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피워도 니코틴 중독된다
  • 김형자│과학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6.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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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진 “금연에 효과 없다” 발표 논란

“끊자, 끊어야지, 끊어야 해!” 머릿속에 생각은 가득하지만, 늘 다짐으로만 끝나는 금연. 매년 금연을 시도하는 흡연자는 약 15%. 이 중 성공하는 사람은 훨씬 적다. 심지어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갈증·두통 등 금단현상을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피우는 흡연자도 많다. 최근에는 담배를 끊기 위한 시도의 하나로 ‘전자담배(e-cigarettes)’를 찾는 흡연자들이 많아졌다. 강력한 금연 정책과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금연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재로 전자담배를 많이 선택하는 편이다. ‘전자담배’를 이용해 흡연량을 점점 줄여나가다 금연에 도달하겠다는 것. 그렇다면 전자담배는 과연 금연에 효과가 있을까.

“전자담배, 형태만 바꾼 담배일 뿐”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흡입하는 것은 일반 담배의 연기가 아닌, 니코틴 액체를 가열시킨 수증기다. 전자담배는 내부 배터리에서 나온 열로 니코틴이 녹아 있는 액체를 가열시켜 수증기를 만드는 전자기기라고 할 수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이 적다. 보통 전자담배 15모금 정도를 빨아들여야 일반 담배 한 모금을 들이마실 때의 니코틴 양과 비슷해진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에게 ‘금연 보조제’로 각광받고 있다.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일반 담배처럼 흡연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카트리지의 니코틴 양을 차츰 줄여나가는 원리로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광고한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냄새 없이 담배 피우는 기분을 낼 수 있다.

ⓒ 시사저널 포토
그런데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파멜라 링 교수팀이 “전자담배는 니코틴 함량이 적은 ‘새로운 형태의 담배’, 즉 ‘형태만 바꾼 담배’이기 때문에 금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사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다. 니코틴 자체가 양과 무관하게 중독을 일으키는 만큼 장기적으로 볼 땐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다를 바 없다는 것. 링 교수팀은 흡연자 949명(일반 흡연자 861명, 전자담배 흡연자 88명)을 대상으로 1년간 그들의 흡연 패턴을 조사해왔다. 그 결과 전자담배 사용자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 30분 안에 담배를 피우는 비율(69%)이 높았다. 이는 일반 흡연자들(11%)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비록 흡연 패턴은 달랐지만, 전자담배 사용자들과 일반 흡연자들의 흡연율 차이는 그다지 발견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일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비교해 흡연량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전자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의 금연 의지는 어떨까.

전자담배 사용자 중 담배를 끊지 않겠다는 사람의 비율은 5.7%. 일반 흡연자의 13.1%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금연 의지가 강했다. 6개월 후 끊겠다는 비율 또한 31.8%로 일반 흡연자 23%에 비해 높았다. 하지만 실제로 전자담배 사용자 중 1년 안에 금연에 성공한 비율은 10.2% 정도로 일반 담배 흡연자의 13.8%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의 금연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전자담배는 충분한 니코틴을 전달해주지 않기 때문에 담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흡연자들은 다시 일반 담배에 손을 대면서 금연 효과를 날려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링 교수는 전자담배가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광고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명확하게 입증될 때까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통해 오히려 일반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4월23일,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안을 제시했다. 반면 전자담배가 니코틴 패치만큼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에 금연 효과를 둘러싼 전자담배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건강관리까지 돕는 스마트 전자담배 개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담배 안에 들어 있는 니코틴 성분 때문이다. 중독성 강한 니코틴이 장기간 축적된 흡연자의 몸은 혈중 니코틴 농도가 조금이라도 낮아질 경우 강한 흡연 욕구를 느끼기 마련이다. 니코틴은 자율신경계의 신경절을 자극한다. 나중에는 이 신경절을 마비시켜 니코틴 농도가 떨어지면 흡연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 갑자기 흡연을 중단할 경우 불면증과 긴장감, 피로감, 변비, 신경과민 등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니코틴은 그 어떤 성분보다 상대적으로 의존성이 강하다. 하지만 환각이나 쾌감 등이 없어 그 위험성을 빨리 인식하지 못한다.

니코틴이 의존성을 나타내는 가장 큰 원인은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 nAChR)의 감소와 이에 따른 도파민 분비 감소로 알려져 있다. 아세틸콜린은 우리 뇌의 화학전달물질 중 하나로 근육 자극과 같은 신체의 여러 기능에 관여하는 200여 가지 이상의 신경화합물 흐름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니코틴 양이 과다하면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가 차단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자담배도 니코틴에 중독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국내 연구팀은 전자담배의 수증기에서 일반 담배보다 2배 많은 니코틴을 검출했다.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도 여전하다. 한 담배회사 연구팀이 흡연자들을 상대로 ‘담배회사에 바라는 점’을 물었을 때, ‘냄새 안 나는 담배 개발’(24.1%), ‘몸에 덜 해로운 담배 개발’(20.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담배를 끊지는 못해도 최소한 건강을 지키고 대인 피해를 줄일 방법을 원한다는 말이다. 전자담배의 소비량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일반 담배보다 유해 성분이 적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전자담배에는 각종 발암물질이 포함된 일반 담배와 달리, 타르와 같은 발암물질이 없어 흡연자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축액에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와 환경호르몬이 검출돼 의학계에서는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제로 인정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나 안전성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군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연구역에서는 전자담배의 사용이 금지돼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의 한 담배회사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건강을 관리해주는 스마트 전자담배를 개발해 화제다. 스마트 전자담배의 사용자가 어디서 얼마나 니코틴을 섭취했는지, 또 흡연 데이터를 통해 혈액 속의 산소 수치와 폐활량, 심장 재생 능력 정도를 분석한 데이터와 함께 그것을 바탕으로 진단한 흡연자들의 기대수명을 계산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해주고 있다. 스마트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약 30일간의 건강 통계와 자신의 기대수명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금연 효과가 크다고 한다. 현재 스마트 전자담배를 사용한 6000여 명의 흡연자 중 약 20%가 담배를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방법이야 어떻든, 흡연을 줄여 정말로 담배를 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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