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의 장녀, 올해 안에 보기 힘들 듯
  • 최정민│프랑스 통신원 ()
  • 승인 2014.08.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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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씨, 프랑스 법원에서 세 번째 보석 심판도 기각 변호사 “유럽사법재판소까지 끌고 갈 것”

7월9일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에서 보석 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유병언씨의 장녀 섬나씨(47)에게는 그야말로 사활을 건 재판이었다. 앞선 두 차례 보석 심판에서도 모두 기각당했기 때문에 이날의 재판은 더욱 절박했을 것이다. 섬나씨는 청해진해운 계열사에서 컨설팅 비용 등으로 모두 80여 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의 변호를 맡은 파트릭 메조뇌브 변호사는 재판부가 ‘형사상의 가족 연대 책임’을 독단적으로 공표한 것을 문제 삼으며 세 번째 보석 신청을 강행했다. 세 번째 시도마저 거부당한다면, 그녀는 수감자의 90%가 마약 범죄자와 불법 이민자인 프렌 교도소에 9월까지 갇혀 있어야 한다.

섬나씨는 미술과 그래피즘을 전공했으며, 사망한 부친 유병언씨의 전시 활동 및 작품 판매에 주력해왔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1년 전인 2013년부터 프랑스에 거주했는데, 3년간 머무를 수 있는 체류증을 발급받은 상태였고 파리 소재 학교에 다니는 16세 아들을 두고 있었다.

2014년 6월11일 파리 항소법원에서 열린 유섬나씨의 두 번째 보석 심판 모습을 그린 스케치. ⓒ AP 연합
보석 심판에서 재판부는 “한국인들이 유섬나 가족의 900만 유로(약 123억6600만원)에 이르는 사기행각에 대해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메조뇌브 변호사는 “무엇을 비난하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대응했다. 결국 이번 보석의 심의를 맡은 장 바르톨랑 판사는 “섬나씨의 구류를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보석 불허의 이유는 이랬다. “형제의 행방이 민감한 사안이며, 프랑스를 떠나는 등 도주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유씨로 인해 한-프랑스 문화 교류도 위기

섬나씨의 국내 송환 여부는 9월 파리 항소법원에서 열리는 범죄인 인도 재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재판에서 한국 인도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섬나씨의 송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메조뇌브 변호사는 이미 여러 차례 “패소할 경우 항소할 것이며, 유럽사법재판소까지 이 사안을 끌고 갈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번 세월호 사건은 프랑스와 한국 사이의 문화 교류에 적지 않은 생채기를 냈다. 특히 ‘아해’(유병언의 호) 때문에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한국 작가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6월17일부터 시작한 ‘이우환 베르사유전’을 열고 있는 이우환 작가가 대표적이다. 베르사유는 매년 세계의 거장들을 초청하는데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초대된 인물이 이 작가다. 하지만 이전에 열렸던 아해의 베르사유 전시가 발목을 잡았다. 이번 베르사유 전시전 기자회견에서 이 작가에게 쏟아졌던 질문 중에는 유병언씨의 베르사유 궁 사진전과 관련한 것도 포함됐다. 기대감이 가득해야 했던 회견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흐려지는 순간이었다.

내년에 열리는 ‘한-프랑스 문화 교류의 해’ 행사도 유씨의 등장과 사망으로 모든 게 변했다. 원래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미술관 그랑팔레에서 열리는 ‘아트 파리’의 행사 주빈국은 한국이었지만, 갑자기 ‘싱가포르와 남아시아’로 교체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프랑스 문화 교류의 해를 책임지고 있는 프랑스 측 집행위원장인 앙리 루아레트 때문이다. 루브르 박물관 관장을 지낸 그는 유씨를 루브르에 입성시킨 당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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