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간담 서늘하게 한 ‘짝퉁 애플’ 샤오미
  • 배은준│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 승인 2014.08.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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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업체 턱밑 추격…한국 기업, 성장 전략 재검토 시점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성장세가 매섭다.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위 25개 업체 중 10개가 중국 기업이고, 시장 점유율은 34%에 달한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분의 1을 중국 기업이 차지한 셈이다.

중국은 2010년에는 전무하다시피 했던 시장 점유율을 매년 10%포인트씩 끌어올려 올해 2분기에는 34%의 시장 점유율로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고속 성장은 수평 전문화된 산업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운영체제와 프로세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퀄컴을 통해 수평 전문화된 지 오래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미디어텍은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제공하고, 폭스콘 등 전자제품 외주 생산 전문 기업은 하드웨어 생산을 대행해준다. 최근 폭스콘은 블랙베리의 상품 기획까지 담당하기에 이르렀다. 소프트웨어를 몰라도, 전자회로를 몰라도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 전시회에 가보면 한두 명의 엔지니어만으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중국 기업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수평 전문화된 산업 구조는 선도 업체와 후발 업체의 기술 격차를 급격히 줄이는 역할을 한다. 자동차보다 스마트폰에서 중국 기업의 존재감이 큰 이유다.

2013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콘퍼런스의 샤오미 스마트폰 부스. ⓒ 연합뉴스
중국 기업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는 신생 기업 ‘샤오미(小米·Xiaomi)’다. 창업한 지 4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5위에 올랐다. 화웨이·레노버·쿨패드·ZTE 등 중국의 4대 스마트폰업체만 주목해오던 경쟁 기업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글로벌 업체와 대등한 기술 강조 

샤오미는 ‘저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드웨어 사양은 애플과 삼성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동일하지만, 값은 절반 이하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신흥 시장 소비자, 특히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가 샤오미에 열광하는 이유다.

하지만 샤오미의 저가 전략 기저에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있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사업 모델’이 하나이고, 스마트폰보다는 액세서리·애플리케이션·콘텐츠 판매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교차 보조 사업 모델’이 다른 하나다. 경쟁 기업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샤오미의 등장은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몰고 오는 위협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화웨이·레노버·쿨패드·ZTE 등이 선도 기업 제품과 전략을 모방하던 ‘1세대 기업’이라면, 샤오미가 대표하는 ‘2세대 기업’은 선도 기업 모방에 그치지 않고, 제품과 전략의 차별화 포인트를 발견한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샤오미 외에도 주목할 만한 중국 기업들로는 비보(Vivo)와 오포(Oppo)를 꼽을 수 있다. 이들 기업의 대표 전략은 ‘세그멘테이션’(시장 세분화)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글로벌 기업의 가격대별 제품 전략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작은 시장에 타기팅함으로써 경쟁을 회피하고, 제한된 자원의 효과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세그멘트는 셀카 사용자를 겨냥한 ‘카메라 세그멘트’, 음질에 초점을 맞춘 ‘오디오 세그멘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여성 세그멘트’ 등이다.

세그멘테이션 전략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기업의 품질과 기술 역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기업은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퀄컴의 프로세서, LG나 삼성의 디스플레이, 소니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말한다. 글로벌 업체와 유사한 품질 수준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 역량도 주목해야 한다. 화웨이의 경우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을 통해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프로세서를 개발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샤오미의 경우에는 변종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MIUI에서 엿보이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가장 큰 강점이다. MIUI는 비교적 적은 시스템 자원을 사용하며 가볍게 동작하는 장점을 갖는다. 게다가 샤오미는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서 매주 MIUI를 업데이트하고 있을 뿐 아니라 LG·삼성 등에서 출시한 200여 개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맞춤화된 MIUI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2세대 기업인 비보와 오포는 중국의 대표적인 오디오 및 비디오 기기 제조사인 BBK(步步高)에서 유래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덕분에 두 회사는 MP3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 등의 사업 경험과 고품질 오디오·비디오 기술 역량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디오 및 비디오 세그멘트에 타기팅할 수 있었던 이유다.

가격 경쟁력에 기술 경쟁력까지

중국 기업은 이제 가격 경쟁력만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갖고 있는 기술 혁신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발전을 이끌어온 프로세서·디스플레이·카메라 기술 등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의 경쟁 우위를 지속할 기술 발전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은 중국 기업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의미다.

지금까지 스마트폰 시장 성장을 이끌어온 선진 시장의 성장률은 이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우리 기업엔 치명적이다. 반면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 시장의 성장률은 여전히 20%를 넘는다. 제2의 중국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경우 올해 스마트폰 성장률이 6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가폰 생산에 강점을 가진 중국 기업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제 한국 스마트폰 기업은 성장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기존 성장 전략을 강화한다는 관점에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차별화를 지속할 수 있는 웨어러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혁신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기존 성장 전략을 수정한다는 관점에서는 중·저가 시장에서의 세그멘테이션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세그멘테이션 전략은 제품 라인업의 증가로 이어져 수익성의 하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는 말처럼, 사업의 건강을 좌우하는 시장 기반을 잃는 것보다는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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