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은 ‘꽃놀이패’, 안철수는 ‘벼랑 끝’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4.07.23 08: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 전문가 7인이 분석한 7·30 재보선 3대 시나리오

승부는 연장전으로 미뤄졌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리지 못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7월30일 재·보궐 선거에서 승부를 가리게 된다. 이제 연장전의 휘슬이 울려 퍼졌다. 여야 모두 자신만만했던 이전 모습과 달리 ‘엄살’을 부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내 과반 의석 확보 선인 최소 4곳만 승리할 경우를, 새정치연합은 기존 의석인 5곳만 지킬 경우를 각각 승리 조건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들만의 생각일 뿐, 외부 전문가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정치 전문가들이 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존 의석과 비교해 더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경우다. 이 기준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9곳, 새정치연합은 6곳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해야 진정한 승리라 볼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합진보당 의석 1곳(순천·곡성)이 있긴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의 단일 후보였기에 사실상 새정치연합은 6곳 이상을 차지해야 승리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2013년 4월26일 4·24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또 다른 기준은 영호남 지역을 떼어놓고 바라보는 것이다. 호남 4곳과 영남 2곳은 여야의 텃밭인 만큼 나머지 9곳에서 누가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가 기준이 된다는 얘기다.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6곳의 승패가 중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어찌 됐든 여야는 재보선 후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새로 출범하는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 체제와 공천 잡음에 시달리는 새정치연합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들은 무엇이 두렵기에 선거 전부터 ‘엄살 작전’을 펼치는 것일까.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시사저널은 정치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선거 결과에 따른 정국 변화 시나리오를 예측해봤다.

# 시나리오 1. 새누리당이 압승할 경우

여당의 압승 기준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기존 보유 의석 9석 이상, 다시 말해 전체 15곳 중 10곳 이상 승리를 전제하는 의견이 많다. 혹은 영호남 지역을 뺀 나머지 9곳 가운데 6 대 3으로 승리할 경우, 또는 최대 승부처인 서울 동작 을과 수원 을·병·정 등 4곳 중 3곳에서 승리한다면, 설령 전체 9 대 6이나, 8 대 7의 결과가 나와도 여당의 승리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의 압승은 곧 새정치연합의 참패를 의미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당이 압승할 경우, 안철수·김한길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체제가 단순히 비난받는 수준을 넘어 ‘조기 전당대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잠잠했지만, 참패를 하게 되면 안·김 대표 리더십에 대해 쌓였던 그동안의 모든 불만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개별적 비판보다는 조기 전대 형식을 통해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 역시 “6월만 해도 백전백승한다는 분위기였던 선거를, 새정치연합이 참패하면 안철수·김한길 대표는 조기 퇴진”이라고 강조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역시 “당내 세력화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에 참패하게 되면 안철수 대표는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노(親盧) 측 움직임에 주목하는 이도 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새정치연합 내에서 당장 조기 전대 얘기가 나올 것이다. 당내 각 세력, 특히 친노가 전면 개조를 말하며 세력화에 나설 것이고 당은 상당 기간 중심을 잃고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야당 내 대권 레이스만 놓고 본다면 이번 선거에서 다소 자유로운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타격을 입지 않고 오히려 경쟁자들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잠룡’인 손학규 고문과 김두관 전 지사의 경우 직접 출마하는 선거에서 낙선하게 되면 재기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교수는 “손학규·김두관 두 후보 중 떨어지는 사람이 나오면 대권 후보로서의 경쟁력은 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상대가 엄청난 거물급 후보도 아닌 상황에서 국회의원도 안 되는데 대선을 노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박원순 시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기동민 동작 을 후보의 승패 여부는 박 시장보다는 오히려 안철수 대표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선거 참패로 조기 전대가 이뤄진다 해도 새정치연합이 안고 있는 계파 갈등 등의 문제 자체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조기 전대가 불가피하겠지만 어차피 대중 입장에서는 당내 갈등이나 혼란 자체를 좋지 않게 보기 때문에 지도부를 교체한다고 해도 국민적 호응을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경우 압승하면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박사는 “여당이 압승한다는 것은 김무성 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볼 수 있으므로 새 지도부가 힘을 받게 될 것이다. 나아가 김무성 대표는 당·청 관계에서도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황인상 P&C정책개발원 대표는 “김무성 체제가 자신감을 얻고 당·청 간 긴장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당장 당·청 갈등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 압승은 아직 박근혜 정권에 힘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서울 동작 을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노회찬 정의당 후보. ⓒ 시사저널 박은숙·구윤성
# 시나리오 2. 새정치연합이 압승할 경우

새정치연합이 압승했다는 평을 듣기 위해선 기존 의석 수(6곳) 수성에서 한두 곳 더 이기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세월호 참사 및 총리·장관 인사 파동 등을 고려하면 영호남을 뺀 9개 지역에서 5곳 이상을 차지해야 압승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전략공천 지역인 동작 을과 수원 등 수도권 지역을 싹쓸이한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대승을 거두고 특히 전략공천 지역에서 선전하면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공천 과정에서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안철수 대표는 약점으로 꼽혔던 세력 부재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친노는 상대적으로 그 입지가 좁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당내 세력 재편까지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상병 박사는 “동작 을 등 전략공천 지역을 다 이기며 압승하면 당내 중도층이 안·김 대표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여세를 몰아 다음 총선에서 최소 40~50%를 전략공천하며 당 혁신을 몰아붙일 것인데 이 과정에서 친노는 배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압승을 한다고 해도 새정치연합의 내부 갈등은 계속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이현우 교수는 “안·김 대표 체제가 연장은 되겠지만 당의 정체성 문제 등은 여전히 남아 당내에서 끊임없이 흔드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밌는 것은 여당 쪽이다. 거의 대다수 전문가가 야당이 압승할 경우 김무성 새누리당 체제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윤희웅 센터장은 “김무성 대표 등 신임 지도부는 기존 지도부의 책임을 물으며 변화의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것이다. 김 대표로선 탄력을 받고 지도부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전했다. 황인상 대표도 “김 대표가 선거 책임에서 100% 자유롭진 않지만, 선거와 직접적 관련성은 약하다고 봐야 한다. (여당 참패는) 친박 헤게모니가 당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배척당한 것이라서 김 대표가 대안이 되고 대등한 당·청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우 교수 역시 “김 대표에게 이번 선거는 꽃놀이패다. 이기면 이기는 대로 당 대표로서 덕을 보게 되고, 지더라도 책임론에 휘말리지 않고 개혁 드라이브 명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참패할 경우 김무성 대표가 힘을 받는 건 사실이지만 청와대와 당장 각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황태순 위원은 “당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는 것은 역학 관계상 불가능하다. 설령 김 대표가 대권에 꿈이 있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정권이 성공해야 한다는 것과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안 된다는 두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여당 후보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승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 시나리오 3. 승패 구분 어려운 박빙일 경우

전체 선거 결과 8 대 7의 결과가 나오면 6·4 지방선거 때(8 대 9)의 무승부와 비슷해진다. 한쪽이 9 대 6으로 이기더라도 서울·수원에서 밀릴 경우 역시 승패를 판가름하기 어렵다. 만약 지방선거와 같이 재보선도 여야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 말하기 어려운 결과를 낸다면, 새정치연합의 안철수·김한길 체제는 지금의 고착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당분간 당내 개혁 요구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현우 교수는 “당장은 현 체제가 유지되겠지만 후반기로 가면 결국 친노를 중심으로 당내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다. 애초 (재보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작았다면, 공천 원칙이라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결국 과정과 결과에 대해 모두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 역시 “무승부는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길 수 있었는데 공천 과정 잡음 등으로 날렸다는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가 아니라 내부 권력투쟁 형식으로 당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형식 소장도 “아직 세월호의 여파가 남아 있고 인사 참사 등이 계속 나오며 여권이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의 비등한 결과는 사실 야권의 실패를 의미한다. 결국 공천 전략의 실패로 졌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오히려 여당이 질 경우보다 비등한 결과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박사는 “새로 시작하는 김무성 대표로서는 차라리 지거나 이기거나 승패가 분명한 것이 새로운 메시지를 기반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 유리하다. 애매한 결과가 나오면 차기 총선까지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18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청에서 열린 ‘7·30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수원 정 후보에게 듣는 주민자치’ 토론회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왼쪽)와 정의당 천호선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동작 을 지역에 출마하는 정의당의 노회찬 후보는 최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노회찬뿐이다. 난 야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동작 을 지역을 놓고 야권 연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신이 단일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출마하는 수원 정(영통) 지역과 동작 을 지역에서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사이의 후보 단일화 카드가 전체 승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여당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설령 연대가 이뤄진다 해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연대는 기본적으로 신선함과 충격을 줘야 하는데, 매번 선거 때마다 거론되는 연대 자체가 국민들에게 식상함을 주는 상황이어서 반전의 기회가 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단일화는 후보 등록 전에 해야 효과가 크다. 이미 용지에 이름이 찍혀 나가면 사표(死票)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의당은 노회찬이라는 인물을 살리기 위해 단일화하려 할 것이고 천호선 역시 자신이 단일화 카드로서 조커 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출마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자체가 힘들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상병 박사는 “새정치연합은 결코 동작 을을 포기할 수 없다. 온갖 비난을 들으며 기동민 후보를 올렸는데, 중도에 포기했다가는 나머지 14개 지역 다 영향을 받게 된다. 지더라도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