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출신 친박 대부는 최필립...정윤회는 확인 안 돼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7.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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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에서 서울고 출신 대약진…“배후에 그림자 권력 작용” 주장도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박근혜정부의 인사 난맥상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인사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그는 법사위에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는 인물이다. “기존 인사 시스템을 검증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청와대 인사 문제를 제대로 짚어볼 수 없으니, 비선 권력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보를 여러 번 받았다. 특히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화룡점정 같은 사건이 됐다. 앞으로는 만만회(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말) 등 비선 측근들에 초점을 맞추고 보자는 분위기다.”

이 인사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야당의 대표적인 저격수들이 연달아 내놓은 발언들과 맥을 같이한다. 6월20일 새정치연합의 신경민 최고위원은 잇단 인사 잡음에 대해 “만약 또 다른 ‘비밀 측근’이 그랬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 떠돌던 현 정권의 비선 권력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5일 후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창극 전 총리 지명자 추천은 비선에서 했다. ‘만만회’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에는 박영선 원내대표가 “만만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현명관 한국마사회 회장 체제 이후 용산 경마장 문제가 더 밀어붙여지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 ⓒ 시사저널 자료사진
특히 야권에서는 최근 청와대의 비선 권력과 관련해 서울고 인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가 임명됐다고 하면 서울고 출신인지 확인하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 최필립 이사장, 서울고 동문에 남다른 애착

실제 현 정권 들어 서울고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서남수 교육부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서울고 출신이다. 서울고는 1974년 고교 평준화 실시 전 경기고·경복고·용산고와 함께 서울 지역 4대 명문고로 꼽혔다. 이 때문에 “명문고에서 인물이 많이 나오는 게 뭐 그리 이상한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서울고 인맥 약진이 화제가 되는 것은 특히 현 권력의 이른바 ‘비선 실세’라고 지칭됐던 인물들이 그 배경으로 함께 거론되기 때문이다.

서울고 출신 대표적 친박 실세로는 1회 졸업생인 고(故)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들 수 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당시 영부인 역할을 수행하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를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2002년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직접 창당한 한국미래연합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박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맡는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 전 이사장은 특히 서울고 동문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실제 생전의 그는 서울고 동창회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이 동창회보 등 서울고와 관련된 자료들을 확인한 결과, 그는 지난해 타계하기 전까지 서울고 총동창회 대표 고문을 맡았다. 동문회에서 어른 역할을 한 셈이다. 2010년엔 발전회비로 100만원을 내기도 했다. 같은 해 열린 ‘서울인의 밤’ 행사에서는 동창회 지도부와 함께 케이크 커팅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자랑스러운 서울인상’ 수상도 함께 이뤄졌는데 수상자 5명 안에 포함된 인물이 문창극 전 후보자였다.

개교 당시부터 이북의 공산당을 피해 내려온 학생들이 많았던 서울고의 학풍은 유독 반공의식이 투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학생들의 반공의식이 강해 6·25 때 학도병이 가장 많이 지원해 전사한 학교이기도 하다. 6·25 당시 몸을 던져 부하들을 구한 강재구 소령의 흉상 등 국내 교육기관 중 유일하게 3개의 보훈 시설을 보유했다. 2010년은 ‘서울고 동문 6·25 참전 60주년 기념의 해’로 관련 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꾸려지기도 했다. 이때 역대 동창회장단 10명과 함께 고문단으로 들어간 이가 바로 최 전 이사장이었다. 최 전 이사장의 아들 역시 서울고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이사장 외에 현 정권의 여러 실세들도 서울고와 함께 회자된다. 새정치연합에서 청와대 인사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계기는 ‘문창극 인사 파동’ 때부터였다. 정상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에서는 나올 수 없는 후보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서울고 인맥과 관련한 비선이 거론됐는데, 처음엔 친박 원로 그룹 7인회, 그중에서도 서울고 동문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부각됐다. 그러나 그를 포함한 복수의 7인회 멤버들은 문창극 총리 후보 지명과 관련해 “7인회와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난 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4 서울인의 밤’ 행사. 왼쪽 아래는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 ⓒ 시사저널 자료사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서울고 출신

7인회가 문창극 전 후보자 인사와 관련이 없다고 밝힌 후 지목된 이는 박 대통령의 핵심 비선 인물인 정윤회씨다. 이번에도 정씨가 서울고 출신이라는 점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에서 서울고 출신들의 약진 뒤에는 정씨가 큰 작용을 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정씨가 서울고 출신인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사저널은 정씨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서울고 졸업생들을 접촉했다. 그러나 이들은 하나같이 “정윤회라는 인물이 우리 동문인지 여부는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 검색 포털에는 여전히 ‘정윤회’와 ‘서울고’가 연관검색어로 나오고 있고 정씨가 서울고 출신이라는 글과 기사도 버젓이 게재돼 있다. 정호성·안봉근 청와대 부속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비서진 3인방’으로 꼽히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역시 서울고 출신이다.

서울고는 특히 동문들 간 유대가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고 명문고라는 경기고 출신도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마치 서울대에 맞서는 고려대의 결속력을 보는 듯하다. 특히 서울고가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알려진 산업자원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에 오래 몸담아온 인사는 “서울고 출신은 요란하게 티를 내지 않지만 서로 잘 뭉치고 끌어준다. 경기고 출신으로서 부러웠던 점”이라고 전했다. 비선 권력의 핵심 인사들이 서울고 출신이라는 점과 서울고 특유의 ‘끈끈한 학풍’의 결합이 현 정권 들어 유독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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