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와 ‘김엄마’를 잡아라
  • 이규대 기자 (bluesy@sisapress.com)
  • 승인 2014.07.3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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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정·김명숙이 유병언 죽음의 열쇠 쥐고 있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그에게 쏟아졌던 주요 혐의에 대해서도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지게 됐다. 7월2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견된 사체가 유 전 회장임을 최종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세월호 침몰 직후부터 참사의 배후로 지목됐던 유 전 회장을 법정에 세우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대로 유 전 회장과 관련된 수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7월23일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 인근에서 만난 한 구원파 신도는 “유병언 전 회장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종료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강도 높은 수사의 시작이 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향후 유 전 회장의 가족·친지 등으로 수사가 집중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 일가 및 측근들의 주요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문제, 계열사 자금 횡령·배임 및 조세포탈 등 비리, 그리고 유 전 회장 등의 도피·은닉에 적극 가담한 혐의 등이다. 비록 핵심 피의자인 유 전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물 건너갔다 해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유 전 회장의 주변인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이 다각도로 진행된다. 일부 피의자는 검거돼 기소 및 공판 수순까지 와 있으나, 여전히 주요 피의자들은 검·경의 수사망을 벗어나 있는 상태다.

차남 혁기·차녀 상나 행방 묘연

세월호 참사와 유병언 일가의 관련성은 사정 당국의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확보한 청해진해운 급여 대장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1500만원을, 유 전 회장의 친형 유병일씨는 고문료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씩을 받았다. 청해진해운 주식 10%를 차명으로 보유한 유 전 회장은 세월호 도입부터 증축 과정에서 복원성이 약화된 내용까지 모두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회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계열사가 청해진해운과 복잡한 지분·출자 관계로 얽히며 사실상의 모기업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유병언 일가가 청해진해운의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실소유주였다는 것이 사정 당국의 결론이다.

유병언 일가에게는 1400억원대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도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의 구속영장에 횡령·배임 1300억여 원, 조세포탈 140억여 원 등 1400억원을 상회하는 범죄 액수를 적시했다. 유 전 회장 및 자녀들이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해 상표권료·컨설팅비·사진값 명목으로 계열사 및 관계사 자금을 횡령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편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을 둘러싼 혐의에는 가족 및 친지 역시 밀접하게 연루돼 있다. 당초 검찰은 장남 대균씨(44)를 유 전 회장과 함께 핵심 피의자로 분류했다. 대균씨는 검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종적을 감췄다. 7월25일 경기 용인에서 도피 조력자 박수경씨(34)와 함께 검거됐다. 해외에 머무르던 차남 혁기씨(42), 차녀 상나씨(46)는 행방이 묘연하다. 유 전 회장의 자녀 중에는 장녀 섬나씨(48)만 검거됐다. 지난 5월27일 프랑스 파리의 호화 자택에서 검거된 섬나씨는 프랑스 법원에 세 번 보석 신청을 냈으나 모두 거부됐다. 파리 남부 프렌 교도소에 수감돼 9월부터 범죄인 인도 청구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의 아내와 형제들은 모두 검·경에 덜미가 잡혔다. 아내 권윤자씨(71), 처남 권오균씨(64), 형 유병일씨(75), 남동생 유병호씨(61) 등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공판이 진행 중이다. 여동생 유경희씨(56)와 매제 오갑렬 전 체코 대사(60)는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유병언 도피 도운 측근들도 사법처리 대상

세월호 참사 직후 유병언 일가 계열사의 주요 임원진이 횡령·배임 혐의로 줄줄이 붙잡혔다. 제일 먼저 구속된 송국빈 다판다 대표(62)를 비롯해 박승일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55), 이재영 아해 대표(62), 이강세 전 아해 대표(73), 변기춘 천해지 대표(42), 고창환 세모 대표(67), 김동환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48), 오경석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53) 등 8명이다. 그런데 유병언 전 회장이 사망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요 혐의의 형사 책임을 사망한 유 전 회장에게 떠넘길 경우 단순한 기업 비리 차원에서 재판이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40여 일간에 걸친 유병언 전 회장의 도피와 은신을 도운 측근들도 주요 사법처리 대상이다. 일부는 사정 당국에 붙잡혔으나 아직까지 공개수배 상태로 행방이 묘연한 이도 상당수다. 유 전 회장 사망 당시의 진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 포함돼 있는 만큼, 아직 붙잡히지 않은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이 도피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이재옥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이사장(49)이 기획을 총괄했다. 이재옥 이사장이 5월 말 검거된 후에는 일명 ‘김엄마’로 불리는 김명숙씨(59)가 도피 전반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5월25일 전남 순천의 별장을 급습했을 때 유 전 회장과 동행했던 비서 신 아무개씨(33)를 체포하고, 지난 6월에는 자수한 ‘신엄마’ 신명희씨(64)의 신병을 확보하는 등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측근들을 상당수 붙잡았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의 ‘마지막’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큰 운전기사 양회정씨(56)나 ‘김엄마’ 김명숙씨의 행방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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