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일병 사건과 군 개혁
  • 전성인 |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 승인 2014.08.1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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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경제학자다. 따라서 군 문제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서 또 하나의 ‘세월호’가 되고 있는 군 인권 문제를 보고 아무 느낌이 없을 수는 없다. 아래의 글은 비전문가로서 느낀 소감이다.

첫 번째로 생각나는 단어는 ‘이지메’다. 1990년대 우리나라 청소년 교육 문제를 거론할 때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이지메였다. 그냥 단순한 ‘왕따’가 아니라 이유 없이 한 사람을 골라서 집단적으로 들볶고 괴롭힘을 주는 것이었다.

이제 그 세대가 자라서 군대를 갔단 말인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군대 내에서의 폭력은 단순한 ‘기합’이나 ‘얼차려’가 아니라 왕따를 지나 이지메로 발전했다(물론 이번 윤 일병 사건은 이지메 정도가 아니라 ‘고문’이었다). 만일 학교에서 군대로 정말 이지메가 확산된 것이라면 문제 해결에는 군대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을 바로잡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둘째로 군대 내의 고충 처리, 사건 조사, 재판 과정을 전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군대 용어로 고충 처리는 ‘소원수리’다. 그러나 소원은 거의 언제나 ‘적발’될 뿐이고 수리되기는커녕 ‘보복’될 뿐이다. 사건 조사 역시 상명하복의 명령 체계에 묶여 있는 군 검찰의 조사 능력에 대해 사회가 보내는 신뢰는 크지 않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재판 역시 문제가 많다. ‘코드 레드’로 사망한 병사의 진실을 파헤치고 제셉 대령을 법정에서 구속하는 영화 <어 퓨 굿맨>은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먼 나라의 영화일 뿐이다. 

명령 체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보안사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지는 않는다고 해도 군 검찰의 위상과 권한이 더 확충돼야 하고 국가 기밀사항이 아닌 한 군사재판 역시 원칙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병제를 염두에 두고 직업군인 비율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완전한 모병제를 실시하는 것이 성급하거나 과격한 발상이라 하더라도 조금씩 그 방향으로 이행해갈 필요는 있다. 군대도 ‘하나의 직장’이고 따라서 ‘직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법의 기본 원리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군인을 병역의 의무를 필하기 위해 징집된 ‘자원’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군인은 군대라는 직장의 직원이고 국가는 사용자로서 노동법상의 기본 의무를 지는 자로 볼 것인가에 따라 문제 해결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극단적인 인권 침해는 물론이고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군대 내 성희롱 문제 역시 그 기본 해결은 직장 내 성희롱의 관점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군내 인권 침해의 문제지만, 그 심연에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초등교육 때부터 주입하는 성과지상주의, 남을 더불어 사는 동료로 여기기보다는 짓밟고 나가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풍조, 그리고 과다한 경쟁과 양극화에 따른 좌절에서 비롯된 비뚤어진 집단적 가해 성향이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군대도 바뀌고 우리 사회도 정상화돼야만 제2의 윤 일병 사건을 막을 수 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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