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짜리 알짜 땅 해외 자본들 ‘군침’
  • 김지영 팀장·손가영 인턴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4.08.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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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한전 삼성동 부지 미국·중국·프랑스계 입찰 참여 저울질

서울시는 지난 4월1일 강남 영동권 개발 프로젝트인 ‘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 지역을 ‘국제 교류 복합지구’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국제 업무, MICE(Meeting·Incentives·Convention·Exhibition)·스포츠·문화엔터테인먼트 등 4대 분야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 거대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국전력(한전)의 삼성동 본사 부지 매각 문제다. 부지 전체 면적만 7만9341.8㎡(2만4000평)다. 시세로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불린다. 재계와 대형 건설사, 부동산 개발업체 등이 지대한 관심을 갖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한전은 7월17일 열린 이사회에서 본사를 전남 나주시로 이전하는 때에 맞춰 삼성동 본사 부지를 최고가 경쟁 입찰방식을 통해 일반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부지 매각을 위해 한전은 대일감정원과 경일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맡긴 상태다. 감정평가가 끝나는 8월 말쯤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해외 자본이 한전 본사 부지 입찰에 참여할지 주목된다. ⓒ 시사저널 사진자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땅에 눈독을 들여왔다. 삼성은 2009년 포스코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그린게이트웨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바 있다. 2011년에는 삼성생명을 통해 한전 옆 옛 한국감정원 본사 부지(1만988㎡)를 매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삼성이 한전 부지까지 보유하면 또 하나의 ‘삼성타운’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삼성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현대차 ‘눈독’…현대차 매입 의사 강해

이에 비해 현대차그룹은 훨씬 적극적이다. 서울 성수동 뚝섬 사옥 건설이 무산된 후 한전 부지를 어떻게든 매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로 한전 부지에 독일의 아우트슈타트에 버금가는 명소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랜드마크가 될 초고층 건물에 자동차 부문 계열사를 모두 입주시키겠다고 했다. 현재로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이 땅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제3 진영의 물밑 작업도 분주하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전 부지 인수 희망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대규모 자금 동원력을 앞세운 해외 자본들도 이 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계·중국계·프랑스계 등의 자본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회사인 ‘녹지그룹’도 그 가운데 하나다. 녹지그룹은 용산 국제업무지구 부지에 눈독을 들였으나 개발이 좌초되면서 삼성동 한전 부지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카지노 기업인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은 셸던 아델슨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한전 부지 인수 및 개발 가능성을 타진했다. 최근 들어서는 프랑스의 대형 건설업체인 ‘브이그’가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금리를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일본과 싱가포르계 자본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와 부동산 개발업체 등은 “해외 자본 참여에 대해 아직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다. 수조 원에 달하는 부지 가격과 서울시의 개발 가이드라인 등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투자금 회수에 집중하는 해외 자본 특성상 쉽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언론 등을 통해 추산되고 있는 3조원 안팎의 매각가격과 부지 일부를 전시 및 업무 시설로 조성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 토지 용도변경에 따른 대가로 전체 부지의 40% 안팎을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부담 등을 감안할 때 해외 자본이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서울의 노른자위 땅을 외국계에 넘기는 데 따른 국민 정서상 악영향도 무시할 순 없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외국계 자금 성격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전 부지를 국제교류복합지역으로 개발하려는 서울시 계획이 부딪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용적률 250%인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한전 부지를 용적률 800%인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주는 대신 기부채납을 통해 전체 부지의 40% 안팎을 확보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한강·탄천·잠실운동장 등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해당 부지를 직접 사용하려는 현대차 등 실수요자는 그나마 그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해외 자본이 한전 부지를 인수하게 되면 서울시와의 추가 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해외 자본의 요구를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외 자본은 해당 부지 개발을 포기한 채 시간을 끌다가 시세에 맞춰 부지를 재매각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란 지적이다. 해외 자본의 부동산 투기 대상으로 전락하면 부지 개발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적 효과도 물거품이 된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사옥 ⓒ 시사저널 최준필
“입찰 초기엔 외국 자본 참여 배제해야”

국부 유출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특히 해외 자본의 ‘먹튀’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 스타타워(현 강남 파이낸스센터)를 인수해 3년 만에 2500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올린 ‘론스타 사태’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중구 시티타워를 인수한 후 3년 만에 독일계 투자회사인 TMW에 되팔아 400억원의 수익을 챙긴 싱가포르 CDL △싱가포르 CDL로부터 사들인 시티타워를 4년여 만에 국민연금에 재매각해 1600억원이 넘는 차익을 남긴 TMW △법정관리 상태에 있던 극동건설을 인수해 극동빌딩과 극동건설을 분리 매각하면서 670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론스타 △론스타로부터 극동빌딩을 사들여 국민연금에 매각함으로써 16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긴 맥쿼리CR리츠 등은 국내 부동산을 사들인 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특히 강남 스타타워를 인수한 론스타는 이후 싱가포르투자청에 이 부동산을 되팔면서 빌딩 재매각 방식이 아닌 빌딩을 소유한 (주)스타타워 주식을 매각하는 수법을 써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 과세를 피해나갔다. 중구 시티타워를 싱가포르 CDL로부터 인수한 TMW는 2개 법인을 설립해 각각 51% 미만으로 주식을 인수함으로써 취득세 과세를 피하려고 시도했다. 모두 ‘먹튀’ 논란을 일으킨 사례다.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하려는 한 대기업 간부는 “한전 부지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려는 국내 기업이 있는 만큼 입찰 초기에는 외국 자본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며 “만약 초기 입찰이 유찰될 경우 점진적으로 (해외 자본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한전에서 매각 입찰 공고가 나오면 해외 자본도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국내 자본’과 ‘해외 자본’이 대한민국 알짜배기 땅을 놓고 혈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 본사 부지 원소유주는 ‘봉은사’  


서울 강남의 부동산 투기 열풍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0년대 초부터 불기 시작했다.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 박종규 대통령 경호실장 등은 정치자금 조성을 위해 강남 영동권역을 투기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1963년 평당 300원 하던 땅값은 1970년 초 3만원으로 7년 만에 100배나 치솟았다. 삼성동 한전 부지도 투기 열풍의 대상지였다.

1970년 노른자위 지역으로 불리는 삼성동 땅 10만평은 당시 상공부에 매각됐다. 10만평의 원소유주는 조계종 봉은사였다. 1969년 조계종은 불교회관을 건립하고 동국대학에 필요한 공무원교육원을 매입하려 했다.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진 종단은 봉은사 토지를 매각하려고 했다. 이 계획은 당시 정부의 ‘남서울 개발계획’과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해서 봉은사가 10만평을 팔았던 것이다.

그런데 매각 과정에서 조계종 내 우여곡절이 있었다. 1969년 조계종 정기중앙종회에서 봉은사 토지 매각이 결의되면서부터 종단 내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의결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화근이었다. 그럼에도 종단은 이듬해인 1970년 1월 매각을 결정했고 그해 6월 문공부는 봉은사 소유 부동산 매각을 허가했다. 이에 발맞추듯 8월 강남 영동권역 개발의 신호탄이 되는 영동대교 착공식이 열렸다. 이후 10월 종단은 5억3000만원(평당 5300원)을 받고 10만평을 한국전력주식회사·대한석탄공사·대한광업진흥공사 등 상공부 산하 기관에 팔았다.

1984년 현재의 서울 삼성동 167번지 토지는 한전의 소유가 됐고, 1987년 이 토지에 22층짜리 한전 본사 건물이 들어섰다. 이후 땅값은 계속 치솟았고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에 따르면, 2014년 5월 기준 한전 본사 부지의 가치는 1㎡당 1948만원.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하면 약 2.6배(당시 1㎡당 750만원) 올랐다. 한전 부지 전체가 7만9341.8㎡(2만4000평)이기 때문에 공시지가로만 산정해도 1조5455억원에 달한다. 2004년보다 무려 1조원이나 오른 셈이다. 물론 실매매가는 이보다 훨씬 비쌀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한전 부지의 가치가 3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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