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천 원짜리 볼 아끼려다 목숨 잃을 수 있다
  • 안성찬│골프 칼럼니스트 ()
  • 승인 2014.08.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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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골퍼, 워터 해저드에 빠진 볼 건지려다 익사 골프장 사고 1위는 카트 사고

지난 7월15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의 군 골프장 처인C.C.. 60대 A씨가 라운드를 하다가 워터 해저드에 빠진 볼을 찾으려다 물에 빠져 숨졌다. 이날 A씨는 지인 6명과 함께 라운드를 하던 중 워터 해저드에 들어간 볼을 건지려다가 해저드로 미끄러져 변을 당했다. 사고가 난 워터 해저드는 수심이 최대 5m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이런 골프장 사고는 비일비재하다. 사고의 무풍지대로 알려진 골프장이 전동카트를 도입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고가 왜 일어날까. 한국골프장사업협회 이종관 팀장은 “골프장 사고는 일반 사고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연간 3000만명 이상의 골퍼가 다녀가는데 사고가 안 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골프장 사고는 각양각색이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카트 사고다. 한눈을 팔면 바로 일어날 정도로 사고 1순위다.

7월26일 경남 창원의 한 골프장에서 50대 골퍼가 모노레일 카에 부딪혀 숨졌다. 이후 모노레일 카 주변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됐다. ⓒ 연합뉴스
가장 큰 원인은 초보 캐디의 운전 미숙. 캐디 1명이 4개의 캐디백을 싣고 움직이기 때문에 바쁘다. 주중에도 무조건 앞 팀과 간격을 유지하느라 부지런히 쫓아가야 한다. 시간이 늦으면 캐디에게 ‘벌당’(청소, 디벗 정리 등)이 돌아간다. 서두르다 보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게다가 캐디를 도와준답시고 서툰 골퍼가 카트를 몰다가 일을 내기도 한다. 전동카트에서 골퍼의 낙상이 빈번한 이유다. 

특히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골프장은 페어웨이 카트 도로뿐 아니라 홀과 홀 사이의 보경로가 급경사로 이뤄진 곳이 적지 않아 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급경사를 돌다가 카트 의자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카트 밖으로 발을 내놓고 달리다가 다리가 부러지기도 한다. 때로 앞과 뒤의 카트가 부딪치는 추돌 사고도 일어난다. 카트가 달리고 있는데 볼이 떨어지면 그것을 줍느라고 자신도 모르게 내리다가 부상을 당하며, 이른바 내기 골프를 하느라 ‘뽑기’를 하는 중에 앞에 탄 사람이 뒤돌아보다가 커브 길에서 떨어져 다치기도 한다.

1~3m 워터 해저드 빠져도 사망 확률 높아

김해 가야C.C.에서 있었던 일. 클럽하우스 뒤쪽에 분수대가 있다. 캐디가 카트에 백을 싣고 티잉 그라운드로 움직이다가 분수대로 돌진했다. 다행히 캐디는 다친 곳 없이 캐디백만 물에 흠뻑 젖었다. 여주C.C. 신코스 마지막 내리막 홀에서는 역시 캐디의 운전 미숙으로 인해 카트가 뒤집어져 골퍼가 중상을 입었다. 사망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오펠골프클럽에서는 40대 여성 골퍼가 카트로 이동하던 중 추락해 갈비뼈 1개가 부러지고 이빨 6개가 손상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연간 한두 건씩 일어나는 일이지만 워터 해저드에서도 익사 사고가 일어난다. 이는 골퍼의 부주의 탓이다. 조금만 조심하면 이런 사고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 아깝더라도 그냥 가는 것이 상책이다. 몇 천 원 아끼려다 아까운 생명이 날아간다.

워터 해저드 주변에는 ‘수심이 깊으니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그 옆에는 만약에 대비해 구명용 보트나 장비가 놓여 있다. 그런데 골퍼들은 왜 워터 해저드를 우습게 알까. 얕아 보인다. 그리고 볼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손이나 클럽으로 건져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 워터 해저드의 구조상 100% 위험하다. 방수용 재질을 물밑에 깔았기 때문에 쉽게 미끄러진다. 게다가 깔때기 형태로 가운데가 생각보다 깊다. 

스카이72G.C.에서는 40대 진 아무개씨(여)가 하늘코스 18번 홀 수심 3m 되는 워터 해저드에 빠진 후 긴급 구조돼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1~3m의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 죽을까. 죽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경기도 한 골프장 대표가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 얼마나 위험한지를 시험해본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 대표는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런 경험을 한 뒤 직원 교육을 철저하게 시켰다고 한다. 골퍼에게 반드시 경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워터 해저드에는 아예 가지 말라고 당부하라는 것.

골퍼들이 사망하는 원인으로는 이전에는 심장마비가 많았다. 전동카트가 도입되기 전의 일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경사가 심한 곳을 오르다가 죽는 사례가 빈번했다.

캐디 말을 듣지 않다가 골퍼끼리 사고가 나기도 한다. 대개 볼에 맞는 경우다. 뒤 팀에서 친 볼에 앞 팀의 골퍼가 맞아 실명한 경우도 있다. 레이크사이드C.C.에서 있었던 일. 뒤 팀에서 친 볼이 날아가자 앞 팀의 골퍼가 맞을까 봐서 “볼~”이라고 소리쳤다. 이때 앞 팀의 골퍼가 뒤를 돌아보다가 눈에 볼이 맞은 것. 결국 한쪽 눈을 잃어야 했다. 또한 티잉 그라운드에서 4명의 골퍼가 각자 연습을 하는데 이것도 위험천만이다. 드라이버 헤드가 머리에 살짝 닿아도 바로 쓰러진다. 주의가 요구되는 곳이다.

워터 해저드나 아웃 오브 바운스(OB)가 난 볼을 찾으려고 경사진 언덕에 오르거나 거의 45도 이상의 절벽에 가까운 곳을 가다가 넘어져 허리와 다리에 골절상을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비가 오는 날에는 벙커에 들어갈 때도 조심해야 한다. 빗물에 젖은 잔디와 모래로 인해 깊은 벙커에 미끄러져 상처를 입는다. 한눈을 팔면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맨홀에 빠지기도 한다.  

경남 창원의 한 골프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특이하다. 지난 7월26일 50대 골퍼가 모노레일 카에 부딪혀 숨졌다. B씨는 일행 2명과 8번 홀에서 플레이한 후 9번 홀로 가려고 먼저 모노레일 쪽으로 이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B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8번 홀에서 9번 홀 사이 오르막 경사에 설치된 모노레일의 70여 m 지점이다.

골프장 사고 대부분 골프장이 피해 보상해줘

골프장에서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질까. 대부분 골프장에서 보상을 해준다. 캐디가 잘못하거나 전동카트 등으로 일어난 사고는 골프장이 시설 배상책임보험을 들어놓고 있어 그것으로 해결한다. 뒤 팀에서 친 볼에 앞 팀의 플레이어가 맞아 상해를 당하거나 티샷을 한 볼에 옆에서 구경하던 일행이 안면을 맞아 실명한 사고를 당했다면 안전 교육 및 캐디의 적극적 통제 여부에 따라 골프장 과실 비율이 적용된다. 또한 캐디 또는 경기 안전요원의 통제에도 피해자가 선행한 경우 피해자 과실로 본다. 골퍼끼리 사고가 나더라도 골프장 측에서 10~20%의 배상 책임을 진다.

캐디나 카트에 의해 사고가 나면 100% 골프장이 책임진다. 이번 처인C.C.의 경우에는 위험 표지판이 있었는지, 캐디가 통제 여부를 알렸는지에 따라 배상 책임이 달라진다.

급커브 길을 돌다가 카트에서 떨어지거나 카트에 탑승한 채 다른 행동을 하다가 카트가 급선회해 추락해 뇌진탕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면 카트 및 교통 승용구에 준해 운전자 과실이 적용된다.

골프장에서는 언제든 불상사를 당할 수 있다. “나는 괜찮겠지”하다가는 큰코다친다. 골퍼 자신이 우선 주의해야 한다. 카트를 몰지 않고 걷는 것이 가장 좋다. 그리고 물가에는 가지 않는다.

플레이할 때 그린으로부터 볼이 멀리 있는 사람부터 치라는 것은 매너 때문이 아니다. 안전 때문이다. 볼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먼저 치겠다고 앞서가면 반드시 불의의 사고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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