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에 100억대 미술품 팔아라
  • 김진령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4.08.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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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공공미술 설치권 따내려 대형 갤러리들 경쟁

잠실 제2롯데월드 완공이 가까워질수록 바빠지는 곳이 있다. 화랑가다. ‘대형 건물 완공=대형 공공미술품 설치’이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의무화된 ‘건축물에 대한 미술 장식 제도’가 있다. 연면적 1만㎡ 이상 건물을 지을 때 공사비의 1%를 미술 장식에 사용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시민에게 미술품을 접할 기회를 주고 작가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에는 건축비용의 0.7%를 미술 장식에 사용하는 것으로 낮췄다. 아무튼 덕분에 대형 건물 주변에서 대형 조각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2롯데월드의 총 건설비용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2016년에 높이 555m의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완공을 끝으로 공사가 마무리된다. 제2롯데월드는 롯데월드타워를 포함해 쇼핑몰동, 에비뉴엘동 등 4개 동으로 구성된다. 이 중 쇼핑몰동과 에비뉴엘동은 공사가 끝나 지난봄부터 서울시에 가사용허가 승인을 신청하는 등 추석 전 영업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 ⓒ 시사저널 박은숙
제2롯데월드의 완공을 롯데만큼이나 바라고 있는 곳이 화랑가다. 대형 공공미술 작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일단 롯데가 제2롯데월드에 설치해야 하는 공공미술품 가격은 건설비를 통해 추산해볼 수 있다. 총 건설비가 아닌 실제 건설비를 기준으로 한다. 시행 주체인 롯데물산이 시공사인 롯데건설에 지불한 공사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7458억원이 들었다. 2016년까지 들어갈 실제 공사비는 1조2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법이 정한 공공미술 예산 규모는 건설비의 0.7%지만 대형 빌딩은 1~1.5%까지 쓰는 게 관행이다. 이에 비춰보면 롯데는 공공미술품 매입에 100억원 정도를 쓸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30억원 안팎을 공공미술품 설치에 쓴 여의도 IFC몰의 3배 안팎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실내 장식용 그림만 3000점 이상

화랑가에서도 대략 롯데가 50억~100억원 정도를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산과는 별도로 실내 장식용으로 거는 판화 등의 그림만 3000점 이상이 될 것으로 화랑가는 보고 있다. 이는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화랑가에 단비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장기 부동산 불황이 찾아오면서 공공미술 시장 규모가 2010년 920억원, 2011년 880억원, 2012년 620억원 등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나아트·갤러리현대·국제갤러리 같은 대형 갤러리는 물론 더톤·아이안 등 공공미술 컨설팅회사까지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중에선 ‘롯데와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모 업체가 내정됐다’ ‘외부에 세울 10여 점의 작품이 지난해 결정됐다’는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격호 회장의 큰딸인 신영자 사장과 신동빈 회장 중에서 누가 이 미술품 프로젝트의 결정권을 행사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신영자 사장은 과거부터 화랑을 운영하는 등 미술계와 연결 고리가 많다. 재벌회사 신규 사옥의 공공미술품 결정이 통상 2~3개 계열사가 다단계 식으로 관여하는 ‘총수 직영 사업’이란 점에서 이를 통해 롯데그룹의 실제 파워 순위를 짐작할 수 있다. 93세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 악화설’이 나돌고 있으며 외부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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