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서는 여름과 겨울 방학 기간을 대목으로 꼽는다. 문화생활과 담을 쌓고 지내던 사람도 자녀를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학 대전’이란 말이 나왔다. 최근에는 상업적인 대형 전시도 이 기간을 겨냥한 관람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거장’ ‘명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전시가 줄을 잇는 것도 이 시기다. 이번 여름 기간에 가볼 만한 전시를 소개한다.
국내에서 규모 있고 체계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곳은 아무래도 ‘국립’ 기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 전시는 이름에 걸맞게 시간이나 발품이 아깝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물학-디자인과 예술> 전시에선 최근 해외 유명 비엔날레에 한국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는 중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회화·조각·뉴미디어·공예·디자인 등 요즘 각광받고 있는 ‘시각예술 작품’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러 시각예술 작품의 경향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소리와 빛을 이용해 감각을 일깨우는 현대미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대림미술관의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전도 볼만하다.
방학 대전에 빠질 수 없는 이른바 ‘해외 명화’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오르세 미술관전>이 으뜸이다. 한 화가에 집중된 전시로는 한가람미술관의 <뭉크 전>을 꼽을 수 있다.
동양화 전시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와 DDP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문화전> 2부를 꼽을 수 있다. <간송문화전> 2부에는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등 간송미술관의 국보급 미술품 114점이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는 유교문화권으로 분류되는 한·중·일 삼국에서 같은 주제가 어떻게 변주되고 있는지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다.
동양 전통 회화에서 산수화는 실제 지형을 보고 그린 게 아니라 일종의 판타지로서 이상향을 그린 관념적인 그림이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각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점이 나타난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국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중국 상하이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온 42점의 작품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 리움 등에서 출품한 총 109점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