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능력 부족
  • 김태일 | 영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 승인 2014.07.1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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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꿈나라를 왔다 갔다 한 경북 지역구의 이완영 의원.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삿대질을 한 대구 출신 조원진 의원. 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다만 뭔가 좀 모자랄 뿐이다. 무엇이 모자라는 것일까.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의 부족은 이들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것은 현장 대응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무너뜨린 것은 공감 능력의 부족이었다. ‘고통받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국민의 마음은 박 대통령으로부터 떠나버렸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서버렸다.

공감 능력이란 함께 아파하는 능력을 말한다. 지치고 힘든 국민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아픈 다리를 서로 기대는 따뜻한 가슴의 크기를 말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때 이른 책임 추궁과 어정쩡한 위로가 전부였다.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했던 많은 사람은 대통령의 그런 말을 유체 이탈 화법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국민을 좌절감에 빠지게 만든 것은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가 여야, 진보·보수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에 성찰적 질문을 던진 사건이었다는 점을 간과했다. 1987년 6월항쟁이 우리 정치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온 충격이었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배가 우리 경제 시스템의 해체를 가져온 충격이었다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삶의 의미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충격이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마음이 바빴던 것 같다. 진정성 있는 공감보다는 승리에 마음이 더 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절망에 빠진 국민과 더불어 슬픔과 외로움 그리고 공포와 불안감을 함께할 생각보다는 쉽게, 정말 안이하게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쪽으로만 가버렸다. 국민 눈에는 새정치연합 역시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로 보였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과 공감하려고 했던 지도자들은 모두 성공했다. 큰 이슈를 던지면서 뜨거운 쟁점을 만들어 지지자 마음을 동원해내는 기존의 선거운동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대신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수용성 높은 이슈를 던지며 슬며시, 겸손하게 지지자를 설득해나가는 공감의 방법이 눈길을 끌었다. 선거운동 기간에 박원순·안희정·최문순·김부겸이 그랬고, 선거 후 원희룡·남경필·권영진이 그렇게 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여야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모든 세력의 공감지수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지는 승부는 7·30 재·보궐 선거다. 여야 모두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의 핵심은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전당대회로 가는 도중에 새누리당은 20대의 청년을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했고, 원내지도부를 새로 뽑은 새정치연합은 공천 과정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다. 두고 볼 일이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은 새누리당이, 당내 분파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공감 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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