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차기 대권 / 김무성·박원순, 공동 1위 부상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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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위 안철수 4위로 밀려…문재인도 2위에서 3위로

정치는 살아서 꿈틀대는 생물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평가나 인기란 게 언뜻 견고한 듯 보이지만 일순간에 허물어지는 것이 정치의 섭리다. 이전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가장 잠재력이 있는 차기 대권 주자를 묻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당시 박근혜 의원은 한 차례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전문가 조사는 국민 여론조사와 다르다. 단순한 인기 영합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전망과 분석을 통해 대권 가능성을 짚는다. 그만큼 전문가의 평가는 냉정하다.

박근혜정부 첫해였던 지난해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주목했다. 39.4%의 지목률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 1위로 꼽았다. 2위 문재인 의원(13.6%)과 25.8%포인트 차의 압도적 지목률 차이를 나타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차기 대권 주자의 지형은 크게 출렁거렸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의 퇴조가 역력했고, 안풍(安風)이 잦아든 자리는 신진 잠룡들이 꿰찼다. 

김무성, 박원순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안풍’ 잦아들며 차기 주자들 대결 치열해져

올해 조사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대권 잠재력 1위 정치인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꼽았다. 두 사람의 지목률은 각각 18.1%로 똑같았다. 압도적인 위세를 자랑했던 안철수 현상이 사라지자, 차기 대권 주자들의 격전이 더욱 치열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여야 잠룡 군단의 선두 주자로 부각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10.1%의 지목률로 안철수 전 대표와 문재인 의원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해 6.0%의 지목률로 5위를 기록했다. 올해 조사에서 박 시장은 교수(34%)·종교인(24%)·언론인(21%)·사회단체(20%)·문화예술인(19%) 그룹에서 지목률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행정 관료(22%)·법조인(21%)·기업인(18%) 등에서 박 시장을 제치고 가장 많은 지목률을 보였다. 그 밖에 정치인은 문재인 의원(27.0%)을, 금융인은 안철수 전 대표(19.0%)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박 시장이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안정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났고, 그동안 강력한 야권 대권 후보였던 안 의원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의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스스로가 ‘대권 도전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을 견제할 가장 강력한 인물로 평가받은 데 이어, 7·14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 여당의 당권까지 거머쥐면서 차기 대권 후보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는 분석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대표는 그동안 박 대통령을 견제하는 비박(非朴)의 좌장 정도로 인식돼왔지만 다음 총선까지 당권을 맡는 당 대표로 선출된 후 무주공산이던 여권 내에서 대권 주자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며 “박 시장과 김 대표가 여야 차기 대권 주자로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정치 지형의 급격한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7·30 재보선 참패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을 내놓은 안철수 전 대표는 불과 1년 만에 세 계단이나 내려앉는 수모를 겪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그런 가운데 자신이 주창한 새 정치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과의 통합을 전후로 ‘정치 혁명’을 기대했던 기존 지지층으로부터 오히려 반감을 사면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안 전 대표의 정치 입문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최측근 인사는 “안 전 대표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던 기존 정치권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해놓고는 호랑이는 잡지 못한 채 자신이 호랑이가 돼 버리면서 국민들의 실망을 샀다”며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한 명의 유력 대권 주자인 문재인 새정치연합 의원은 여전히 건재함을 드러냈다. 문 의원은 지난해 조사보다 한 계단 내려선 3위를 차지했지만, 지목률(14.2%)은 지난해(13.6%)보다 소폭 상승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치 전면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으면서도, 세월호 특별법 논란 등 굵직한 정치 현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등 존재감을 보여준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 시사저널 포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상승세도 주목

지난해 4위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가운데 가장 앞서나갔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한 계단 내려갔다. 6.0%로 5위를 차지했다. 또 한 명 주목되는 인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지난해 7위(2.5%)였던 그는 올해 조사에서 6위로 상승했다. 지목률도 4.7%로 2.2%포인트 올랐다. 2011년 재선에 성공한 반 총장의 임기는 2016년까지다. 차기 대선은 2017년 12월이다. 최근 반 총장의 여당 영입설이 정치권에서 회자된 바 있다. 1년 전 반 총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특히 그의 고향인 충청권을 중심으로 차기 대권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권 주자군에 서서히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선두 주자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그는 2.6%의 지목률로 7위에 올랐다. 안 지사가 이 조사에서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재선에 성공한 안 지사의 야권 내 정치적 위상이 급상승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 안 지사가 있다면, 여권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있다. 남 지사(0.9%)는 10위, 원 지사(0.8%)는 11위에 각각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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