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환자, 심근경색·뇌졸중 가능성 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4.08.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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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남자들, 오해가 많군

인터넷을 통해 파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모두 가짜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온라인으로 불법 판매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12가지를 수거해 검사한 결과 모두 안전성이나 효과를 보증할 수 없는 제품”이라고 발표했다. 성분이 없거나 함량이 과하거나 부족해 약효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부작용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내 성인 남성 10명 가운데 7명은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가 성인 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7.8%가 인터넷 성인용품점이나 지인을 통해 샀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발기부전을 경험하는 남성이 많다는 뜻이다. 발기부전은 정도의 차이를 보이지만 40세 이상 남성 두 명 중 한 명에서 생기는 흔한 병이다. 그러나 성욕, 성적 극치감(오르가슴), 사정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발기부전이란 발기가 되지 않거나, 발기되더라도 유지할 수 없거나, 발기가 충분하지 않아 성관계를 가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증상이 성관계 두 번 중 한 번 이상이고,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발기부전으로 진단받는다. 한두 번 원하는 만큼 발기가 안 됐다고 해서 발기부전은 아니다. 발기부전은 그 자체보다 남성의 심리적인 위축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발기부전에 걸린 남성은 여성을 피하고, 자신감을 상실하며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이혼하기도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송지훈씨(53)는 “발기부전으로 잠자리를 피하고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발기부전 치료제와 협심증약 ‘상극’

더 큰 문제는 발기부전이 심혈관 질환(협심증·심근경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음경 자체의 병이거나 정신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수웅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음경은 거대한 혈관과 같은데 이 혈관이 확장해야 발기가 된다”며 “그 기능이 떨어진 것은 다른 혈관, 특히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 문제가 있는 징조로 본다”고 설명했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면 발기 기능도 대부분 회복된다. 하루에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 하기, 금연, 기름진 음식 피하기, 체중 조절 등이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 예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발기부전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는 오랜 기간(1~2년)이 걸린다.

심혈관 질환이 없는 사람이라면 약으로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다. 이성원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는 대부분 1차적으로 먹는 약으로 시도하고 실패하면 2차 치료를 한다”며 “2차 치료로 요도에 주입하는 약이나 음경해면체에 약을 사용하면 환자의 80%가 효과를 보지만 사용에 불편감이 있어 만족도는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약을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구입하는 이유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도록 한 이유가 있다. 대표적인 약인 비아그라는 본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러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개발이 중단됐고, 나중에 발기 기능 개선 효과를 발견하고 발기부전 치료제로 상품화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혈관이 확장되므로 혈압은 떨어진다. 따라서 협심증약, 무좀약, 전립선비대 치료제 등과는 상극이다. 협심증약을 먹지 않더라도 심혈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약 복용에 대해 전문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기존에 협심증약이나 혈관 확장제를 먹는 환자가 발기부전 치료제까지 먹으면 혈압이 급격히 떨어져 심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며 “전립선염·고혈압·당뇨·과체중·비만·흡연·건강검진 여부를 확인한 후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루와 구분해 약 복용해야”

약으로 별 효과를 못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약이 소용없다고 단정한 채 발기부전 치료 자체를 멀리한다. 김 교수는 “발기부전 치료제를 4~6회 사용해보고 그래도 실패하면 다른 치료제를 찾는 게 일반적인 치료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발기 시간을 오래 지속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발기 강직도를 높이는 약이다. 약을 먹는다고 없던 성욕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성욕은 자극을 받는 나이에 따라 다른데, 젊은 남성은 야한 생각만으로도 쉽게 성욕이 생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정신적 자극 외에 신체적 자극이 필요하다.

약에 따라 성분과 용량이 달라 자신에게 맞는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50mg으로 효과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mg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에게 맞는 용량보다 적거나 많은 양의 약을 복용하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복용 시간도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비아그라와 엠빅스는 1시간 전, 시알리스·자이데나·제피드 계열의 약은 30분 전에 먹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두통·안면홍조·소화불량이다.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면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약 복용 후 4시간 이상 발기가 지속되면 의사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비아그라를 먹은 사람의 절반가량은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그 원인의 56%는 부정확한 약 사용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루증과 발기부전을 구별하기 위해서라도 전문의와의 상담은 필수다. 발기 강직도와 관련된 질환이 발기부전이라면 조루증은 시간과 연관이 있다. 과거에는 5분 이내에 사정하면 조루증이라 정의했으나 최근에는 1분 이내로 조정됐다. 박수아 약사는 “조루인지 발기부전인지 진단받아 구분해서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남성, 연 평균 1개 복용 


1998년 한국화이자는 비아그라를 국내에 선보였다. 2005년 동아ST(옛 동아제약)가 국산 1호 발기부전 치료제(자이데나)를 출시했다. 비아그라 특허가 풀린 2012년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쏟아내면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국내 40여 개 업체에서 약 90가지 복제약을 출시한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200억원에 달했다.

한 알에 1만~2만원이 넘던 가격은 현재 2000~3000원까지 떨어졌다. 과거에는 편견이 있었지만 규제가 강화된 요즘은 복제약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싼 가격의 복제약을 사용하는 환자가 늘어났다. 복제약이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약 접근성이 좋아졌다. 의약품 조사 기관인 IMS헬스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린 발기부전 치료제는 1733만개로 2년 전(2011년 7월~2012년 6월) 897만개보다 93.2% 늘어났다. 한국 성인 남성 인구가 1800만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1년 동안 성인 남성 1명당 발기부전 치료제를 1개 복용한 셈이다.

비아그라는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필름형으로 출시됐다. SK케미칼이 자체 개발한 필름형 제품(엠빅스S)은 복용 편의성과 간편한 휴대성을 내세워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위 제품(시알리스)이 내년 특허가 만료되고 발기부전 치료제와 조루증 치료제를 합친 복합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어서 ‘제2의 비아그라’ 열풍이 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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