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못 잡으면 16강은 없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6.1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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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식 기술 축구 구사…최근 평가전에서 상승세

러시아에 이어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만나는 두 번째 상대는 아프리카의 알제리다.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을 만난 것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의 토고가 처음이었다. 그 후 2010년 남아공월드컵의 나이지리아에 이어 세 대회 연속 아프리카 팀과 격돌한다. 한국은 앞선 두 대회에서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1승 1무(토고전 승, 나이지리아전 무)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FIFA 랭킹 22위의 알제리는 당초 한국이 H조를 통과하기 위한 승리의 제물로 유력하게 점쳐졌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드러난 알제리의 전력은 인상적이다. 현재 아프리카 팀 중 리빌딩을 가장 잘했고, 특급 스타는 적지만 스페인·프랑스의 유럽식 기술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다. 알제리는 벨기에와의 첫 경기에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인 공격 축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6월4일 스위스에서 열린 알제리와 루마니아 평가전. ⓒ epa 연합
한국 시간으로 6월23일 새벽 4시 브라질 남부의 항구도시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에는 한국과 알제리 모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H조 최강자 벨기에를 만난다. 이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알제리 역시 유력한 2위 후보인 러시아를 만나기 전 승점을 쌓아야 한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알제리는 아르메니아와 루마니아를 상대로 각각 3-1, 2-1로 승리했다. 앞서 부르키나파소, 슬로베니아를 꺾은 데 이어 A매치 4연승이었다. 분위기를 최대로 끌어올리며 브라질로 온 것이다. 특히 월드컵 예선을 통과한 후 치른 세 차례 A매치에서 매 경기 다른 선발 라인업을 내세우는 테스트를 겸하면서도 기복 없는 전력을 선보였다.

한국이 알제리에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전제 조건은 상대의 화력을 잠재우는 것이다. 바히드 할리호지치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위해 두 가지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공수 밸런스를 중시하는 4-2-3-1과 2선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4-1-4-1이다. 알제리는 벨기에를 상대로 4-2-3-1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4-1-4-1은 알제리가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한국과 러시아와의 경기에 대비한 포메이션이다. 4-1-4-1 포메이션을 가동할 때의 알제리는 간격을 잘 유지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견고하게 지키다가 공격 시에는 2선에 배치된 4명의 미드필더가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의 정상권 클럽에서 뛰는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 간의 조화가 돋보였다.

ⓒ afp 연합
매서운 2선 공격 막는 게 관건

 특히 2선의 핵심인 소피앙 페굴리, 야친 브라히미, 압델무엔 자부는 현란한 발재간에 빠른 타이밍의 패스로 한국의 압박을 무너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다. 알제리 공격의 최대 강점은 활발한 사이드 체인지와 다양한 패스 루트다. 2선의 세 선수는 한국의 손흥민·구자철·이청용처럼 위치를 가리지 않고 서로의 포지션을 바꾸며 상대 수비를 흔든다. 스페인의 발렌시아에서 뛰는 페굴리는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찬스를 만든다. 브라히미는 2선에서 세컨드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는다.

월드컵 직전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자부다. 알제리의 메시란 별명을 지닌 그는 빠른 드리블로 일대일 상황을 뚫고 나간다. 알제리의 경기를 지켜본 차두리 SBS 해설위원은 자신의 칼럼에서 한국의 오른쪽 풀백에게 자부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특별 주문했다.

여기에 최전방에는 뛰어난 운동 능력과 투쟁심을 지닌 스트라이커가 헌신적으로 움직이며 2선 공격을 돕는다. 벨기에전에 이어 선발 출전이 유력한 이슬람 슬리마니, 언제든지 출전할 수 있는 엘 하르비 수다니는 몸싸움과 일대일 플레이 모두 한국 수비를 위협할 만하다. 한국은 가나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움직임으로 동료를 돕는 아사모아 기안을 봉쇄하지 못해 대패한 바 있다. 2선 공격력은 최전방이 공간을 만들어줄 때 위협적이다. 최전방 공격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그 다음 공간을 좁히고 협력 수비를 펼쳐 2선 침투를 막아야 한다.

ⓒ afp 연합
두 센터백 사이 뚫으면 득점 보인다

선수 시절 탁월한 스트라이커였던 할리호지치 감독은 팀에 폭발력과 강한 규율을 안겼지만 반면에 수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실패했다. 월드컵 예선부터 알제리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종종 보인 것은 수비가 무너지며 2실점 이상을 했기 때문이다. 알제리 특유의 성향에 할리호지치 감독의 선호가 겹치며 호전적인 축구를 하다 보니 양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도 잦다. 수비 시에는 중앙으로 좁혀서 포백 대형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쓴다. 그러다 보니 수비력이 부족한 윙어가 내려오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가장 큰 강점인 손흥민과 이청용 양 사이드에서 이 부분을 흔들어줘야 한다. 역습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도전적인 플레이를 펼칠 필요가 있다.

알제리 수비의 가장 큰 약점은 센터백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미드필더나 공격수와 달리 수비의 핵인 센터백은 커리어가 높지 않다. 주장인 마지드 부게라는 190cm에 육박하는 장신으로 공중전에 능하고 몸싸움에 강하다. 그러나 유연하지 못하고 속도에도 문제가 있다. 파트너인 칼 메자니는 상대적으로 뒤에 머무르며 상대의 침투를 막아서는 역할이다. 두 선수 모두 한 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자주 이적을 했다. 스피드와 반응으로 보면 유럽 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일 레벨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들 콤비를 무너뜨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라인 사이를 깨뜨리는 것이다. 2선으로 공을 뺀 뒤 빠르게 배후 공간을 노리는 패스워크는 알제리 수비 공략의 정석이다. 평가전에서 루마니아와 아르메니아가 이 루트로 득점을 올렸다. 벨기에도 지속적으로 시도한 플레이였다. 홍명보 감독도 이 부분을 파악하고 가상의 알제리였던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침투 플레이를 할 것을 주문했다.

 러시아전이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 시종일관 잽을 주고받는다면 알제리전은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하고 그만큼 골을 내줄 수도 있는 경기다. 양 팀 모두 승리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라인을 올려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토고·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때처럼 치열한 난타전 양상으로 갈 수 있다. 한국으로선 러시아전에서의 신중한 플레이보다는 선제골을 넣고, 공격 상황에서는 지속적으로 두드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네 번째 월드컵이지만 아직 16강 진출의 성과를 내지 못한 알제리는 다른 아프리카 팀과는 달리 선제 실점으로 쉽게 무너지기보다는 용맹하게 계속 덤벼드는 성향을 갖고 있다. 한국은 이를 차분하게 맞받아치며 계속 무너뜨려야만 16강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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