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자리 아파트라며 자꾸 홀리네
  • 박재락│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영남대 환경보건대학 ()
  • 승인 2014.08.2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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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업체들 풍수 마케팅 바람…현혹되지 말고 냉정하게 봐야

한국의 전통 사상 중 자손·운·복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내재돼 온 관념이 바로 ‘풍수’다. 풍수를 이용한 마케팅 바람이 부동산 분양 시장에도 불고 있다. 교통이나 주변 생활체육공간 등의 여건을 주로 홍보했던 기존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집터의 풍수지리적 장점을 부각시키는 판촉을 시도하는 것이다. 오랜 기간 침체돼 있던 부동산 시장에 대해 투자자들의 성향은 깐깐해졌다. 이 작은 틈새로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풍수 마케팅’이 파고들고 있다.

수도권의 한 부동산개발업체는 레저와 전원생활을 꿈꾸는 투자자들에게 풍수 입지를 이용한 마케팅을 시도했다.

“이곳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은 산간지역이다. 해발 300m에서 정주 공간을 이룬 오봉리(五峰里) 마을이 현존하는 곳이다. 해발 300m의 높이는 세계적으로 장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나타난다.”

현대 건축물에도 풍수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적용되고 있다. ⓒ 시사저널 포토
여기서 ‘오봉리’는 다섯 봉우리가 에워싸고 있는 공간의 마을을 의미한다. 이러한 산세를 장풍국(藏風局)이라 하는데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막고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풍수지리학에서 지기(地氣·땅의 정기)는 보통 바람에 흩어지는데, 이곳은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정주 공간이 될 수 있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명당 터의 기를 받아 힐링(Healing)과 웰빙(Well-being)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지리적 요건은 세계적인 장수 마을들과도 유사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구의 한 건설회사 역시 풍수 마케팅을 폈다.

“팔공산의 지맥을 타고 있으며, 금호강을 만나 음(산)과 양(물)의 조화를 이룬 곳이다. 현무봉이 중심룡맥을 뻗어 터를 이룬 곳이며, 좌청룡·우백호가 서로 감싸듯이 포근히 안아주는 중심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또 마주하는 안산이 문필봉(붓 끝처럼 뾰족하게 솟은 형태의 산, 학자나 선비의 탄생을 상징)과 금형봉(솥뚜껑을 엎어놓은 형태, 부자나 재물을 상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입지는 거북이가 알을 품고 있는 ‘금구포란형(金龜抱卵形)’을 이룬 터이므로, 이곳의 입주민과 건설사는 부와 명예의 기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 용맥이란 산의 정기가 흐르는 산줄기를 말한다. 중심룡맥을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을 보호해주는 존재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좌청룡·우백호라고 한다. 물이 중심 산줄기를 마치 아기처럼 감싸 안은 형태의 지리적 명당 요건을 갖췄다고 홍보한 것이다. 거기에 부와 명예의 기운까지 받을 수 있다는 내용까지 곁들여져 입주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입주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배산임수’라고 다 ‘명당’ 아니다

지방의 한 건설사 역시 아파트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풍수명당’ 스토리텔링을 했고, 전국 1위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분양사들의 풍수 마케팅을 꼼꼼히 살펴보면 풍수지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명당’이라는 주장만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배산임수 입지, 재물이 모인다는 일명 소쿠리 터, 또는 문헌 속 지명 유래에 등장하는 터 등을 명당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풍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을 설익은 마케팅을 통해 현혹하거나 우롱하는 것이다. 특히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입지는 그 자체만으로는 훌륭한 풍수명당이 될 수 없다. 배산임수는 단순히 지리적 입지 조건을 말하는 것뿐이다. 분양을 시작한 아파트, 상업 건물, 공원의 납골당 터까지 “이곳은 배산임수의 입지라 명당”이라고 홍보하지만 풍수적으로는 논리에 맞지 않는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면 ‘명당’은 과연 어디일까. 명당인 주거공간을 찾기 위해서는 산·물·좌향이라는 중요한 풍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다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1. 먼저 아파트 단지가 산을 의지하고 있거나 뒤편으로 건물이 받쳐주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산을 가까이하는 입지는 산에서 분출되는 피톤치드 등 좋은 지기를 받을 수 있고, 뒤편의 건물이 있는 입지는 바람으로부터 기를 보호받을 수 있다. 산자락을 절개해 건립된 아파트는 명당의 기를 받지 못한다. 풍수지리학에서는 자연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2011년 집중호우 이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무리한 개발로 인해 일어난 재해다. 자연과 건물이 유기적으로 긴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 입지 공간 가까이에 물을 끼고 있는지, 지당(池塘·인공 호수나 연못)을 조성한 곳인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도심 공간에서 아파트 단지 가까이에 물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친환경 생태 공간의 조건을 갖춘 곳을 의미한다. 서울의 청계천이 도시의 미기후를 형성하는 것을 보더라도 도심 공간에서 흐르는 물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3. 건물과 물의 좌향이 중요하다. 좌향이란 집터가 자리 잡은 방위(方位)다. 예전부터 남향은 3대가 적선을 베풀어야 얻을 수 있는 터라고 했다. 앞 베란다로 천기(태양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다. 또 물이 흘러 들어오는 방향을 향해 입지를 이룬 곳을 찾아야 한다. 이를 ‘수관재물’, 즉 득수 형태라 하여 재물이 쌓이는 곳으로 본다. 서울의 재벌가들이 한남동 입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물이 빠져나가는 입지라면 재물도 빠져나간다.

#4. 안산(案山)을 향한 입지가 중요하다. 안산이란 풍수지리학적으로 가택이나 묘택의 혈 앞에 있는 낮은 산을 말한다. 앞쪽으로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은 맑은 기를 항상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안산이 없는 경우에는 전면의 낮은 건물도 안산 역할을 한다. 이때 눈높이보다 낮은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건물이면 좋다. 돔형이라든가 일자형의 건물, 또는 학교 건물을 바라볼 수 있는 쪽이면 더욱 좋다고 본다.

#5. 건물 터의 땅 모양과 건물 형태, 마당 공간도 살펴야 한다. 상업 지역의 아파트는 대부분 마당 쪽이 큰 도로와 접해 있는데 이런 땅은 지기가 흔들리는 곳이다. 반드시 마당의 간격이 넓은지를 살펴야 한다. 건물 형태는 위로 올라가는 형태의 주거공간이 좋다. 풍수적으로 건물의 기가 상승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사각형 건물 형태로 좌우 끝부분이 갈라진 형태는 기가 모이지 않는 공간이다.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용적률에만 맞춰 편법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건물 형태다.

풍수지리는 자연을 살아 있는 유기체로 인식해 조화와 균형을 이룬 곳을 명당으로 정의한다. 명당은 좋은 기(氣)를 받아 복 있는 삶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의 공간이 된다. 분양사들의 과장된 풍수 마케팅에 현혹되지 말고 자연친화적인지, 풍수적 명당 요소가 적용된 입지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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