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정론이든 정도든 결국 인본주의와 통한다”
  • 김지영 팀장·정리 손가영 인턴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4.09.02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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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 손석희

산은 내려가기 위해서 올라간다고 한다. 정상에 서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짧다. 그런데 정상에서 10년째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다. 시사저널이 조사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에서 10년 동안 1위를 지키고 있는 손 사장. 올해는 지목률도 60.9%로 10년 중 최고치다. 박근혜 대통령이 1위에 오른 ‘2014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부문에서도 손 사장은 20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비상(飛上)이다.

손 사장의 영향력이 더 막강해졌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과 함께 공동 2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8월26일 오후 JTBC 사장실에서 만난 손 사장은 대선 후보 거론에 대해 “나하고 아무 상관없다.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손석희 효과’는 또 있다. JT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3위(2013년 조사 공동 26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6위(공동 14위),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 8위(공동 20위)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9월16일부터 <뉴스9> 앵커를 맡고 있는 손 사장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손 사장은 “바깥의 광(光)은 내가 내지만, 광이 나도록 뛰는 사람들은 사실 기자들이다”라고 겸손해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1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을 시사저널로부터 10년 동안 받아왔는데 그때마다 뭐라고 얘길 해야 할지 대답이 참 궁하다. 뭐라 대답하든 과공비례(공손함이 과하면 예의가 아니다)거나 자화자찬이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 빤하다. 그런데 언젠가도 말했지만, 아주 솔직하게 말해 나는 영향력이란 단어에 조금 거북함을 느끼는 편이고, 내가 그렇게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다.

JTBC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3위,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6위, ‘가장 열독하는 언론 매체’ 8위로 약진했다. 손 사장이 <뉴스9> 앵커에 앉은 지 1년 만에 나온 결과여서 ‘손석희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내가 JTBC로 옮긴 후에 나타난 결과니까 그걸 완전히 부정하진 않겠다. 그런데 늘 말하지만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가끔씩 방향만 제시했고 나머지는 모두가 죽도록 뛰었다. 밖에서는 나만 두드러져 보이겠지만 방송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게 나 혼자 해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안다.

뉴스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기억에 남는 뉴스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직 에피소드가 생길 정도로 우리 뉴스가 연륜이 쌓이진 못했다. 어려운 점이야 많다. 기자도 적고, 장비나 예산 등이 지상파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된다. 우린 그걸 다 몸으로 때운다. 특히 큰 행사가 있을 때 그렇다. 소치동계올림픽, 월드컵, 6·4 지방선거까지 올해는 유난히 큰 행사가 많았다. 기억에 남는 뉴스야 당연히 세월호 참사다. 아직도 진행형인데 팽목항에 처음 내려가기로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하루 전날 밤에 뉴스를 마치고 난 뒤 갑자기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고 난 뒤 바로 준비를 시켰고, 우리 제작팀은 그때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메인뉴스 현장 중계를 한나절 만에 준비해야 했다. 세트고 뭐고 준비할 시간도 여력도 없었다. 이후 닷새 동안 계속된 현장 진행에서 있었던 일들은 보신 그대로다. 그때 이미 다른 뉴스들에서는 세월호 소식이 조금씩 처져서 나오기 시작했을 때인데, 우리는 그래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워낙 강했던 것 같다.

시청자 가운데 <뉴스9>에 대해 ‘손석희의, 손석희에 의한, 손석희를 위한 뉴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보도)부문 사장이고 앵커를 맡았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동의하진 않는다. 우리 뉴스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사장이나 앵커가 좌지우지할 수 없다.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 일한 총괄과 부장들이 있고, 현장에서 뛰는 기자들이 있다. 나는 편집의 최종 책임자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책임자는 총괄이다. 우리는 협의하고 토론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하고 그런다. 우리의 회의 시간은 다른 언론사보다 두세 배가량 길다. 내가 강하게 어필해서 내 생각을 관철할 때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물러설 때도 많다. 그러니 질문 속에 들어가 있는 그런 표현은 민망하고 사실과도 다르다. 아마 국·부장들이 웃을 거다.

뉴스 앵커를 언제까지 맡겠다고 계획한 게 있나.

마음속에는 정해져 있지만 내놓고 얘기하긴 어렵다.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내가 결국 JTBC에 오게 된 것은 JTBC가 적어도 열린 보수뿐 아니라 열린 진보까지 포용할 수 있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다”라고 했다. ‘정론의 저널리즘’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나.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정론이든 정도든 결국 인본주의와 통한다고 믿는다. 오늘 편집회의에서 부장들과 얘기할 때도 이 얘길 했다. 나와 부장들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는데 ‘나의 기본적인 입장은 인본주의이고 우리 JTBC가 택할 방향도 거기에 있지 않겠나. 그러면 합리적 보수든 합리적 진보든 모두 아우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분열도 마찬가지 아닌가. 극단이 끼어들고 비합리가 끼어드니까 자꾸 왜곡되는 것이라고 본다. 아무튼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는 JTBC가 도전하고 있는 ‘정론의 저널리즘’이 아직은 미완성이라도 지켜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JTBC 분위기는 내가 없더라도 극단이나 비합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토대 위에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보도담당 사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후배들이 정말 좋은 기자, 뛰어난 기자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기자 생활을 잠깐 하긴 했지만 주된 커리어가 기자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기자가 어떤 기자인지는 잘 안다. 그래서 나름으로 훈련하기도 하고 닦달하기도 한다. 이 답변만큼은 좀 과감해져도 된다면, 난 이미 우리 기자들이 어느 방송사 기자들보다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기자들에게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개발한 부하 직원 앞에서 그 폰을 물에 빠뜨린 뒤 공기방울이 올라오자 그 공기가 들어간 공간만큼 더 줄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것과 비슷하다.

JTBC가 매년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2년과 2013년 각각 1397억, 1553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뉴스 제작에도 지장이 클 것 같은데.

손실이 크네(웃음). 그런데 내가 알기로 그 손실은 이른바 계획 적자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건 그만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는 것이니까 긍정적으로 볼 측면도 있다. 뉴스 제작 여건이 더 나빠졌나를 살펴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런 흐름은 없다. JTBC의 다른 콘텐츠들도 상승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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