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김승규 “꿈은 이루어진다”
  •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7.02 13: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라질 참패 속 희망의 꽃…2018 러시아월드컵 기대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여정이 끝났다. 6월27일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1로 패배하며 경우의 수를 셀 것도 없이 1무 2패 최하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역대 최고의 조 편성이라는 평가 속에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들이 팀의 주축을 이뤘지만 한국을 기다린 것은 냉엄한 현실이었다. 첫 경기인 러시아전을 제외하면 한국의 경기력은  들쭉날쭉했다. 알제리전에서는 전반에 단 1개의 슛도 기록하지 못하고 3실점했다. 벨기에전에서는 1명이 더 많았음에도 상대의 역습에 무너지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브라질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다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줬다. 지난 세 번의 월드컵에서 4강을 포함해 두 차례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고, 매 대회 승리를 신고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남기고 간 자산은 10년 사이 발전한 세계 축구와 점점 간격이 벌어졌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2002년 멤버는 1명도 없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자산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에 직면했다.

손흥민이 알제리전에서 골을 기록한 뒤 특유의 손 동작을 하고 있다. ⓒ ap 연합
투혼만으로 이길 수 있는 시대 지났다

이번 월드컵에서 충격을 받은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아시아 축구 전체가 큰 실패를 맛봤다.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일본·이란, 그리고 지난 대회부터 아시아축구연맹에 편입된 호주까지 총 4팀이었다. 이들 중 이번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없다.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1무 2패 최하위를 기록했다. 남아공월드컵 당시에는 한국과 일본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지만 4년 만에 추락했다.

아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에 속한 대륙 중 가장 약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월드컵에서 16강 이상 진출한 팀은 한국(2회)·일본(2회)·사우디아라바이(1회) 3팀뿐이다. 그나마도 홈에서 열린 2002년 대회에서 4강에 오른 한국을 제외하면 16강이 최고 성적이다. 아시아는 많은 인구와 국가를 감안해 차츰 출전권이 늘어나 현재는 4.5장(4장+남미와 플레이오프)이 주어졌지만 이번 월드컵을 통해 그마저도 아깝다는 견해가 많아지고 있다. 아프리카(5장)·북중미(4.5장)·남미(5.5장)에 더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아시아의 시장성을 고려할 때 FIFA가 그런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은 작지만 아시아 축구로서는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개인 기술 면에서 가장 떨어지는 대신 아시아는 잘 짜인 조직력과 규율, 압박과 활동량 같은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그런 요소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특히 체력적으로 강하고 탁월한 개인 기술이 있는 선수들 앞에서 약점을 보였다. 홍명보 감독은 “기술적인 면에서 유럽·남미와 격차를 좁히는 것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쫓아가기 어렵다. 대신 아시아 특유의 강점이 있는데 이번 대회에선 잘 발휘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골키퍼 김승규(왼쪽)가 벨기에와의 경기 중 상대팀의 다니엘 판바위턴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잡고 있다. ⓒ epa 연합
한국에도 숙제는 주어졌다. 가장 잘 분석하고 집중적으로 대비한 러시아전에서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알제리·벨기에와의 경기에서는 버텨내지 못했다. 유럽파의 비중이 23명 중 10명으로 역대 대표팀 중 가장 많지만 그들만의 경쟁력으론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투혼을 강조해봤자 실력을 극복하긴 쉽지 않다는 게 주요 분석이다.

홍명보 감독은 “투혼은 밑바탕에 깔린 기본적인 것들이 잘 완성된 뒤 얹혀져야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투혼만 갖고는 이길 수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KBS의 이영표 해설위원도 “경기 중에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멘털리티가 중요하다.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을 던지는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게 전부가 돼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극한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특별한 정신 무장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기량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 축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술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 기량만으로 상대팀과 제대로 붙을 수 있었던 선수는 손흥민·기성용 정도였다는 게 냉철한 평가다. 전체 선수의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한국  축구는 답보 상태일 수밖에 없다.

6월27일(한국 시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에서 이청용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 등 축구 신인류에 거는 기대

그런 면에서 1990년대에 태어난 한국 축구의 신인류가 눈에 띈다. 이전의 한국 선수들과는 달리 이른 나이에 원숙한 기술을 갖췄고, 상대가 누구든 대범한 플레이를 펼친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1992년생인 손흥민과 1991년생인 김승규가 눈에 띄었다. 손흥민은 러시아전에서의 슛 실수를 알제리전에서의 활약으로 만회했다. 홀로 3명의 수비수를 돌파하며 찬스를 만드는 손흥민의 플레이는 알제리전 완패에도 유일하게 위로가 됐다. 김승규는 정성룡에게 밀렸다가 벨기에와의 마지막 경기에 출전해 큰 인상을 남겼다. 비록 실점을 허용했지만 7개의 선방을 펼쳤고, 뛰어난 반응력과 차분한 판단력으로 골키퍼 포지션의 새 희망이 됐다.

그에 비해 박주영·정성룡으로 대표되는 기존 주축 선수의 활약은 저조했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여론의 강한 반대에도 원칙을 깨면서까지 선발한 박주영은 2경기에서 단 하나의 슛도 기록하지 못하며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홍명보 감독도 결국 박주영과 정성룡을 벨기에전 선발 명단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었다. 두 선수가 빠진 상황에서 벨기에전 경기력이 알제리전보다 나았기 때문에 뿔난 팬심은 더욱 강한 불만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차기 월드컵에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대신 K리그와 해외 무대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들이 4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발전해 대표팀에 입성하느냐가 러시아월드컵 성공의 키가 될 수 있다. 이미 K리그 정상급 선수로 올라선 김승대(1991년생)·윤일록(1992년생)을 비롯해 이재성(1992년생)·손준호(1992년생) 등이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대표팀의 새로운 주력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스페인에서 뛰고 있는 바르셀로나 3총사 이승우·백승호·장결희와 만 19세에 K리그 챌린지(2부)를 접수한 서명원(1995년생) 등 유망주의 성장이 가속도를 받는다면 4년 후에는 일신한 모습의 대표팀이 월드컵에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