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꺼뜨렸던 ‘별장 성접대’ 불씨 되살아나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7.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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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무개씨 “동영상 속 여성은 바로 나”…김학의·윤중천 고소로 2라운드 접어들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루 의혹으로 정치권과 사정기관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이른바 ‘유력 인사 별장 성접대’ 사건이 1년여 만에 이슈로 부상했다. 별장 성접대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자신의 강원도 원주 별장에 김 전 차관 등 유력 인사를 불러 성접대 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초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인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김 전 차관과 윤씨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배임 등의 혐의로 윤씨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 전부였다.

“김학의 외 다른 유력가에게도 성접대 강요”

그런데 사건 당시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피해 여성 이 아무개씨가 7월8일 김 전 차관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윤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 강요)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윤중천 회장의 원주시 부론면 별장. 작은 사진은 별장에서 벌어진 성접대 파티. ⓒ 시사저널 임준선·뉴시스
이씨는 재수사를 요청하며 수사기관이 확보한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이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월 직접 확인한 바 있는 문제의 동영상은 2분 분량으로, 노트북에서 재생되는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다시 찍은 것이다. 이 영상에는 속옷 차림의 남성이 30~40초가량 노래를 부르다 한 여성과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다.

동영상이 직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은 여기에 등장하는 남녀가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과 김 전 차관의 성문(목소리) 분석까지 했지만, 판독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무엇보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으로 지목된 이씨가 본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유야무야 끝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김 전 차관과 윤씨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하며 문제의 동영상이 촬영될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이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다.

 

피고소인들(김 전 차관, 윤씨)은 2007년 말경부터 2008년 초경 사이에 원주시에 위치한 피고소인 윤중천의 별장 3층 가라오케에서, 피고소인 윤중천은 고소인(이씨)에게 속옷을 벗고 피고소인 김학의와 블루스를 추라고 하고, (중략) 피고소인 윤중천은 이러한 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하여 촬영하였습니다.

 

성관계 자체가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강요에 의해서 이뤄졌다는 진술도 이어졌다.

 

피고소인 윤중천은 고소인에게 약을 탄 술을 강제로 먹이고 (중략) 피고소인 윤중천은 “어제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법조인인데 엄청 무서운 분이야. 이제부터 내 말 잘 들어. 내가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는 개가 되는 거야! 알았어?”라며 고소인의 얼굴을 수차례 때리며 협박하였습니다. 고소인은 ‘고소인이 말을 안 들으면 고소인을 촬영한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시키고 고소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겠다’는 피고소인 윤중천의 협박에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이러한 일은 단지 원주 별장에서뿐만 아니라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피고소인들은 2008년 1월경부터 같은 해 초순경 사이에 서울에 있는 고소인의 집에서 피고소인 윤중천은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하여 윤중천의 강요로 고소인을 촬영하고, 피고소인 김학의는 고소인이 피고소인 윤중천에게 이를 촬영하지 말라고 하였음에도 피고소인 윤중천을 제지하지 않고, 이어 그곳 거실에서 피고소인 윤중천과 함께 고소인을 촬영하였습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이씨의 고소장 내용에는 훨씬 구체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성관계 묘사가 있었지만, 이를 그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였다.

2008년께 윤씨가 이씨를 횡령죄로 고발한 일이 있었다. 이씨가 당시 조사 과정에서 강간·성접대 등 피해 사실을 문제 삼으려 하자, 윤씨가 찾아와 “김학의 형만 아니면 너 그리고 네 가족들을 조용히 묻어버렸을 것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살아라. 아주 죽으려고 용을 쓴다”고 협박해 윤씨를 고소할 수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질 신문 해서라도 낱낱이 밝히겠다”

이씨는 윤씨가 김 전 차관 외에도 여러 유력가들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윤씨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인해 2006년 7월 초순경부터 2008년 2월경까지 전 대기업 회장, 건설사 대표, 그룹사 대표, 병원장 등과 성관계를 갖게 됐다며 해당 인물들의 실명을 적시했다.

이씨는 고소장에서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씨는 “(2008년 윤씨가 제기한 고소 사건 당시) 담당 형사에게 그동안 피해 사실(강간·성접대)을 이야기했지만, 담당 경찰관은 횡령과 관련된 사실만 진술하라고 하였고, 그 후 다시 연락을 받고 서초경찰서에 갔을 때 담당 경찰관이 ‘김학의 얘기가 나오고 하니 본인(담당 경찰관)이 중간에서 힘들다’면서 ‘윤중천이 할 말이 있다고 하니 두 분이 잘 해결해보라’고 하였다”고 밝혔다.

이씨는 검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폭력·폭력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윤씨가 이씨에게 전셋집을 얻어주고 가게를 운영하게 해줬던 것을 이유로, 이씨의 강간 및 폭행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는 모두 피고소인(윤씨)이 경제적으로 고소인(이씨)을 속박하여 피고소인의 올가미에서 고소인이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 한 것이고, 전셋집 역시 성접대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얻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씨는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동영상에 버젓이 고소인과 성관계를 하고 있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인을 알지도 못한다고 거짓 진술한 피고소인 김학의, 그리고 김학의와 함께 수차례 고소인을 강간하고 고소인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한 적이 있음에도 이를 부인한 피고소인 윤중천과의 대질 신문을 통해서라도 피고소인들의 범죄 사실을 낱낱이 밝히고 싶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이씨의 고소 사건을 지난해 이 사건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다시 배당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애초부터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도 다시 술렁이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장관에게 “만약 수사를 해서 사실로 밝혀진다면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 특임검사를 통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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