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녀석들이야?”
  • 박동희│스포츠춘추 기자 ()
  • 승인 2014.08.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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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야구계, 한국팀 세계리틀야구대회 선전에 경탄

2006년 제1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은 4강까지 올랐다. 애초 미국 야구 전문가는 한국 야구를 가리켜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 사이의 실력이다. 미국 본선 리그에 진출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한국은 유명 메이저리거가 대거 합류한 미국 대표팀을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때 미국 야구계는 한국의 선전을 보고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녀석들이야?(Who are these guys, anyway?)”라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8년이 지난 2014년 여름 미국 야구계는 또 한 번 ‘Who are these guys, anyway?’라며 놀라고 있다. 8년 전 ‘녀석들’의 정체가 한국 프로야구 선수라면 지금의 ‘녀석들’은 한국 리틀야구 선수다.

8월15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윌리엄스포트에서 개막한 제69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은 그야말로 ‘돌풍의 주인공’이었다. 한국은 당초 예상과 달리 푸에르토리코·일본 등 세계 리틀야구계의 강호를 차례로 물리치며 연전연승을 거뒀다.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대표팀이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을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 AP연합
“회원 가입하겠다”…한국도 ‘리틀야구 붐’

미국 언론은 “1985년 이후 29년 만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한국이 연일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국에 138개 리틀야구팀밖에 없는 한국이 각각 300개, 700개가 넘는 리틀야구팀을 보유한 푸에르토리코와 일본을 물리치고, 200만명의 리틀야구 선수가 활동하는 미국마저 제압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한국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먼저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 팀이었다. 1984년, 1985년 2년 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한 후 29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서 내리 일본과 타이완에 발목을 잡히며 본선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역 예선에서 통산 17회 우승을 거둔 타이완을 꺾고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을 때 이를 운으로 치부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본선 진출국 가운데 리틀야구팀이 체코 다음으로 적은 팀이다. 한국이 본선에서 체코와 함께 꼴찌를 다투리라고 예상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연일 선전을 펼치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이번 선전으로 리틀야구 저변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은 “전국의 리틀야구팀에 하루 종일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지금 같은 ‘리틀야구 붐’이 지속된다면 연맹의 최대 목표인 전국 200개 팀 창단도 꿈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연맹이 전국 200개 팀 창단을 지상과제로 삼는 이유는 간단하다. 200개 팀이 넘으면 일본처럼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자동 진출권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006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예선에 출전하던 일본은 리틀야구팀이 전국 700개 팀을 넘자 2007년부터 본선 자동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이 200개 팀을 목표로 삼은 건 호주의 예를 참고해서다. 호주는 자국 리틀야구팀이 200개를 넘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본부에 자동 진출권을 신청했고, 본부는 이를 허용했다.

이번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야구 소년들이 선전하자 대회 본부 내부에선 “한국에 자동 진출권을 주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매년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출전한다면 장기적으로 프로야구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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