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부총리, ‘부동산 대못’ 다 뽑는다
  • 김관웅│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4.07.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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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DTI 맞춤형 개편할 듯…가계 대출 증가 등 우려도 많아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경제부총리에 지명되면서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게 됐다. 최 지명자는 첫 일성으로 “부동산 경기 회복”을 외쳤다. 계속되는 내수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한겨울, 여름옷’에 비유하며 과거 주택 시장 과열기에 태어난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일성부터가 강력하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 완화를 우선 꺼낸 것부터 그렇다. 1기 경제팀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해 세수 부족 우려 속에서도 세제 감면까지 단행했지만 금융 관련 규제만큼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로 언급조차 꺼렸던 것과 대비된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대대적 손질 가능성

최경환호가 출범하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올 초부터 회복세를 보이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으로 풀이 죽은 부동산 시장에 다시 ‘최경환 훈풍’이 불 수 있을까.

서울 용산구 한강로 래미안 건설 현장. ⓒ 시사저널 구윤성
시장에서는 최 지명자가 현오석 부총리와 달리 강력한 내수 부양책을 펴고 그를 통해 부동산 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리더십 부재로 좌고우면하면서 과감한 정책을 펴지 못한 현오석 부총리와 달리 최 지명자는 현 정부에서 최고 실세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경제부총리에 지명된 후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하자 그동안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하던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 당국은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입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벌써 입김이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정책 전반을 책임지는 국토교통부 수장에 서승환 장관이 유임된 것도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서 장관은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대표적 시장주의자로 최 지명자와 코드가 잘 맞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 장관은 지난 1년여 동안 정교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주택 시장을 회복 국면에 접어들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서 장관이 최 지명자의 확실한 지원까지 얻어 정책을 펴게 되면 앞으로 주택 시장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 각 부처들이 과거처럼 자기 입장만 내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 지명자의 정책 추진력이 시장에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선 최경환호의 부동산 정책은 LTV·DTI 등 금융관련 규제 완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지명자는 6월13일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되자마자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부동산이 불티나게 팔리고 프리미엄이 붙던 한여름이 아니고 한겨울이다.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려 죽는다. 한여름이 다시 오면 옷을 바꿔 입으면 되는데 언제 올지 모른다고 옷을 계속 입고 있어서야 되겠느냐”는 말로 LTV·DTI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주택 경기 부양을 위한 금융 규제 완화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던 금융 당국도 잠시 머뭇거렸지만 금세 최 지명자에 호응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18일 “합리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최 지명자에게 힘을 보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6월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DTI·LTV가 금융 안전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실무 지원을 할 게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6월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DTI·LTV 규제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다소 제약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혀 그동안 고수해온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완화는 시간문제가 된 셈이다. 더구나 금융 규제 완화는 법 개정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결론을 내면 바로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융 규제 완화가 획일적인 ‘문턱 낮추기’를 택하기보다 은행에서 대출자의 소득·신용등급 등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달라지듯 LTV와 DTI도 지역·나이 등을 고려해 맞춤형으로 개편하는 것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택 시장은 반색하고 있다. 맨 먼저 언급한 DTI·LTV가 완화되면 새로운 수요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돼 부동산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DTI는 금융권이 대출자의 소득 수준을 바탕으로 금융 부채 상환 능력을 따져 대출액을 정하는 것으로 현재 수도권은 50%, 지방은 60%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과 젊은 직장인 계층이 주택 시장에 새로운 수요자로 등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계층은 대출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음에도 획일적인 제도에 밀려 대출액이 부족해 집을 사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주택 구입 여력이 충분함에도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고 불규칙한 데다 실제 소득보다 적게 산정돼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꺼리고 있다. 2013년 통계청 기준 자영업자는 560만명에 달해 이들의 10%인 56만명만 대출 정상화가 이뤄져도 주택 시장에는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젊은 직장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소득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향후 직급 상승으로 인한 기대소득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소득만 따져 대출하는 획일적 규제에 밀려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았다.

양도세 한시 감면 등 세제 혜택 도입도

서울과 수도권에 차별 적용하는 대출 비율이 개선될 경우 일반인들의 은행권 대출액이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한 이자 부담 감소로 이어져 주택 수요 창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 현재 대출 규제에 걸려 5000만원이 부족해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할 경우 은행보다 이자가 20만원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금융 규제를 완화할 경우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 지명자는 올 초 갑작스러운 발표로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온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맞지만 도입 시기가 안 좋았다는 지적이 많은 데다 이로 인해 회복세를 타던 시장이 급속히 가라앉고 있어서다. 따라서 최 지명자가 경제부총리에 취임하면 기획재정부의 입장도 변할 가능성이 큰 데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 더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은 현재까지는 3주택 이상 소유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물리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는 2주택자 이상인 경우 주택 수와 관계없이 2000만원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한다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양도세 한시 감면 재도입과 청약 제도 개선도 예상되고 있다. 양도세 한시 감면은 정부가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해 거래 활성화에 큰 효과를 본 정책으로 9억원 이하 신규 주택 또는 미분양 주택, 1가구 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전용면적 85㎡ 이하, 9억원 이하 기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취득 후 5년간 발생한 양도 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택 시장에서는 당시 취득세 감면 정책과 맞물려 거래가 증가하면서 주택 시장이 수년 만에 회복세로 돌아섰다. 따라서 다시 가라앉은 주택 시장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이처럼 강력한 유인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준 개편, 취득세 한시 인하 재도입 등도 점쳐지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 시사저널 이종현
청약제도 유주택자에 문호 확대 검토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청약 제도도 대폭 손질될 전망이다. 현재의 청약 제도는 1995년 전면 개정된 후 부분 개정만 진행돼 주택 수요 구조 변화나 달라진 시장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청약가점제 적용 기준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태이고, 7월 중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청약 제도 개편 1순위는 청약 요건 완화와 유주택자 중심의 청약 가점제 등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청약 1순위 조건은 지방의 경우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6개월 이상이지만 수도권은 2년 이상으로 차등 적용되고 있는 데다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729만명에 달해 희소성이 사라진 상태다. 이에 따라 소형 공공아파트 청약을 제외하고는 1순위 자격 요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청약 가점제도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높아지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이에 대한 가점을 축소하고 기간별로 나뉜 구간 수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시장 과열기의 대표적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등도 완화 또는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원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정상 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경우 초과한 이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으로 재건축 시장을 옥죄는 대표적 규제로 꼽혀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제도가 없어지면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돼 도심 속 신규 주택 공급이 활발해지고 전셋값 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2012년 발의해 2년 넘게 계류 중인 법안으로 정부와 여당은 상한제를 원칙적으로 없애고 집값 급등 또는 우려 지역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운용하거나 공공 분양 물량에만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이어서 정부 의지만 가지고 해결될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당장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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