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두산건설·한라·코오롱글로벌 사실상 ‘투기 등급’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4.07.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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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계열 건설사 17곳 전수조사 포스코·GS·롯데·SK·한화건설 금리 꾸준히 상승

‘대마불사(大馬不死)’란 말이 있다. 큰 말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극동건설·벽산건설·성원건설·쌍용건설·LIG건설 등 중견 건설사 17곳이 줄줄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벌 계열 건설사들은 예외였다. 자금 사정이 나쁜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그룹의 지원을 받아 수명을 연장해왔다. 

그러나 건설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대마불사 논리도 깨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대 그룹 건설 계열사 17곳의 부채 비율은 392.3%까지 치솟았다. SK건설·한화건설·GS건설 등 도급순위 상위 10위권 기업들도 부채율이 300%를 오르내리고 있다. 부채율이 200%를 넘어서면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룹 차원에서 일감을 퍼주거나 자금을 지원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신세계건설과 금호산업의 부채율은 각각 1871.5%와 1483.6%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금호산업 부채율 1000% 상회

재벌 계열 건설사들의 회사채 금리 분석을 통해서도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해 1월부터 올 7월까지 도급순위 100위권 건설사들의 회사채 민평 금리(시장 평가 금리) 현황 자료를 동양증권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이 중에서 회사채 금리 평가가 가능한 재벌 계열 건설사 17곳을 따로 추려 분석해봤다. 1년7개월간 금리가 하락한 곳은 현대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 등 세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4개 건설사의 채권 금리는 모두 크게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부도 위험을 크게 본다는 뜻이다.

상위 건설사와 하위 건설사의 금리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3년 1월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포스코건설·GS건설·롯데건설·SK건설 등 도급순위 10위권 이내 건설사의 회사채 금리는 모두 3% 중반을 오르내렸다. 격차는 미미했다. 올해 들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금리는 계속 하락해 2.973%와 2.904%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금리는 올해 처음으로 2%대에 접어들었다. 대림산업의 금리 하락 폭은 17개 평가 기업 중에서 가장 높았다. 대림산업 역시 처음으로 3%대 진입에 성공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최근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하락 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포스코건설·GS건설·롯데건설·SK건설·한화건설 등의 회사채 금리는 꾸준히 상승했다. 상위 2곳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2.5% 가까이 벌어졌다. 특히 두산건설과 한라(옛 한라건설), 코오롱글로벌(옛 코오롱건설), 동부건설의 금리는 사실상 투기등급(정크)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7월14일 기준으로 이들 기업의 회사채 금리는 각각 9.7153%, 9.363%, 10.926%, 12.264%로 평가됐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사실은 또 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은 그동안 그룹 물량만으로도 수익을 보장받았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도 한계에 봉착했다. 롯데건설이 대표적인 ‘계열사 바라기’로 꼽힌다. 롯데건설의 내부 거래 물량은 2011년 1조4700억원에서 지난해 1조8600억원으로 27%나 증가했다. 총알이 필요할 때마다 그룹의 우량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계열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롯데건설은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롯데건설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1.2% 증가한 4조306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택 사업 부담이 가중되면서 16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국기업평가는 4월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낮췄다. 롯데건설의 회사채 금리는 3.647%에서 4.439%로 높아졌다. 한진중공업(28.675%) 다음으로 금리 상승률이 높다.

신세계건설 또한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백화점업계 2위 신세계와 대형 할인마트업계 1위 이마트가 발주하는 공사 물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다. 2010~13년 신세계건설의 내부 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의 70%에 이른다. 신세계건설은 체질 개선을 위해 외부 공사로 눈을 돌렸다가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신세계건설은 매출 4414억원, 영업손실 202억원, 당기순손실 1311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26.4%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적자로 전환됐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세계건설이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금리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기업어음 등급은 지난해 말 A에서 A-로 강등됐다”며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힘든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심각해졌던 등급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기자가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동양 사태가 터지면서 신용평가사에 대한 금융 당국의 압박이 가중됐다”며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회사채 금리가 일시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하락이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실적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지난해 12곳의 건설사 등급을 낮추거나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한기평은 올 4월에도 두산건설·롯데건설·KCC건설·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대림산업·동부건설·한화건설의 경우 신용등급을 유지했지만 전망을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동부건설은 7월 BB+에서 B+로 세 단계나 하향 조정됐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4월 정기평가에서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고, 대림산업(AA-)과 롯데건설(A+)을 부정적 전망 대상에 올렸다.

 

내부 거래 많은 롯데건설 금리 치솟아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에서 시작된 파산 도미노가 재벌 계열사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직원들의 월급을 밀려 지급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부진은 협력업체뿐 아니라 연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공인중개업소 1만6000곳과 이사 업체 40%가 문을 닫았다는 보도가 있다”며 “이들은 주로 건설업과 연계된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4월 건설업체 회사채 정기평가를 조기 발표한 한기평 측도 대형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박춘성 한기평 기업그룹평가본부 건설담당 실장은 “회사채 정기평가는 통상 5~6월에 이뤄진다”며 “건설업체 신용등급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면서 평가가 예정보다 일찍 진행됐다”고 말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하반기에도 건설 경기가 부진할 경우 자금난에 빠진 업체에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사 ‘부채 쓰나미’ 몰려온다 


건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의 회사채에 주목하고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에 포함된 28개 건설사 중에서 17곳의 회사채가 올해 만기다. 상환 금액만 1조7600억원에 이른다. 이중 A- 등급 이하 건설사의 회사채는 8620억원 수준으로 현금성 자산 6565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동부건설의 경우 회사채 상환액이 30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의 1.9배에 달했다.

해당 건설사들은 유상증자나 사옥 매각, 우량 채권(공사 대금)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 회사채를 상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건설 업황과 내부 현금 사정을 고려할 때 일부는 상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나 삼성물산 등 AA 등급을 제외한 회사는 사실상 회사채 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그룹 계열사라 할지라도 자금난이 심화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를 겨냥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6월 말 대우건설·GS건설·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한라산업개발 등 네 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2009년 5월 한국토지공사가 발주한 김포한강신도시 크린센터 시설 공사와 남양주 별내 크린센터 시설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사실을 적발한 데 따른 후속 조치였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는 동부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에 따라 검찰 고발이 면제됐다”며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방위 제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천도시철도 2호선, 경인운하 사업 등 올해만 8개 관급 공사에서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부과된 과징금만 3091억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제재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면서 해외 공사에서 입찰 제한 위기에 처했다”며 “주요 건설사 CEO들은 최근 노대래 공정위원장에게 담합 제재에 따른 애로점을 호소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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