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수익률…진짜 ‘금값’ 된 골드바
  • 조재길│한국경제신문 기자 ()
  • 승인 2014.08.0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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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진 국제 분쟁 속에 사재기 늘어…당분간 상승세 전망

우크라이나 반군의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진입,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

최근 들어 국제 분쟁 및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더불어 미국의 힘이 약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주식시장이다. 큰 이슈가 불거지면 일부 전쟁 관련주를 제외하곤 대부분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이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경제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탓이다. 반대로 몸값이 치솟는 상품이 있다. 바로 금이다. 

얼마 전 국내 한 포털 사이트에선 금 관련 사진이 화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채굴된 금 16만6500톤을 가상으로 합쳐서 쌓아보니 미국 ‘자유의 여신상’보다 부피가 작았다는 것. 그만큼 희소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국제 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금값이 치솟는 이유다. 

ⓒ 일러스트 최길수
금값은 지난해부터 롤러코스터를 탔다. 수년간 급등했던 금값이 지난 한 해에만 30여 년 만에 최대 폭인 30% 가까이 하락했다. 상승세로  급반전한 건 올 초부터다. 국제 금 시세는 현재 온스당 1300달러 선으로, 상반기 중에만 9.3% 오른 것으로 기록됐다. 전 세계 주요  투자 자산 중에서 인도 주식(20%)과 미국 리츠(부동산투자신탁, 17%)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아직 싸다” 금 투자 늘리는 부자들

금값이 오르게 된 주요 원인은 수요층 확대다. 우선 상당수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금 투자액을 늘렸다. 각국 중앙은행이 올 1~5월 매입한 금만 180톤에 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채권 비중을 낮추려는 중앙은행들이 금에서 도피처를 찾은 데 따른  결과다. 글로벌 금시장의 22%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금 사재기에 나선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달러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여온 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논의를 뒤로 미루면서 금값이 더 뛰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향후 금값이 어떻게 될지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지금으로선 금값의 추가 상승에 좀 더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그동안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값이 이미 바닥을 쳤다. 본격적인 반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금속 전문 시장조사회사인 골드&실버마켓모닝의 줄리앙 필립스 연구원은 “중국·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선 금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실질 수요에 따른 매수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선임 투자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고, 그러면 금값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먼삭스의 제프리 커리 연구원도 “올해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1050달러로 추락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귀금속 매장은 물론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마다 금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60대 이상 고객들은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예금 금리와 함께 채권 수익률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금 현물을 매입해놓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고객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부유층이 PB센터를 통해 구입하는 금은 대부분 골드바다. 한 개당 4700만원을 웃도는 1㎏짜리 골드바를 10~20개씩 구입해 개인 금고나 은행 대여금고에 넣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일부는 금 관련 주식과 금 상장지수 펀드(ETF), 금 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 이에 따라 금 관련 주식과 펀드 수익률이 상승세다. 지난해에 엉망이던 금 펀드 수익률은 연초 이후 11.91%(7월29일 기준, 에프앤가이드)를 기록 중이다. 다른 원자재 펀드보다 월등한 성적표다. 광석을 제련해 금과 은을 추출하는 고려아연의 주가는 연초에 비해 30% 넘게 뛰었다. 

세금·수수료, 금시장이 골드뱅킹 앞서

금시장 분위기가 호전되자 금융회사들은 발 빠르게 금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7월부터 한국조폐공사가 생산하는 ‘오롯 골드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표면엔 고순도를 나타내는 ‘999.9’가 표시돼 있고, 후면에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는 잠상  기술이 적용됐다. 500g과 375g, 100g, 37.5g 등 4종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금 ETF와 KRX금 현물에 각각 투자하는 분할 매수형 금 투자 상품 2종을 최근 선보였다. 직접 금 거래에 나서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개인 고객들이 이 같은 금 간접투자 상품을 찾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금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 중에서 지난 3월 문을 연 KRX금시장을 이용할지, 아니면 은행 PB센터에서 골드뱅킹에 가입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KRX금시장과 골드뱅킹은 분실 우려가 있는 금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금의 가격 상승에 ‘베팅’한다는 점에선 비슷한 구조다. 실물 금을 주고받지 않고 증권사나 은행 계좌에 순도 99.99%의 금을 적립해놓는 식이다.  

두 서비스의 차이점을 보면, 우선 거래 단위가 다르다. 금시장은 1g, 골드뱅킹은 0.01g씩이다. 골드뱅킹을 이용할 때 더 작은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것. 금 가격만 놓고 보면 골드뱅킹이 좀 더 유리하다. 골드뱅킹의 매매 가격은 은행이, 금시장 가격은 시장 참여자들이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금시장 가격이 골드뱅킹에 비해 0.2%가량 높게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세금과 수수료 면에선 금시장이 유리하다. 금시장에서 금을 매매한 후 얻은 차익에 대해선 비과세된다. 하지만 골드뱅킹을 이용한 후 차익이 생기면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한다. 차익이 많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금시장에서 금을 매매할 때 증권사에 내는 위탁 거래 수수료는 0.5% 정도다. 원래는 한국거래소에도 내야 하지만 내년 3월까지  한시 면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은행에 지급하는 골드뱅킹 수수료는 1% 안팎이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KRX금시장의 가격이 골드뱅킹보다 4~5% 저렴한 것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KRX금시장에서 금을 중개하는 증권사는 동양증권 등 10곳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골드뱅킹을 취급하는 곳은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PB센터다. 

금시장의 경우 아직 거래량이 많지 않은 게 흠이다. 출범 당시인 올 3월만 해도 하루 4056g씩 거래됐지만 계속 감소하고 있다. 7월(1~28일) 거래량은 2557g에 불과했다. 거래량이 적으면 매수 및 매도 호가 차이가 커질 수 있고, 자칫 급전이 필요할 때 원하는 가격에 팔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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