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뒤에 누군가 있는 것 같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7.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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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 송씨 청부살해 혐의 서울시의원 5억원으로 부지 용도변경 위한 정·관계 로비 가능성

김형식 서울시의원(44)은 7월3일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재력가 송 아무개씨(67)를 살해하도록 청부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의원과 실제 살인을 실행에 옮긴 팽 아무개씨(44)의 신병과 수사 기록 서류 일체를 서울남부지검으로 인계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살인교사 입증 자료는 김 의원과 팽씨의 통화 기록, 김 의원과 송씨 간에 작성된 차용증, 팽씨의 살인청부 진술 등이다. 김 의원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장성원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과장은 “김 의원은 자신의 진술로 작성된 경찰 조서를 자신이 읽고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인정할 정도로 진술이 오락가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이 법정에서 팽씨의 진술을 인정하지 않으면 살인교사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 검찰은 김 의원의 자백이나 녹취와 같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러나 차용증 외에 별다른 증거가 없다면 김 의원은 살인교사 혐의를 벗을 수도 있다. 김 의원과 송씨 사이에 단순 채권·채무 관계를 입증하는 차용증은 살인교사의 직접적인 동기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검찰은 김 의원이 송씨로부터 받은 5억2000만원의 행방을 밝히는 일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 돈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다면 이번 사건은 ‘김형식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다.

7월3일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이 서울 강서경찰서를 나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김 의원은 그 돈을 단순 채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 대가성이라는 게 밝혀졌다. 장 과장은 “송씨가 은행 거래는 물론 개인 간에도 돈 거래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 지역에서 다 알려진 사실”이라며 “담보나 이자도 없이 돈을 빌려줄 리 없고, 만일 꼭 받을 돈이라면 말로 하지 않고 압류 등으로 신속하게 돈을 회수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5억2000만원은 송씨가 2010~12년 자신의 부동산 부지 용도를 변경해주는 조건으로 김 의원에게 준 돈이다. 일반 용지를 상업 용지로 바꾸면 현재 250%인 건물 용적률이 최대 800%까지 늘어나고, 최고 20층짜리 건물을 증·개축할 수 있다. 유흥시설과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어서 3000억원대의 자산은 순식간에 1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송씨에게 5억원은 부담 없이 투자할 만한 금액이었던 셈이다. 김 의원은 지장을 찍은 차용증을 송씨에게 건넬 정도로 용도변경에 자신감을 보였다.

단순 빚 독촉 때문에 살인교사 했을까 의문

송씨는 수년간 자신의 부동산 증축 일을 맡아온 건축가 한 아무개씨에게 건물 증축 설계를 의뢰했다. 한씨는 4층짜리 건물을 8층으로 증축하는 설계도를 만들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이 6·4 지방선거 전인 2014년 5월까지 토지 용도변경을 처리할 것이라고 송씨가 말했다”며 “김 의원이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고 증축 도면을 만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송씨는 자기 아들에게도 “조만간 용도변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12년 주택과 산업 지역이 혼합된 준공업 지역에 호텔급 생활숙박업이 가능하도록 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물 높이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의 조례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모든 개정안은 강서구·서울시·국토교통부 등 해당 관청의 반대로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일개 시의원에게 토지 용도변경 권한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토지 용도변경은 강서구뿐만 아니라 서울시, 국토교통부 등과 사전 협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 강한 자신감을 보인 이유는 단순 거짓말이었거나, 정·관계 결정권자를 움직일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건국대 교수는 “송씨가 김 의원에게 준 돈은 부동산 용도변경을 위한 로비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송씨는 김 의원을 압박했고, 김 의원은 송씨의 끄나풀에서 벗어날 수단이 필요했다. 그는 10년 동안 알고 지낸 팽씨를 끌어들였다. 팽씨는 고교 졸업 후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해오다가 민주당 당직자였던 형을 통해 2000년대 초 당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의 보좌관이던 김 의원을 소개받았다. 팽씨는 2008년 부도를 맞은 뒤 김 의원에게 사업 자금으로 7000만원을 빌려 쓸 만큼 신세를 졌다. 그렇지만 7000만원 빚 탕감을 살인을 실행한 동기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확증 편향’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한번 좋게 보면 더러 나쁜 일이 있어도 좋게 보려는 성향이 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팽씨는 평소 김 의원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녔다. 

이런 팽씨는 김 의원 입장에서 이용하기 좋은 ‘도구’였을지도 모른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조직폭력배보다 자신의 지시를 잘 따르는 팽씨가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공안에 잡히면 자살하라고 했다는 김 의원의 말에 따라 팽씨는 운동화 끈으로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다.

김 의원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다시 한국 경찰에 검거된 팽씨는 별다른 저항 없이 범행을 자백했다. 이미 저지른 범행으로 심리적 갈등이 심한 상태에서 처자식을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봉한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인의 자백 단계에는 4단계가 있는데, 부인·거부·우울·타협의 과정을 거친다”며 “수사관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팽씨는 범행을 부인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심리적 판단에 따라 모든 것을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팽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이 2012년 말 송씨에게 5억원가량을 빌렸는데, 송씨가 ‘빌린 돈을 빨리 갚지 않으면 의원 생활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한다”며 “송씨를 죽이고 차용증을 가져오면 그동안 빌려간 돈 7000만원을 탕감해주고, 중국에서 가족들과 편히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의원이 청계천에서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를 구해 팽씨에게 전달해 살인을 독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단순 빚 독촉 때문에 살인을 교사했을 것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는다. 김 의원의 재산은 약 7억원이고 처가 쪽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5억원을 갚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울시의회의 한 의원은 “100건이 넘는 개정안을 낼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성실한 사람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이 선거운동 당시 사용했던 사무실 건물(왼쪽 ⓒ 시사저널 임준선)과 살해당한 송씨 소유의 스포츠센터 건물(서울 염창동 ⓒ 시사저널 박은숙).
결정적 증거 없으면 살인교사 입증 힘들 수도

그러나 김 의원은 팽씨의 중국 도주를 도왔으면서도 그 후 팽씨의 부인을 만나 팽씨의 거취를 묻는 등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다. 또 6·4 지방선거 때는 강서경찰서 맞은편에 있는 의원 사무실에서 유세 활동을 활발히 했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정치인의 특성상 6·4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인으로서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해 살인을 계획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봉한 교수는 “김 의원이 ‘나는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사람인데 송씨와 같은 악덕 재력가에게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사건을 여러모로 볼 때 김 의원을 배후에서 봐주는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의혹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5월22일 중국 공안에 체포된 팽씨가 한국으로 송환된 날짜(6월24일)는 경찰 내부에서도 비밀이었다. 팽씨가 강서경찰서에 도착하자 한 변호사가 팽씨를 찾아와 “살인교사가 아니라 상해치사다. 배후는 없다”는 말을 했다. 팽씨가 송씨를 때리다 보니 사망했고, 김 의원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팽씨의 친인척은 변호사를 선임한 바 없다.

즉 팽씨의 국내 송환 일정을 아는 제3자가 변호사를 보낸 것이다. 그 변호사는 김 의원의 친형(전 부장검사)과 고등학교·사법고시 동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부장검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의원의 형은 2007년 한성컨트리클럽 운영권을 뺏기 위해 강 아무개 사장을 납치하고 감금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살았다. 김 의원이든 그 친형이든 정·관계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김 의원의 범행이 입증되면 형법에 따라 팽씨와 공동정범이 되므로 동일한 형벌을 받게 된다. 2002년 벌어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에서 살인을 청부한 영남제분 회장 부인과 청부살인업자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해 팽씨보다 높은 형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김 의원이 진실을 털어놓으면 정상 참작으로 감형이 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


 


김형식 서울시의원은 

1970년생인 김형식 서울시의원은 한신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낸 ‘386 운동권’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신기남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캠프 기획위원을 지냈고, 이후 열린우리당 최연소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서울시의원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다. 4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에 재도전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시의원에 당선됐다. 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도시계획관리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강서구 제2선거구에 출마해 재선됐다.


 
 

피살된 송 아무개씨는 


살해된 60대 재력가 송 아무개씨는 18년 전 화물차 운전기사였다. 1996년부터 아내와 8촌지간인 재일교포 이 아무개씨의 국내 부동산 관리인 역할을 하며 부동산 임대업 일을 익혔다. 아흔을 넘긴 고령의 이씨가 2002년부터 지병으로 투병 생활을 시작했고, 재산 관리에 소홀한 틈을 노린 송씨는 이씨의 사업체 법인 도장이 찍힌 매매계약서를 만들었다. 서류상으로 그 회사를 폐업 처리하고, 송씨는 그 업체를 이름만 바꿔 자기 소유로 만들었다. 이처럼 가짜 서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서울 종로구와 강서구 일대 땅과 건물 등(당시 1000억원 규모)을 20억원에 매입했다. 2004년 이씨가 사망하자 송씨는 임대보증금을 올리고 권리금을 빼돌리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돈을 끌어모았다. 저항하는 세입자는 폭력을 써서 내쫓았다. 송씨는 지역에서 상당히 평판이 나빴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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