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은 실험주의 정책으로 사망했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6.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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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6·4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보수 교육단체들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진보단체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안양옥 교총 회장과 김정훈 전교조위원장을 만나 입장을 들었다.

교육감 선거에서 사실상 패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헌법소원까지 준비 중이다. 공교육의 중립과 독립을 되찾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안양옥 교총 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 연합뉴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진보 언론은 교육감 선거에서 13개 지역을 진보 진영이 차지하자 교총이 억지를 부린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2010년 교총 회장이 된 후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계의 정치화라고 봤다. 그 중심에 있는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새누리당도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지만 우리와 성격이 다르다. 그들의 주장은 정치적인 것이고 우리는 공교육 본질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명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인가. 

대안으로 제한적 직선제나 임명제 등이 있는데, 헌법이 정한 정치적 중립에 가장 가까운 대안은 임명제라고 생각한다. 시·도에서 선출하고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

헌법소원은 언제 할 것인가.

법률 자문을 받아보니 직선제는 위헌이라는 결론이 났다. 따라서 법률 자문단을 구성해 법리적 연구를 마친 후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시기는 6개월 이내가 될 것이다.

헌법소원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선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교원의 정치 활동을 풀어줘야 한다. 불법적인 정치 활동을 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만 교육계를 장악하도록 둘 수 없다. 진정한 교육자가 교육감이 될 수 없는 현 세태는 불평등하다.

직선제라고 해서 진보만 유리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진보니 보수니 가르는 것 자체가 정치다. 일반 선거와 교육감 선거는 달라야 한다. 일각에서는 직선제가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렇다면 검찰총장과 대법원장도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법조계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유력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의원에게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으로 아는데 왜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나.

박 의원에게 구두와 서면으로 그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었고 그 이유는 모르겠다. 그 결과 현재 박 대통령의 정책은 현장과 분리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 후 담화에서도 박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 진정한 반성은 교육 문제 개선부터 해야 함에도 일반 사건으로 본 것이다.

공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정치적 실험이다. 공교육은 실험주의 정책으로 사망한 상태라고 본다. 이런 정책이 진정한 교육을 하려는 교사의 발목을 잡는다. 정부는 교원을 지원해야지 지도하면 안 된다. 30년 전 내가 교사였을 때는 아이들과 아침부터 어울리고 공부했다. 요즘 교사는 교육부가 내린 잡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루에 교원 한 명당 40건의 공문을 받는다.

그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데 대안은 없나.

진보·보수 싸움을 하느라 그동안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을 보듬지 못했다. 개별 학생에게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도 공부에 취미가 없는 학생을 위해 직업중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조기 교육을 하면서 조기 직업교육은 왜 안 되나. 

전교조와의 관계는 어떻게 유지할 계획인가.

교원을 교총은 전문직으로, 전교조는 노동직으로 본다. 이 시각의 차이를 좁혀야 한다. 교총도 교원의 현실을 고민하고 전교조도 전문성을 인식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은 교육 현장에서는 필요 없다. 교총도 이번 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정권에 영합하는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변해야 한다. 이번 시사저널 인터뷰를 빌려 전교조에 시각의 차이를 좁힐 목적으로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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