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란 이름 쓰지 말라니까” “무슨 권리로 그런 말씀을”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4.07.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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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박찬구 회장 형제 이번엔 상표권 놓고 충돌

금호가(家) 형제 사이에 다시 큰 싸움이 붙었다. 이번엔 ‘상표권 분쟁’이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고 6월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제3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그룹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경영권 분쟁까지 벌인 바 있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금호’라는 상표권을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로운 CI(기업 이미지 통합)가 발표됐다. 상표권 소유권자는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었다. 금호산업은 2007년 5월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징수하기 시작했다. 금호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전략경영본부 운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상표권 사용료를 징수한 것이다. 금호석유화학도 금호산업에 사용료를 납부했다. 사용료는 월 매출액의 0.1%였다가 2012년 0.2%로 인상됐다. 

 2010년부터 금호석유화학은 ‘금호’ 상표권의 공동 소유를 주장하며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 금호산업은 2012년 말 채무 조정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에 줘야 할 채무 58억원을 밀린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상계 처리했다. 이에 금호석유화학 측은 2013년 5월 어음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금호산업 측이 일방적으로 채무를 상계 처리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동 상표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표권 사용료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로고와 윙 마크.ⓒ 시사저널 구윤성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시사저널 포토
‘금호’ 상표 실제 권리자는 누구?

금호산업 측은 이에 지난해 9월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금호산업이 제기한 소송 내용은 ‘공동 상표권자로 등록돼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상표권 지분을 실제 권리자인 금호산업으로 이전하라’는 것이다.

재판은 상표권의 진정한 권리자가 누구인지, 금호산업이 금호석유화학에 명의를 신탁한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금호산업 측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인 자사가 상표권의 진정한 권리자라고 주장한다. 1972년 금호실업이 만들어지면서 금호라는 표장을 최초로 사용했으며, 그때부터 상표권이 금호산업에 귀속돼 있다는 것이다. 또 금호석유화학에 ‘명의신탁’을 했다가 2012년에 해지했기 때문에 상표의 소유권을 이전 등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산업 측은 상표 사용 계약서에 ‘상표권의 실질적인 권리는 금호산업 측에 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상표권은 소유권 대상이 될 수 없으며, 2007년 5월 작성한 상표 사용 계약서는 명의신탁 계약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의 ‘윙(wing) 마크’ 역시 각 계열사가 공동으로 개발 비용을 부담해 만든 것으로, 금호산업의 단독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금호산업 측이 처분 문서라고 주장하는 상표 사용 계약서는 상표권 지분이 이전되고 두 달 후에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상표권 지분 이전을 위한 문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작성한 상표 사용 계약서는 상표 사용료를 받아 전략경영본부 운영비용을 만들기 위해 작성된 문서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략경영본부의 금호산업 귀속 여부도 논란거리다. 1, 2차 명의 조정의 주체가 전략경영본부였기 때문이다. 금호산업은 전략경영본부가 자사에 전속됐기 때문에 전략경영본부가 지시한 명의 조정은 ‘금호산업’의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략경영본부의 모든 운영비용을 자사가 부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 측은 전략경영본부는 금호산업 소속이 아니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부서로, 계열사 역시 전략경영본부 파견 직원의 임금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전략경영본부 운영비용을 전부 부담했는지의 문제는 증거로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며 “전략경영본부 통보 대상에 금호산업도 있었다는 것은 전략경영본부가 금호산업 소속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상표권 관련 판례를 봐도 선대로부터 내려온 상표는 공유해 쓰게끔 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 측 관계자는 “이 상표권 소송은 금호석유화학이 제기한 어음반환청구 소송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진행한 맞소송”이라며 “이 기회에 상표권의 귀속 여부를 정확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과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의 갈등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이후부터 지속돼왔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자금난에 빠지자 형과 의견이 달랐던 동생 박찬구 회장이 움직인 것이다. 박찬구 회장은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였고, 박삼구 회장도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 연합뉴스
금호가 ‘형제의 난’ 속에 사사건건 대립

이후 2009년 7월 열린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고, 자신도 일선에서 퇴진했다. 이듬해인 2010년 3월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으로, 같은 해 11월 박삼구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형제간 갈등의 골은 깊게 파인 상태였다.

 2011년 3월 박찬구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을 계열 분리시켜달라고 계열 분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1년 4월 박찬구 회장이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을 당시 박찬구 회장 측은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이 금호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박찬구 회장을 악의로 곤경에 빠뜨린 것”이라며 박삼구 회장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결국 2012년 금호석유화학은 계열사들과 함께 서울 중구 청계천로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후 1년이 경과한 지난해 9월 박삼구 회장 측이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에는 3월에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박삼구 회장 측이 박찬구 회장 측 인사를 문서 절취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4월에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처분하라는 내용의 주식 매각 이행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2010년 2월 채권단과 맺은 합의서에 따라 우리 쪽은 석유화학 지분을 이미 다 처분했는데 그쪽은 아직도 항공 지분을 팔지 않고 있다”며 “계열 분리를 원한다면서 지분을 안 파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에 대해 “제3자가 지분을 매각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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