 용역 원가를 정할 때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가산하지 않고 이 기준에 따라 책정해야 한다. 여기서 특별한 사유란 기능계 기술자격을 취득한 자를 특별히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나 섬 지역과 같은 곳에서 이뤄지는 공사 등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국공항공사는 퇴직자들이 ‘특별한 기술자격을 취득한 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위탁관리 설계 기준과 별도로 기준을 만들어 돈을 더 지급했다. ‘2010년 아웃소싱 시행 분야 설계 기준’과 ‘아웃소싱(기계·전기) 분야 설계 기준’이 그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퇴직자 설립 회사 4곳에 설계 기준보다 1인당 최소 15만4100원에서 최대 100만2000원까지 더해진 금액으로 월 기본급을 산정했다. ‘명예 퇴직을 유도한 것에 대한 보상’이 명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공항공사는 이들에게 당시 정년(만 58세)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퇴직자들을 위해 설립된 4개 주식회사의 정년은만 59세에서 61세다. 퇴직자 입장에서는 퇴직금도 받고 정년이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신의직장’에서 근무하다 또 다른 ‘신의 직장’으로 옮겨간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10년 1월1일 구조·소방 업무 위탁 용역 등 2건과 2011년 1월1일 공항운항지원시설 위탁관리 용역 등 2건의 계약을 체결하며 새롭게 마련된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퇴직자들의 기본급을 산정한 후 4개사와 4건의 공항시설 위탁관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용역 체결 과정에서 4개 업체는 퇴직자 인력에 대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인력이나 타 위탁업체보다 높은 수준의 노무비를 보장받았다. 한국도로공사가 수의계약을 한 퇴직자 업체와 공개 경쟁 입찰을 한 일반 영업소 간 기준을 동일하게 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별도로 적용된 기준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구조·소방 업무 위탁 용역 등 4개 업체 용역에 대해 한국공항공사가 과다 지급한 액수는 63억원에 달한다.

‘퇴직자 챙기기’ 매번 지적당해도 ‘요지부동’

특히 4개 업체 중 가장 큰 곳은 구조·소방을 주 업무로 하는 ㄱ사로 직원 수가 130여 명(2010년 기준)에 이른다. 과다 지급된 63억원 중 42억원이 ㄱ사가 받은 위탁 용역에 지급됐다. ㄱ사의 대표이사 조 아무개씨는 한국공항공사에 재직했던 인물로 인천 지역 한 체육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그는 선거 전 인천시 중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적발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문제는 한국공항공사의 퇴직자 챙기기 논란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예전부터 과도한 퇴직자 챙기기로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2011년에는 명예퇴직 제도를 허술하게 운영해 116억여 원의 과다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명퇴 제도 개선안에는 근속연수 20년 이상인 사람에게 명퇴를 허가하고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당시 공항공사는 자체 인사 규정을 개정해 명퇴금 지급 대상자를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변경해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퇴직자에게 순금을 지급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공항공사는 2008년 이후 장기근속자 854명에게 4억8262만원을 들여 순금으로 제작한 기념주화와 메달, 열쇠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 근속자에게는 30만원 상당의 기념주화, 20년 근속자에게는 60만원 상당의 메달, 30년 근속자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순금 열쇠를 지급했다. 2008년 이후 퇴직자 73명에게도 순금 주화·만년필·명함 등을 주었는데 그 액수가 4000여 만원에 달한다.

퇴직자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전력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2년 전 국정감사에서 조현룡 새누리당 의원은 공항공사의 대규모 공항시설인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급유시설을 위탁관리 중인 또 다른 ㅅ사가 3년간 9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단독 수의계약한 부분을 지적했다. 이 회사 주주 13명 전원이 전직 공항공사 출신으로 드러났다. 해당 회사 직원 수는 72명이었고, 그중 14명이 공항공사 출신이었다. 등기이사 3명도 공항공사에서 25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항피아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퇴직자들이 민간 업체로 흘러들어가고, 그 업체에 일거리를 몰아주는 관피아 폐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공항 역시 이번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항만 분야 못지않게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라는 것이다. 항공 부문은 사고가 한 번 터지면 곧바로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국가시설 중 안전이 가장 강조되는 곳이 바로 공항이다.

그런데 이번에 수십억 원을 과다 지급 받아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ㄱ사의 용역 사업은 구조 및 소방 업무다. 공항 안전이나 위기상황과 가장 직결된 핵심적 용역 사업을 맡은 업체에 공항공사 퇴직자 낙하산 인사들이 즐비한 것이다.

최근 사장 4명 중 3명이 경찰 간부 출신

안전이 핵심인 공항공사에 비(非)전문가가 낙하산 사장으로 내려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2009년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용산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김석기 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취임할 당시 노조는 “전문성이 부족한 전형적인 낙하산”이라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공항공사 사장은 특히 경찰 출신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의 김석기 사장을 포함해 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10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경찰과 군인 출신이 각각 3명, 관료 출신이 3명이었고, 내부 승진자는 1명에 불과했다. 특히 2001년 이후부터는 사장 4명 중 3명이 경찰 출신(윤응섭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이근표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어서 “공항공사가 경찰 간부들의 노후 대책 본부”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동안 낙하산과 퇴직자 챙겨주기 문제로 수차례 지적을 받아온 공항공사가 이번 감사를 통해 거듭날 수 있을까.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11일부터 12월20일까지 감사를 진행했다. 한국공항공사에 ‘주의’ 조치를 통보한 것은 지난 5월7일이다. 공항공사 측에서 ‘올해 말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계약 위반이 된다. 이미 체결된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시정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윤리경영 전문가인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성을 가진 공기업 퇴직자가 용역 사업을 받는 것 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지만, 해당 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퇴직자가 자신이 있던 조직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한국공항공사 측 관계자는 “원활한 퇴직을 유도하고 기존 인력이 일시 교체될 경우 운영 노하우 단절로 안전사고 발생과 서비스 저하 우려가 있어 업무 연속성 유지를 위해 기존 고용 인력이 승계될 수 있도록 적정 노무비를 산정했다. 지난 2013년 11~12월 감사원의 감사를 수감하였으며 감사결과 처분요구에 따라 계약기간 종료시 일반 아웃소싱 분야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경쟁입찰방식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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