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물티슈’의 진실
  • 윤길주 편집국장 ()
  • 승인 2014.09.1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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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추석 합병호(9월2~16일)에 아기 물티슈의 유해성 보도를 한 이후 아이를 둔 엄마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 편집국에 엄마들의 문의가 이어졌습니다. 업체에 항의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어떤 시민단체는 근거도 없는 해괴한 논리로 시사저널 보도를 ‘오보’라고 발표해 혼란을 키웠습니다.     

 문제가 된 독성물질은 암모늄 브롬 화합물인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Cetrimonium Bromide)’란 성분입니다. 아기 물티슈에 방부제로 쓰인 이 물질은 신생아와 임산부에게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독성 정보 제공 시스템’에는 이 물질이 중추신경계 억제를 유발해 흥분과 발작을 초래할 수 있으며 호흡근육 마비로 사망하게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피부 상처나 입, 눈을 통해 몸으로 흡수되면 안 되는 물질”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게 아기 물티슈에 들어 있다고 하니 엄마들이 깜짝 놀란 겁니다.

 일부 업체는 이 물질이 화장품에도 쓰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합니다. 사용자 특성을 무시한 억지입니다. 아기 물티슈는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쓰이는 제품입니다. 물티슈로 아이의 입이나 치아를 닦아주고, 용변을 보면 엉덩이를 씻어내기도 합니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과 달리 독성물질이 체내에 흡수될 위험이 그만큼 높습니다. 이들은 또 이 물질을 극소량 사용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또한 소가 웃을 얘기입니다. 사람은 체질에 따라 특정 성분에 대한 반응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에겐 괜찮지만 어떤 사람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애초 유해한 성분은 제품에 넣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적게 썼으니 괜찮다고 우기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짓일 뿐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관계 당국의 안이함과 제도의 미비에 기가 찼습니다. 시사저널 보도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식약처와 함께 “유통되고 있는 물티슈에 세트리모늄 브로마이드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실태를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뒤가 바뀐 것입니다. 먼저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엄마들을 안심시키고, 그 다음에 얼마나 사용되고 유통됐는지 조사하는 게 순서입니다. 엄마들은 급한데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느슨한 대응입니다.

 국내에서 아기 물티슈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산품은 유해 화학물질 1개 성분만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다시 말해 1개 외에는 어떤 유해 물질을 넣어도 통과된다

는 얘기입니다. 아이들 안전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셈입니다. 미국·유럽·일본이 물티슈를 화장품 혹은 의약품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과 대조됩니다. 식약처가 앞으로 아기 물티슈를 화장품으로 관리하겠다고 한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물티슈 논란으로 영세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갑자기 제품이 팔리지 않으니 업주들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요. 이런 업체들을 위해서라도 당국은 당장 유해 물질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야 합니다. 물티슈 업계도 이번 사태를 자정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이 시간에도 물티슈로 아이들 입과 치아를 닦는 엄마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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