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8307만원 더 대출받을 수 있다
  • 김관웅│파이낸셜뉴스 기자 ()
  • 승인 2014.08.06 13: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TV 상향 조정…경기 3692만원, 인천 2840만원 추가 대출 가능

올 초 반짝 상승 후 줄곧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주택시장에 ‘유동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수장으로 한 새 경제팀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던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을 유주택자에게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금융 당국이 세월호 참사 이후 극도로 심화된 내수 침체 타개를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까지 커졌다. 이들 변수는 정부의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이후 자금 유입이 끊긴 수도권 주택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지난 2월 말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과세를 하겠다는 내용의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은 매수세가 딱 끊겼었는데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디딤돌 대출 확대 시행에 금리까지 낮아지면 하반기 주택시장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8월1일 서울 문정동 ‘래미안 용산’ 모델하우스에서 시민들이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디딤돌 대출 갈아타기 수요자 혜택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7월24일 ‘하반기 경제 운용 방안’을 통해 지역별·금융 권역별로 따로 운용되고 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지역이나 금융 권역 구분 없이 각각 70%와 60%로 완화했다. 8월1일부터 본격 시행돼 가을 성수기를 앞둔 주택시장에 새로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LTV·DTI 비율이 높아지면 이전보다 금융권에서 대출할 수 있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동안 담보 대출이 덜 나와 고민했던 수요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LTV가 상향 조정되면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권 등의 거주자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 등 6억원 초과 주택이 많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에선 LTV가 50%에서 70%로 20%포인트나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 거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소득도 높기 때문에 DTI 산정에서도 불리할 것이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LTV가 70%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수도권에서는 한 가구당 평균 5624만원의 대출이 더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기존에 3억11만원이던 것이 3억8318만원으로 8307만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경기도는 기존보다 3692만원, 인천은 2840만원의 대출이 더 가능해진다. 특히 서울 지역의 6억원 초과 아파트는 이번 LTV 상향 조정으로 대출 가능액이 5억501만원에서 7억701만원으로 평균 2억200만원이나 늘어나 고가 아파트일수록 혜택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LTV·DTI 상향 조정은 대출 여력이 없어 비은행권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려 썼던 가구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제1 금융권으로 갈아탈 수 있게 돼 그만큼 자금 운용 폭도 넓어지게 된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이 연 3%대 중반, 저축은행 등이 9% 안팎으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LTV·DTI 상향 조정으로 10조원에 달하는 가계 신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던 내 집 마련 디딤돌 대출을 유주택자에게 확대하기로 한 것도 새로운 변수다. 디딤돌 대출은 근로자서민대출, 생애최초대출,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우대형 보금자리론을 하나로 통합한 상품으로 금리가 연 2.8~3.6%로 낮은 게 특징이다. 자격 조건은 부부 합산 총소득이 6000만원(생애 최초 주택자는 7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전용면적 85㎡(지방은 100㎡) 이하 주택에 한해 2억원까지 대출해준다.

그러나 정부는 오는 9월부터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1주택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9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를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좀 더 넓은 주택으로 옮기거나 생활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자들도 저금리의 디딤돌 대출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6월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68.6%(KB부동산알리지 조사)에 달하고 수도권 일부지역은 전세가율이 이미 70%를 넘어선 것을 감안할 때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6월 기준 아파트 전세가율은 이미 서울 성북구(71.1%), 수원 장안구(72.6%), 수원 영통구(72.5%), 안양 동안구(71.2%), 군포(72.6%), 의왕(72.3%), 오산(70.7%) 등에서 70%를 넘었다.

부동산114는 이번 조치로 전용면적이 85㎡(지방은 100㎡) 이하이며 주택 가격이 6억원을 넘지 않아 디딤돌 대출을 이용해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이 전국에 558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84만 가구, 경기가 157만 가구, 인천이 38만 가구다.

금리 인하도 부동산 구매 수요 자극

또 공유형 모기지 상품도 또 다른 변수다. 정부가 지난 3월 대상자를 생애 최초 주택자에서 5년 이상 무주택자까지 확대해 개방했기 때문이다. 공유형 모기지는 전용면적 85㎡ 이하이면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살 때 연 1~2%의 싼 이자로 빌려주는 자금으로 주택을 팔거나 대출 만기 때 주택 가격 등락에 따른 손실이나 이익을 금융기관이나 국민주택기금과 나누는 방식이다. 올해만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며 전체적으로는 1만5000가구 정도가 혜택을 본다. 이에 따라 생애 첫 집을 장만하는 젊은 수요층은 물론, 집을 처분해 일정 기간 무주택 조건을 갖춘 수요층들도 주택시장에 유입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주택시장에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잇단 경기 부양 조치에도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8월 금통위 때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에 기반해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가계의 대출 여력이 커져 부동산 구매 수요를 자극한다. 또 금리 인하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실물 가치가 높아져 부동산 가치도 증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투자가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주택시장에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호재가 겹치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이미 바닥을 찍은 만큼 하반기에는 상반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