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경운기’라고? 최신식 어뢰와 대함미사일 장착
  • 양욱│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
  • 승인 2014.08.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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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보유 세계 1위라는 북한의 잠수함정 전력 분석

잠수함 승조원들에 따르면, 이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배가 있다고 한다. 바로 잠수함과 ‘표적’이다. 잠수함은 해저에서 은밀히 활동하면서 적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수중의 암살자’로서 무시무시한 활약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온라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북한이 세계 제1의 잠수함 보유국이라는 매우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 매체는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 파이어파워’의 자료를 근거로, 북한이 모두 78척의 잠수함 또는 잠수정을 보유해 72척인 미국을 앞서며 보유 척수 기준으로 세계 1위로 집계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위력적이고 무서운 잠수함 전력을 갖고 있다는 뜻일까?

개량형 상어급과 연어급 잠수정 위력적

6월16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동해 잠수함 부대인 제167군부대를 방문해 잠수함 훈련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북한 해군은 740여 척의 수상함을 보유해 160여 척의 우리 해군보다 수적으로는 엄청난 우세에 있다. 그러나 1000톤이 넘는 대형 전투함은 3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중소형 함정들이다. 이런 해상 전력의 열세에 자극받은 북한은, Kh-35 계열의 대함미사일을 생산하거나 신형 초계함 또는 스텔스 고속정을 건조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수상함 전력의 강화보다 더 위력적인 게 바로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전력이다. 북한은 무려 70여 척에 이르는 잠수함정을 보유하고 있다고 국방백서는 밝히고 있는데, 이는 우리 해군의 2~3배에 이르는 수치다. 북한은 우리보다 30년 먼저 잠수함을 갖기 시작한 잠수함 강국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척수가 아니라 그 성능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겪으면서 잠수함이 얼마나 무섭고 위력적인지 우리 해군은 경험한 바 있다. 

북한의 잠수 전력은 잠수함과 잠수정으로 나뉜다. 배수량이 500톤보다 작으면 잠수정이고, 크면 잠수함이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에는 로미오급과 위스키급이 있다. 위스키급은 1963년부터 4척이 도입된 후 현재는 퇴역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최근 선전 영상을 통해 운용 중인 모습이 비춰지기도 했다. 로미오급은 모두 22척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히는 소련제가 아니라 중국제 카피판인 ‘033식’을 1973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로미오급은 전장 76m에 배수량 1800톤으로 북한의 잠수함 가운데 가장 크지만, 노후해서 위스키급과 함께 퇴역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 6월16일 북한 로동신문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로미오급에 탑승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여전히 현역 자리를 지키고 있음이 확인됐다. 또한 지난 7월5일 로동신문에는 섬 상륙 전투훈련에서 로미오급 잠수함이 가상의 항만시설을 향해 어뢰를 발사하는 장면까지 공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로미오급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북한의 핵심 잠수 전력은 상어급과 연어급이다. 상어급은 길이 35m에 325톤으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잠수정으로 분류된다. 지난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에서 동급 잠수정을 우리 군 당국이 노획한 바 있다. 북한은 모두 40척의 상어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길이 40m의 개량형이 목격되기도 했다. 상어급은 21인치 어뢰관 2문을 갖춰 수상함에 대한 공격도 가능하며, 강릉 무장공비 사건에서처럼 특수부대 침투조를 투입할 수도 있다.

상어급보다 더 작은 연어급은 길이 29m에 130톤으로 매우 작은 잠수정이다. 그러나 이 잠수정은 상어급과 마찬가지로 21인치 어뢰 발사관 2문을 보유해 수상함을 격침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연어급은 연안에서의 우수한 성능으로 인해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다. 이란 해군이 연어급을 2009년부터 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밖에 연어급보다 소형인 유고급 잠수정도 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설계된 형태라고 하여 유고급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유고급은 연어급에 앞서 북한이 개발하고 생산하던 소형 잠수정으로, 이미 1960년대부터 도입과 생산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동급은 작은 크기로 잠수요원을 침투시키고 회수하는 용도로는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고급 잠수정 가운데 한 척은 1998년 6월22일 동해안 침투를 시도하다 꽁치잡이 그물에 걸려 항해 불능 상태가 된 채 우리 군에 포획된 바 있다.

음향 유도 어뢰와 항적 유도 어뢰 보유한 듯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들은 디젤 잠수함이다. 그래서 ‘바다의 경운기’라며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비웃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디젤 잠수함이라고 해도 디젤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해 운용하는 것이다. 디젤엔진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모터로 추진한다. 따라서 아무리 구형이라도 잠수함 공격을 100% 탐지하기는 어렵다.

우리 해군이 운용하는 장보고급 잠수함은 이미 여러 차례 한·미 연합 훈련을 통해 미군의 거대한 군함들을 ‘격침’시킨 바 있다. 아무리 북한 잠수함정이 구형이라 해도 이런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또한 로미오급이나 위스키급을 제외하면, 상어급 개량형이나 연어급의 경우에는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정숙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실 무서운 존재는 잠수함 자체가 아니다. 잠수함이 운용하는 무장, 즉 어뢰가 더 무섭다. 천안함 폭침 사태 이전만 해도 북한은 유도 없이 직진만 하는 직주 어뢰만을 운용하는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실제로 소리를 쫓아가는 음향 유도 어뢰나 배가 일으키는 파도를 추적하는 항적 유도 어뢰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함미사일 역시 무서운 존재다. 대다수 잠수함 운용국에서는 이런 대함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다. 북한도 최근 선전 영상을 통해 Kh-35 계열의 현대적인 대함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잠수함정 전력은 그 수준이 미국을 뛰어넘을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 1위 잠수함 보유 국가로서 위력적인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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