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의원 숨겨둔 재산 꼬리 밟혔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7.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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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 일대 차명 부동산 보유 의혹…기업 차명 지분 재산신고 누락도

운전기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폭로와 측근들에 대한 기업체 월급 대납 및 임금 착취 논란 등으로 촉발된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인천 중·동구·옹진)에 대한 검찰의 비리 수사가 한 달을 넘기고 있다. 인천지검 해운 비리 특별수사팀은 6월14일 박 의원 아들 집을 압수수색해 발견한 현금 6억원과 운전기사가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신고한 3000만원의 출처 조사를 완료하면 박 의원을 소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거액의 뭉칫돈이 6·4 지방선거를 전후로 박 의원이 거둬들인 공천 헌금이거나 그동안 기업체로부터 거둬들인 불법 자금이라는 단서는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전기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계좌추적팀을 구성해 박 의원 관련 계좌를 분석하며 현금의 출처와 사용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박 의원이 양평 집 실소유자 의혹”

박 의원 수사가 진행되면서 거액의 돈뭉치 출처와 함께 기업 유착 등 각종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세간의 관심은 박 의원이 실제 보유하고 있는 재산으로 쏠리고 있다. 박 의원은 2014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자신과 배우자의 재산을 총 49억9000여 만원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박 의원 주변에서는 “박 의원이 숨겨놓은 재산이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박 의원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돈을 명의신탁 방식을 이용해 차명 재산으로 축적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사저널은 박 의원의 은닉 재산에 대해 집중 취재를 시작했다. 취재 결과, 실제 박 의원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될 만한 재산이 드러났다.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이 6월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동료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한강로를 따라 주택과 식당 등이 즐비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일대. 7월6일 기자가 양수리 일대를 찾았을 때는 휴일을 맞아 양서문화체육공원과 양수리 환경생태공원에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다. 인근 박물관에서 연꽃 전시회가 열리면서 관광객들로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양평축협을 지나 북한강로를 따라 1㎞ 북쪽으로 가면 박상은 의원이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주택이 한 채 나온다. 양서면 양수리 506-XX번지에 있는 이 주택은 대지면적 315㎡(95.3평)에 건평은 153.16㎡(46.3평) 규모다. 이 주택은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른바 목이 좋은 곳에 있다. 인근 주민들은 “풍광이 좋고 비가 많이 와도 항상 수위가 유지돼 물이 넘치는 일이 없으니 주택 부지로 더없이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등기부등본상 현재 이 건물과 토지의 소유주는 김 아무개씨로 돼 있다. 김씨는 2004년 12월 이 부동산을 매입해 취득한 것으로 돼 있다. 김씨는 박 의원의 매제로 확인됐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주택 매물이 잘 나오지는 않지만 평당 500만~6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시세를 고려하면 해당 부동산의 시가는 최대 5억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해당 부동산의 실소유자가 서류상과는 달리 박 의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박 의원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박 의원이 2002년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후 한때 이곳에 짐을 넣어두고 생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박 의원의 여동생의 가족이 들어와 살면서 박 의원의 짐은 2013년께 일부 옮겼지만 실제 박 의원이 차명 보유한 재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인천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다.

박 의원의 차명 소유 의혹을 뒷받침할 다른 증언도 있다. 인근 주민은 “(해당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는 설탕회사의 부회장을 지냈고 시장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인사”라며 “(낙선한 인사가) 부득이하게 명의신탁을 해서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주택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고 너무 방치돼 있어 땅을 매도하라고 요구했지만 팔려고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부동산 차명 소유 의혹에 대해 박 의원실 관계자는 “박 의원이 경기도 양평 땅을 보유한 적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매제인) 김씨에게 팔고 이미 처리한 부동산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씨가 소유하기 이전 소유자는 서울 목동에 살고 있는 이 아무개씨로 나타나 박 의원 측 해명과는 거리가 있다.

박상은 의원이 차명으로 보유한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양평 양서면의 주택이 나무 사이로 보인다. ⓒ 시사저널 이승욱
인천 지역 기업 지분 차명 보유도 드러나

박상은 의원이 올해 3월 공직자 재산신고 당시 신고한 총 재산은 부채(-11억여 원)를 포함해 49억9000여 만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토지와 건물)의 현재 가액은 49억8000여 만원이다. 토지로는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와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건등리 등지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총 5필지의 임야를 신고했다. 보유 건물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연립주택과 신사동 사무실, 인천시 동구 송현2동 주공아파트(전세권) 등 3건이다. 토지의 현재 가액은 13억3000여 만원, 건물은 36억4000여 만원 등이다.

하지만 경기도 양평 주택 이외에 박 의원의 고향인 인천 강화도 삼산면 매음리 일대에도 차명 부동산을 소유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박 의원의 형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펜션이 대표적이다. 삼산면 매음리 650-XX의 ㅂ펜션 부지(1057㎡)는 박 의원의 모친 고 아무개씨가 지난 1995년 5월 취득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고씨의 나이는 70세였다. 펜션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ㅂ펜션 운영자는 자주 바뀌는 편인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상은 의원이 실제 소유주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삼산면 매음리 일대는 CJ그룹이 온천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집중적으로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석모도에 있는데, 2000년대 들어 개발 호재가 많았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박 의원과 연관되었다고 의심되는 차명 재산으로 부동산 이외에 기업 투자 지분도 드러났다. 박 의원의 경제특보 급여를 대신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천 지역 전기공사 및 부동산 임대업체인 ㅅ사가 박 의원이 차명으로 지분 투자를 한 기업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기업 정보 검색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1986년 설립된 이 회사(자본금 19억5000만원)는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김 아무개씨 등 3명이 각각 50%, 30.26%, 19.74%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을 뿐 박 의원의 이름은 등재돼 있지 않다.

박상은 의원 어머니 명의 부지에 지어진 펜션. 이 펜션의 실소유주가 박 의원이라는 설도 있다. ⓒ 시사저널 이승욱
재산 고의 누락 시 국회 차원 중징계 가능

그런데 ㅅ사의 지분 중 50%는 박 의원이 차명 보유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ㅅ사의 주주로 있는 김씨는 2005년 강화도 일대 임야를 4억원에 산 지 3년 후 임야를 담보로 해서 시행사로부터 8억원을 받는 ‘여신거래 계약’을 맺었다. 김씨는 세금과 제반 비용을 빼고 남은 차익 3억6000만원 가운데 절반인 1억8000만원을 박 의원에게 줬다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박 의원도 ㅅ사에 2004년 2억2000만원을 투자했고 현재도 박 의원이 이 회사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박 의원이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지분 보유 사실을 밝히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박 의원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팩트”라면서도 “왜 차명으로 지분 투자를 했고, 재산신고에서 누락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차명 재산 보유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향후 박 의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국회의원이 재산을 고의로 누락했을 경우 해임 등 중징계를 국회의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운전기사 “불법 정치자금 더 있다” 


인천지검 해운 비리 특별수사팀이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측근들의 비리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박 의원의 운전기사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박 의원의 차량에 3000만원 이외에도 5500만원의 현금이 더 있었다는 진술을 한 것이다.

7월8일 박 의원의 운전기사 김 아무개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난 5월27일과 29일 박 의원의 차량에서 각각 3500만원과 2000만원의 돈뭉치를 봤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돈뭉치를 찍은 사진도 검찰에 제출했다. 김씨는 “차량 안에서 서류를 가져오라는 박 의원의 지시를 받고 차량에 갔다가 돈뭉치를 보고 검은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박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지인에게 수십억 원대 대출을 받도록 도와준 뒤, 3억원의 사례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인천 서구 모 장례식장 대표 임 아무개씨를 7월4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09년 3월 임씨가 지인에게 “은행 대출 한도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도록 도와주겠다”며 접근했고, 이 지인이 경기 김포시 소재 상가 건물을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47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실제 대출이 이뤄지자 임씨는 “힘을 써준 박 의원에게 사례를 해야 한다”며 3억원을 요구해 지인으로부터 받아냈다.

검찰은 6월18일 임씨를 긴급체포해 구속했다. 검찰은 임씨가 단순 과시를 위해 박 의원을 거론했는지, 박 의원이 실제 대출 청탁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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