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감사원, '철피아' 관련 허위 자료 제출했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7.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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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와 유착 의혹 감사관의 감사 참여 기간 축소해 국회 제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철피아(철도+마피아)’의 비리 사슬에 감사원까지 얽혀들고 있다. 감사원이 ‘민관 유착’ 혐의를 받고 있는 감사관 김 아무개씨와 관련해 국회에 허위 자료를 제출해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는 현재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레일 체결 장치 감사 과정에서 납품업체 AVT에 특혜를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인물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당초 철피아 사건과 관련해 감사관 김씨가 철도시설공단의 3차 감사 때인 2011년부터 감사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임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직접 감사원장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 김씨는 1차 감사가 시작된 2006년부터 감사에 참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왜 이런 단순한 사실을 은폐한 것일까. 5년이란 시간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 철피아의 비리 카르텔이 숨어 있다.

감사원 본관에서 펄럭이는 감사원 깃발. ⓒ 시사저널 사진자료

감사원 국회 답변과 자료 내용 달라

김씨는 서울메트로 소속으로 감사원에 파견돼 레일 체결 장치와 관련한 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모든 분야를 전문적으로 살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사를 할 때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외부 감사를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런 차원에서 파견된 이가 바로 감사관 김씨였다. 김씨는 서울메트로 입사 이후주로 궤도 토목 분야 담당자로 일하며 외부 초청 강사로 활동하는 등 해당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씨는 AVT사 제품 시공법(철도 레일 콘크리트상 궤도 구조 및 그 시공 방법)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AVT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떠나 김씨가 감사에 참여한 것 자체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김씨가 참여한 일련의 감사 과정을 거치며 기존에 깔려 있던 제품 대신 AVT사의 제품이 채택됐다. 그가 현재 검찰 수사를 받으며 이번 철피아 사태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되고있는 이유다.

이번 철피아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주요 부분 중 하나는 레일 패드(열차 운행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철로 밑에 까는 고무로 된 판)와 관련한 것이다. 2006년부터 2011년에 걸쳐 세 차례 감사가 이뤄지며 기존 제품이 걷히고 AVT사가 납품하는 제품이 깔리게 됐다. 검찰이 철피아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이던 임내현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레일 체결 장치 감사에 참여했던 서울메트로 소속의 김 감사관이 언제부터 감사원에 파견돼 철도시설공단에 대한 감사를 벌였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감사원에 질의서를 보냈다. 당시 감사원은 “실지감사 기간인 2011년 8월11일부터 9월30일까지 외부 전문 인력으로서 감사에 참여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해당 기간은 레일 체결 장치 관련 마지막 감사인 3차 실지감사가 이뤄진 때다.

이후 법사위로 자리를 옮긴 임 의원이 최근 감사 참여자 명단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이전 감사원의 답변서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임 의원은 7월7일 법사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황찬현 감사원장에게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레일 체결 장치 감사 관련 참여자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다. 업무보고 자리에서 급작스레 이뤄진 요청에 해당 자료는 바로 그날 저녁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자료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기존 감사원이 공개한 내용과 달랐다.

서울메트로 소속 김씨는 2011년이 아닌, 해당 감사가 시작됐던 2006년부터 감사반원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6년 11월13일부터 12월1일까지 진행된 1차 실지감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맡은 업무는 ‘사업계획 수립 및 궤도 설계 등 시설 안전 분야’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2010년 2월부터 3월 사이 이뤄진 2차 감사 때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는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간 노반 및 궤도 등 공사 설계 시공’ 부문을 담당했다. 이번 철피아 사태와 관련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는 감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씨는 1차 감사부터 마지막 3차 감사까지 전 과정에 다 참여했던 것이다. 이는 그가 이미 초창기부터 해당 감사에 참여해 감사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감사원이 김씨의 감사 기간을 축소해 알려준 것도 이런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그렇게 이뤄진 감사 결과 어떤 조치가 내려졌을까. 시사저널은 당시 1차 감사가 이뤄진 후 감사원이 내놓은 감사보고서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했다. 그 결과 조치 사항으로 “레일 패드의 두께뿐 아니라 강성 변화도 고려하도록 패드 교체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레일 패드를 교체할 때는 해당 패드의 두께를 기준으로 판단했는데, 앞으로는 고무의 ‘탄성 변화’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라고 권고한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새로운 기준은 기존에 깔려 있던 제품이 AVT사의 것으로 교체되는 근거가 됐다. 이후 2차, 3차 감사를 거치며 기존에 깔려 있던 레일 패드 29만장을 교체하라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AVT사가 납품하는 제품이 쓰이게 됐다.

감사원 “전달 과정에서 생긴 차이, 고의성 없어”

검찰은 철도 관련 감사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AVT사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 감사원 소속 한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그가 AVT사에 유리한 감사를 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AVT사 제품의 특허를 갖고 있던 김씨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원은 이번 철피아 사태와 관련해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감사관 김씨를 감싸 진실을 감추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임 의원은 “감사원의 이번 철도시설공단 관련 답변은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다. 이번 지적에서 나아가 향후 국정감사 때도 이 문제를 분명히 짚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감사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지난해 (임 의원이) 자료요청을 하며 했던 질문은 ‘김씨의 철도시설공단 감사관 파견근무 기간’이라고 돼 있다. 명확지 않은 질문이었지만, 당시 2012년도 감사결과를 놓고 예결위에서 질문이 많았기 때문에 짐작으로 그 당시 감사에 참여했던 것을 적었는데 제출하기 전 예결위가 끝나버려서 주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임 의원이)또다른 자료를 다시 요구해 갖다줬고 이것이 최근 제출 자료 내용과 차이가 생긴 것이지 일부러 은폐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반론했다.

논란의 주인공인 서울메트로 소속 김씨는 “나는 해당 공법과 관련해 발명자일 뿐 특허권은 서울메트로가 갖고 있다. 철저히 기술적 부분만 고려해 감사했을 뿐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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