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공포가 현실로…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8.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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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촌 공포에 떨게 하는 치사율 90% 에볼라 바이러스

존 머로우스키 감독이 지난 2001년 제작한 영화 <에볼라 바이러스>는 미국 대통령이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에 감염되면서 일어나는 급박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지금 서아프리카 사람들은 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극심한 혼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쓰러졌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두통과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도 곧바로 감염됐다. 환자들은 피를 토하며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감염된 환자는 최소 1200여 명이고, 감염자 중 672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례 없는 대규모 사망자, 그리고 대도시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도 이변이다. 또 1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되긴 했지만, 홍콩에서까지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가 발생해 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치명적인 것일까.

미국 국립질병통제센터가 7월28일 제공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 치료 사진. 에볼라 바이러스는 실처럼 길게 늘어진 형태를 띠고 있다(작은 사진). ⓒ AP 연합
에볼라, ‘너 죽고 나 죽고’식 바이러스

에볼라는 ‘너 죽고 나 죽고’식 바이러스다. 독성이 너무 강해 감염된 숙주를 일주일 안에 사지로 몰아넣는다. 한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최고 90%에 이른다. 숙주가 사망하면 바이러스 역시 죽기 마련이다. 감염자의 사망률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전염시킬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아 감염자가 병을 널리 퍼뜨리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어려운 이유다.

에볼라는 아직까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바이러스다. 정확한 기원 또한 오리무중이다. 아프리카의 고릴라나 과일박쥐에서 기원했다는 설이 유력할 뿐, 어떤 경로로 전염되는지 전혀 모른다. 보통 바이러스는 원형이나 각진 형이 대부분이다. 반면 에볼라는 실처럼 길게 늘어진, 전혀 다른 형태다. 이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바이러스의 당단백질을 달라붙게 하는 방식으로 몸 전체에 퍼져나가 면역세포가 면역계를 작동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또 다른 공격 형태는 혈관을 보호하는 내피세포층을 감염시켜 파괴하는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몸속에서는 이 독성물질에 반응해 면역세포가 끊임없이 면역 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을 분비한다. 그런데 이 사이토카인이 과량 분비될 경우, 혈관 내피세포들 사이의 간극이 파괴돼 감염된 세포가 다른 부위로 쉽게 퍼지게 된다. 바이러스가 온몸에 감염된 환자는 장기가 손상되고, 고열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다가 코와 입 등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간다. 이 모든 일이 7~9일 사이에 벌어진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RNA를 핵산으로 갖는 ‘RNA 바이러스’여서 DNA와 달리 복제 도중 생기는 오류를 잡아주는 과정이 없다. 때문에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그래서 첫 발병 이후 변종까지 합쳐서 현재 5종류(자이레형, 수단형, 아이보리코스트형, 레스턴형, 분디부교)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생겨난 상황이다.

감염은 감염자나 동물과 직접 접촉했을 때 체액이나 혈액, 분비물 등을 통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기침을 해 침이 의사에게 튀면 그 의사도 감염된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연구하려면 겹겹의 옷으로 몸을 완전히 보호해야 한다. 잠복기는 일주일 정도다. 이때는 아무런 증상도 없다. 그 이후 고열, 두통, 관절통, 근육통, 인후염, 눈 충혈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소화기관 장애와 함께 구토, 설사도 일어나다가 출혈이 나타난다.

아직 백신 안 나와 더 불안…곧 개발 가능성도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자연 상태에서 어떤 동물이 병원소인지, 어떤 경로로 인간에게 감염되는지, 어떤 사람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높은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확한 경로를 모르고 감염에서 죽음까지의 시간이 짧아 인체의 면역 반응이 제대로 대응할 틈을 주지 않는 탓에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1976년 이후 세계 각국은 활발하게 백신 연구를 해왔다. 1990년대까지는 기니아피그(실험용 쥐)를 사용해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연구를 해오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는 유전자(DNA)를 직접 주입해 면역력을 높이는 DNA 백신 개발이 주를 이뤘다. 그동안 연구된 DNA 백신 후보 물질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해 방어 능력을 조금씩 나타냈다. 그러나 큰 성과는 얻지 못했다.

마땅한 백신이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 5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인류생물학과의 피터 왈쉬(Peter Walshe) 교수팀이 유전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 실험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러스 유사입자(VLP)’를 이용해 개발한 백신을 침팬지에 투여한 결과, 2~4주 후에 부작용 없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항체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완벽한 방어 능력의 제품화에 성공하려면 좀 더 보완이 필요하지만, 고무적인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도 9월부터 백신 실험판으로 임상시험에 나설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임상시험 결과 백신이 인체에 해가 없고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2015년부터 아프리카 환자들에게 백신을 전달할 예정이다. 하루빨리 백신이 상품화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희망의 꽃이 피길 기대한다.


‘한국까지 에볼라 전파’ 가능성 작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국내에까지 그 공포가 미칠까? ‘가능성이 작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근거는 ‘느린 전파 속도’에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감염된 동물·사람을 직접 또는 간접(침·눈물·분비물 등 체액) 접촉하면서 옮는다. 2009년 발생해 공기로 전파되어 불과 4주 만에 전 세계에 퍼졌던 신종플루와 비교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번 바이러스는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지 못했다. 감염 질환 전문가 이환종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급속하게 퍼지지는 않을 것이므로 당장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그 이유는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에서는 과거와 다른 두 가지 특이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기 시작한 점이 첫 번째 특징이다. 남성 감염자가 라이베리아에서 나이지리아로 비행기 여행을 마친 후 사망했다. 에볼라 잠복기는 2~21일이어서 세계 어디라도 전파될 시간이 충분하다.

두 번째 특징은 대도시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에볼라는 1976년부터 38년 동안 매년 발생했지만 밀림 속 작은 마을에 국한됐다. 이번에는 대도시에서 발생한 탓에 역대 최대 사상자를 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아프리카에서는 의료인까지 사망할 정도로 방역 체계가 허술한데, 이번엔 대도시에서 발생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종 간 벽을 뛰어넘는 바이러스에는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공기로 전파되는 돌연변이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에볼라는 치사율이 높지만 치료제나 백신은 없다. 김 이사장은 “치사율은 현존하는 바이러스 중 가장 높은 최고 90%다. 과거 신종플루(치사율 0.003%)와 비교하면 그 위험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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