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회장님은 돌아가실 분 아니다”
  • 조유빈 기자, 전남 순천·보성=조아라 인턴기자 ()
  • 승인 2014.07.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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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파, 국과수 부검 결과도 믿지 않는 분위기

“유 회장이 죽었다면 지금 통곡해도 모자랄 판이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가 언론에 공개된 다음 날인 7월23일 전남 보성에서 만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박 아무개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영농조합법인 몽중산다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유 회장의 행방을 아는 건 아니다. 단지 평소 회장님의 성품과 살아온 행적을 보면 (회장님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에게 유 전 회장의 저서 <꿈같은 사랑>과 <전도하며 살자>를 읽어보라고 건네며 “유 회장님은 평생을 떳떳하고 깨끗하게 살아오셨다”고 강조했다. 몽중산다원의 다른 구원파 신도는 “여러 가지로 의심되는 정황이 많아 (회장님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박씨에게 ‘유 회장에 대한 실망감은 없느냐’고 묻자 “아버지가 집에 오지 않을 때 우리는 ‘몇 시쯤 되면 아버지가 들어오시겠지’라고 생각한다. 평소의 생활 패턴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도 똑같다. ‘(세월호 참사) 진실이 밝혀지면 회장님이 돌아오셔서 (진실을) 말씀하시겠지’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도 일부 구원파는 유 전 회장이 살아 있다고 믿는 분위기였다.  

7월23일 전남 순천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야망연수원과 유병언 전 회장의 저서들(오른쪽) ⓒ 시사저널 최준필
“유 회장 죽음, 정부가 조작한 것”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핵심 조력자였던 변 아무개씨 부부가 체포된 후 그들이 운영하던 전남 순천 송치골가든은 구원파 신도인 김 아무개씨가 대신 운영하고 있었다. 김씨는 “(정부가) 조작하는 데 뭐를 못해. 자살이고 타살이고 할 것도 없어, 다 조작이야”라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정부가 만든 결과”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에 따르면 시신이 부패할 당시 순천의 날씨는 초여름 같지도 않았고 긴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서늘했다. ‘급격한 부패’가 불가능한 날씨였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에게 “우리를 찾아오지 말고 세월호 유가족을 찾아가보라”며 “유가족도 우리를 탓하지는 않는다. 유가족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으니 우리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잘 알 거다. 정부는 우리뿐 아니라 유가족까지 죄인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신도들은 “형사들은 현행범에게 무슨 영장이 필요 있느냐며 우리를 잡아간다. 사람 취급도 안 한다”며 분노했다.

박씨는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매일 동선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를 위해 신도들의 통화 내역까지 조회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다른 신도인 최 아무개씨의 조카는 최근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검에 다녀왔다. 송치재휴게소에 근무했던 구원파 신도인 최씨의 부인과 통화한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박씨는 “신도가 순천에 150명, 보성에 10명 정도 있다”며 “많은 신도가 긴급체포되거나 임의동행으로 잡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7월22일 순천경찰서에서 지난 6월12일 발견된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밝힌 이후에도 구원파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했다. 조계웅 구원파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바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 정리된 이후 공식적으로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만 밝혔다.

구원파 신도들은 시신의 모습이 자신들이 아는 유 전 회장과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2주 만에 백골에 가깝게 부패된 점, 시체 주변에서 술병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도저히 유 전 회장의 시신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구원파의 또 다른 대변인 이태종씨는 “여러 정황으로 살펴봤을 때 유 전 회장의 시신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다수 발견됐는데도 DNA 확인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며 “잘못된 내용을 흘려서 유 전 회장 측의 반응을 살펴보려는 것 같다”고 의심하기도 했다.

7월25일 안성 금수원. 금수원 측은 26일부터 열리는 수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시사저널 이종현
“회장님 장례 절차 논의하기엔 일러”

구원파 서울교회는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서울교회 근처에 사는 한 주민은 “(구원파는) 교회 지하에 태권도장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도 했다. 건강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살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24일 서울교회 앞에서 만난 구원파 신도는 유 전 회장의 장례 절차 등 내부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회의를 했는지 안 했는지 잘 모르지만 회의를 했다 해도 회장님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내부적 혼란을 안정시킬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원파 측은 7월24일 “아직 공식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며 “(경찰은)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진실이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고 여러 가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다”고 밝혔다.

7월23일 오후 장례 절차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고 알려진 구원파 긴급회의와 관련해서는 “(23일 열린) 회의는 26일 열리는 하계수양회 관련 회의였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하계수양회가 미뤄지거나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구원파 측 설명이다. 

7월25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도 구원파 측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조계웅 대변인은 “국과수 발표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부분이라 그에 대해 할 말은 없다. 내부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만 말했다. 유 전 회장의 동생인 유경희씨를 비롯한 9명의 유족이 7월23일 시신을 확인하고 유 전 회장이 맞다고 판단한 사실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한 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했다.

일부 언론이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유력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조 대변인은 7월25일 국과수 부검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변사체가 유 전 회장인지) 확인도 되지 않았는데 장례 절차를 논의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26일부터 금수원에서 열리는) 수양회 때 장례식을 치른다는 얘기도 근거 없다. 수양회는 일주일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원파 신도들은 국과수 부검 결과가 발표된 지금도 유 전 회장의 죽음 자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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