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솜씨 믿고 돈 좀 넣어볼까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7.24 11:4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강한 성장세로 차이나 펀드 인기…외환보유액 4조 달러로 세계 최고

“중국의 성장동력이 투자에서 소비로 바뀌고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1등 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어요.”

국내 ‘가치 투자’의 대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의 말이다. 강 회장을 포함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금이 중국의 큰 성장성에 투자할 때”라고 강조한다. 몇 가지 논란거리가 있지만 중국 주가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란 게 첫 번째 근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000선까지 치솟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3분의 1인 200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 외환보유액이 세계 최고인 4조 달러에 달하는 데다 여전히 연 7~8%의 성장률을 보이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 일러스트 최길수
7년 만에 부는 차이나 펀드 바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투자 상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차이나 펀드에서 손실을 본 사람이 많지만, 지금이 ‘바닥’이란 인식도 확산되고 있어서다. 중국 증시는 1990년 개장 이래 역사적으로 가장 긴 55개월의 약세장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방한한 이후 중국 투자에 대한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국내에 더 많은 중국 금융상품이 쏟아질 전망이다.

펀드 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본토의 펀드 수익률은 저조한 편이다. 국내에서 판매된 58개 공모펀드(설정액 2조1849억원)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9.67%다. 5년간 장기 투자했다면 더 형편없다. 수익률이 -27.06%다. 이에 반해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홍콩H주펀드 수익률은 꽤 쏠쏠하다. 총 85개 펀드의 5년 수익률이 22.02%에 달하고 있다.

변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국 본토 펀드의 지난 1~2개월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했다. 홍콩H주펀드도 순항 중이다. 중국 펀드의 자금 유출 속도도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리커창 총리가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한 영향이 컸다. 정부의 정책 중심이 개혁에서 경기 부양으로 옮겨갔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를 짓눌러온 부실 대출 등 여러 악재가 충분히 반영됐기 때문에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정책이 안착한다면 본격적인 대세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산업 생산과 소매 판매 증가율이 개선되고 있으며 고정 투자 증가율의 속도 둔화도 진정되고 있다. 연초 이후 처음으로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중국 펀드에 투자할 땐 펀드별 특성을 잘 파악하고 과거 성과를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윌리엄 퐁 베어링자산운용 홍콩 및 중국 담당 투자이사는 “중국에 투자하려면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형보다 좋은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형 펀드가 낫다”고 조언했다.

요즘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펀드는 중국 선두권 소비재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에셋플러스 차이나 리치투게더펀드’와 ‘KTB 중국 1등 펀드’ ‘삼성 중국본토 중소형 포커스 펀드’ ‘베어링 차이나 셀렉트 펀드’ 등이다. 전문가들이 개인을 대신해 중국 유망 종목이나 펀드를 골라주는 ‘하나 중국 1등주 랩’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차이나 펀드’에 대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7~8년 전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를 필두로 중국 투자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반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중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들은 선뜻 재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어느 정도 확인된 후에야 본격적인 중국 펀드 바람이 불 것 같다”고 했다.

요즘엔 홍콩 H주나 중국 본토에 상장된 B주를 직접 사고파는 ‘해외 직구파’도 늘고 있다. 중국 경제를 잘 아는 투자자라면 신속한 매매를 할 수 있고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어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해외 증시는 홍콩이다. 7월10일 기준으로 투자액이 2조2233억원에 달한다. 일본(1조3217억원)과 미국(1조1341억원) 증시 투자액과 비교해 두 배가량 많다.

개별 종목을 보면 차이나가스홀딩스 투자가 1조300억원으로 가장 활발했고 텐센트홀딩스(5800억원), 중국인민재산보험(1000억원) 등도 많이 찾았다. 이 중 텐센트홀딩스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26%를 넘었으며 전기차회사인 BYD, 중국 석유업체인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 등도 10~30%의 상승률을 보였다.

시중 자금 빨아들이는 위안화 예금

중국 위안화 예금은 요즘 시중 자금의 블랙홀이다. 국내 예금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아서다. 국내 거주자들의 위안화 예금은 지난 6월 기준으로 119억7000만 달러(약 12조705억원)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6억4000만 달러 늘어난 수치다. 위안화 예금은 전체 외화 예금(589억5000만 달러) 중 20.3%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유로와 엔화를 제치고 달러화에 이어 확고한 2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10% 선을 깼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가장 큰 원인은 고금리다. 중국계 은행들이 제시하는 위안화 정기예금(1년짜리) 금리는 연 3.2~3.4%다. 국내 은행들의 예금 금리보다 0.5~1%포인트 높다.

중국 은행들이 이처럼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이유는 중국 당국의 정책 변화 때문이다. 예금 금리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 당국은 수년 전부터 자국 내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포석이다. 중국 은행들은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됐고 해외 시장으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은행들이 대부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뭉칫돈이 몰리는 배경이다. 중국공상은행만 해도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다. 중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은 국내 은행과 같거나 오히려 높다.

중국 은행들이 자사 예금을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파생상품도 인기다. 위안화 예금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 대표적이다. 증권사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SPC에 하루짜리 대출을 내주면 SPC가 이를 중국 은행에 예치하고, 중국 은행은 이를 담보로 ABCP를 발행한다. 이런 ABCP의 약정 금리는 연 3% 수준이다. 특히 만기가 3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단기 자금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은행의 신용을 기초로 한 파생결합증권(DLS)도 많이 나온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중국 은행 DLS’는 중국 내 본점이 3개월 안에 파산하지만 않으면 연 3~4%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중국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부도날 확률이 거의 없어 한 번 발행할 때마다 수백억 원의 시중 자금이 쏠리고 있다. 만기는 3개월에서 1년까지 다양하다.

원금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위안화 파생상품도 있다. 한 증권사는 원금의 95%를 무조건 보장하면서,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비해 강세를 보이면 최대 연 15%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