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유재석 “내가 누군데…” 머쓱
  •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
  • 승인 2014.07.3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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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MC 예능 시청률 3%대…“늘 봤던 식상한 그 얼굴”

최근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을 보면 실로 참담할 정도다. 지상파 3사 주중 예능 프로그램을 통틀어 10% 이상의 시청률을 내는 건 SBS <정글의 법칙>(13.2%, 7월18일 닐슨)이 유일하다. 주중에, 그나마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는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상한선은 6%대까지 떨어졌다. 한때 일반인 출연 토크쇼로 10%대의 시청률을 냈던 KBS <안녕하세요>도 6%대로 떨어졌고, SBS <힐링캠프>는 간신히 6%대를 회복했지만 브라질월드컵 때는 3.7%까지 추락했다. 오래도록 방영되고 있는 MBC <라디오스타>나 KBS <해피투게더>는 6%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파일럿을 거쳐 정규 편성된 신규 예능 프로그램은 3% 안팎을 전전하는 중이다.

‘은퇴’에서 돌아와 신규 예능에 들어간 강호동은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 토크쇼가 대부분인 주중에 야심 차게 야외로 나간 KBS <우리동네 예체능>이 4%까지 뚝 떨어졌고, MBC <별바라기>는 4.1%로 시작해 지금은 2.6%까지 떨어졌다. 한때 KBS <1박2일>과 MBC <무릎팍도사>로 시청률 보증수표였던 강호동의 추락은 무상함마저 느끼게 한다. <별바라기>까지 꺾이고 나면 향후 거취마저 애매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 되면 함께 예능을 하겠다는 PD가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를 진행하는 강호동. ⓒ MBC 제공
이런 사정은 천하의 유재석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랜만에 KBS에서 <나는 남자다>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들고나왔지만 유재석이라는 이름 석 자의 힘에 비하면 4.1%라는 시청률은 너무나 초라하다. 지난 4월에 파일럿이 나왔지만 정규 편성이 되기까지 4개월이나 걸린 데는 그만큼 KBS 예능국의 복잡한 심사가 드러난다. 이 프로그램을 어느 요일에 넣을 것인가를 두고 꽤 많은 말이 쏟아졌다. 유재석이 현재 KBS에서 목요일에 <해피투게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유재석이라도 한 주에 두 번에 걸쳐 토크쇼를 맡는다는 건 KBS 측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금요일 편성이 확정된 <나는 남자다>는 그래서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에 걸쳐 KBS 예능이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운 인상을 만들었다. 문제는 역시 시청률이다. 최근 들어 이른바 스타 MC가 나선 토크쇼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추세에 유재석의 토크쇼라고 별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우리 이야기’ 아닌 연예인 ‘저들 이야기’

이런 시선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이효리라는 스타를 내세운 SBS <매직아이>는 3% 시청률을 맴돌고 있다. 사회적인 의제를 소재로 끌어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은 연예인 신변잡기 토크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효리의 센 이야기가 화제가 되곤 하지만 이것은 <매직아이>라는 토크쇼와는 무관한 화제성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이 프로그램의 한계로 지목되고 있다. 이것은 시청자가 스타 MC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최근 시청자는 스타 MC를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에 시큰둥해져 있다. 늘 봐왔던 얼굴인 데다 진행 스타일도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그 모습이 이제는 시청자에게 식상하게 다가온다. 차라리 일반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 훨씬 더 시청률이 많이 나오는 현상은 이러한 스타 MC에 대한 대중의 기호가 달라지고 있는 데서 생겨난다. 시청자는 더 이상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연예인 ‘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게 됐다.

이렇게 되자 스타 MC를 바라보는 PD들의 시각도 달라졌다. 최근 만난 한 방송사 예능 담당 PD는 “스타 MC 시대는 저물었다”고 말했다. 강호동이든 유재석이든 이경규든 한때 스타 MC가 시청률 보증수표였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잘못했다가는 살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부도수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스타 MC가 들어감으로써 생기는 기대치는 예능 PD에게는 고스란히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높은 출연료를 지불한 데다 그런 스타를 기용하고도 소기의 성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자칫 무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나와야 6%, 못 나오면 2%까지 떨어지게 된 데는 변해가는 매체 환경 속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안이한 대응도 한몫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시청자의 기호와 취향은 달라지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는 여전히 스타 MC에 목매고 있다는 것이다. 연예인 토크쇼에 대한 집착도 마찬가지다. 물론 <별바라기> 같은 프로그램이 스타와 팬의 만남을 통해 연예인과 일반인이 공존하는 무대를 연출하고는 있지만 그 껍질을 벗겨내고 보면 여전히 스타 프로필에 가까운 프로그램처럼 인식되곤 한다. 이런 정도의 변화로는 이미 한참 앞서 있는 시청자의 시선을 잡기 어렵다.

SBS가 <정글의 법칙> 연장선에서 내놓은 <도시의 법칙>이나, MBC가 해외 음식 기행이라는 소재로 만든 <7인의 식객>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스타 MC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지만 대신 기획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시의 법칙>이 내세운 도시 생존 이야기는 다큐적으로는 흥미로운 기획이지만 예능적으로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즉 돈 들여 뉴욕까지 날아가 거지 생활을 하는 걸 누가 찾아보고 싶겠느냐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3%대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기획의 부실함은 <7인의 식객> 역시 마찬가지다. 에티오피아까지 날아가 제대로 된 커피나 와인 체험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문화유적 관광에 머무르는 방송으로는 시청자의 기대를 채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프로그램 역시 3%대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다.

의 세 MC 문소리·이효리·홍진경(왼쪽부터). ⓒ SBS 캡처
종편·케이블이 지상파 시청률 끌어내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끝없는 시청률 추락 원인으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사실이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를 간과하는 지상파 시청률은 예능·드라마 할 것 없이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또 종편·케이블 등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지상파가 그동안 갖고 있던 예능 프로그램의 프리미엄을 와해시키고 있다. 지상파라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골라서 시청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시청 패턴이 지상파냐 아니냐의 추세는 플랫폼보다 점점 콘텐츠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에 대해 현재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타이틀은 급변하고 다양해진 시청자의 기호로 인해 무색해지고 있다. 지금은 오래 지속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는 변화와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편성되면 그래도 몇 개월에서 심지어 몇 년을 버텨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옛일이 돼버렸다. 지상파의 예능 프로그램도 케이블이나 종편처럼 시즌제를 기본으로 가져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3%대 시청률이 대세가 돼버린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굴욕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과거에 누렸던 지상파 플랫폼 프리미엄에 대한 자만을 버려야 한다. 만들면 당연히 10%는 나오던 시대는 지났다. 3%가 당연한 시대다. 그러니 여기서부터 10%까지 어떻게 올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다 알다시피 이 고민은 종편과 케이블이 일찌감치 했던 것이다. 이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위치에 처한 지상파는 똑같은 고민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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