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매 정국마다 여당보다 야당이 더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탓도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온전히 다 돌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동네북 신세가 따로 없다. 정권을 얻는 데 실패한 정당으로 찬바람 부는 들판에 서 있는 게 야당인데, 여당과 언론 그리고 여론은 새정치연합에 비판적이다. 선거 때는 여당과 야당 모두에 동일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다. 하지만 평시에는 권력을 쥐고 휘두르는 정부·여당에 대해 야당보다는 몇 배는 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야당에 더 깐깐하게 군다.
야당이면서도 늘 평가를 받다 보니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은 불안정하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에 비해 지지층과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하지 못해왔다. 그래서 비판을 받는 국면이 되면 ‘우수(雨水) 뒤 얼음’처럼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인다. 주식시장이었다면 급락을 막기 위해 서킷브레이커나 사이드카가 몇 번이나 발동되었을 것이다.
한국갤럽 정기조사에 따르면, 2012년 12월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6%까지 올랐다. 다른 조사에서는 40%를 넘는 결과도 나왔다. 그러다 대선 이후 급락했다. 지난해 3월 조사 때는 제2의 야당인 ‘안철수 신당’을 가정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11%까지 떨어지며 3위로 밀리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그래도 당시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당시 야권은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당시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3%였다. 양 세력의 지지율을 단순 덧셈하면 34%로 새누리당에 견줄 만했다. 당시엔 그런 대안이나마 있었다.
실제 지난 3월 양 세력의 전격적인 통합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해 다시 30%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최근 7·30 재보선 이후 통합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20%를 유지하기가 버거워 보이는 상황이다. 대안 세력이었던 안철수 진영이 합류한 이후의 추락이어서 이제 반전의 희망도 찾기 어려워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국회 내 의석 수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데 정당 지지율에선 두 배가량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구한다. 대통령 국정 평가처럼 단순히 ‘일을 잘하느냐, 잘못하느냐’를 물어서 구하는 게 아니다. ‘지지한다’는 것은 상당히 강한 내면의 의사 표시다. 쉽게 변하지 않는 지표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매우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 등락 폭이 5%포인트 정도다. 특별한 이슈가 있어도, 악재가 있어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금세 회복한다.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강하기도 한 것이지만, 지지율이라는 지표가 그만큼 탄력성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경우 통상의 정당 지지율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지지자들의 정당 일체감이 약하다. 좋아하는 정당이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정당을 견제하기 위해 조건부로 지지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나 보수 세력을 막아야 할 때만 지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대선과 같은 큰 선거에서는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른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원래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인지시켜야 하고, 다음으로 호감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호감이 가는가’ ‘믿을 만한가’는 정치적 인물·세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것이 충족되어야 안정적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충분히 알려져 있지만 호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랫동안 봐왔던 인물들만 즐비하다. 참신함과 신선함은 진보 정당이 가져가는 이미지이지만 오히려 여당보다 더 올드(old)한 느낌을 주고 있다. 정치 불신 시대에 변화 이미지를 갖는 참신한 인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있는 인물도 구태로 만들어버린다.
더 큰 문제는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정당이라면, 특히 야당이라면 메시지가 하나여야 한다. 단일대오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떤 정치적 상황에 직면하면 지도부의 메시지와 중진급 의원들의 메시지가 다르다. 또 초·재선 의원들도 한마디씩 하고, 계파별로도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이것은 외부에 다투기만 한다는 인상을 준다. 믿음을 얻을 리 만무하다. 중도냐 진보냐의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로 가는 데 경부고속도로를 타느냐, 중부고속도로를 타느냐가 본질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서울로 가는 분명한 목표가 있고, 흔들리지 않고 안전하게 가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평소 호감과 믿음을 대중에게 주지 못하면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에 그치게 된다.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고조될 때, 또 큰 선거가 있는 경우에만 지지율이 오르는 정치 환경의 종속적 요소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른바 ‘자체 발광’ 존재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이 형편없게 되면 평소에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여론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론을 등에 업고 대여 공세를 펼쳐야 하는데 그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주로 사용해온 방법은 임시방편으로 호감을 얻기 위해 외부세력을 충원하는 것이었다. 시민사회에서, 노동계에서 인력을 지원받음으로써 과거에 위기를 모면했고, 안철수와 박원순을 외부에서 흡수함으로써 견뎌왔다고 할 수 있다. 순간순간 위기 탈출의 효과가 있었지만 당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다. 하나의 정당이 되는 일이 급선무다. 계파마다, 대선 주자마다, 의원마다 서로 다른 얘기를 하면 그 정당을 바라보는 대중의 입장에서는 두말하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두말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의원들이 스스로 세운 지도부의 권위를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언제든 지도부를 갈아치우는 시스템으로는 믿음을 얻지 못한다. 해법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는 것이다.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만 보더라도 박원순·문재인·안철수 등 야권 주자들의 합이 여권 주자들에 비해 훨씬 높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호감도를 비교해봐도 김대중·노무현 두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결코 밀리지 않는다. 야당에 대해 지지를 보낼 용의가 있는 유권자들이 아직 있으나 지금 야당이 그 마음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