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검·경 출세의 사다리 됐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4.09.17 16: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서관은 경찰청장 필수 코스…파견검사도 검찰 복귀 후 요직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의 권력 집중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6개월여 동안 대통령 자신이 모든 것을 챙기는 만기친람(萬機親覽)형 통치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이는 ‘참사’라는 표현까지 들어야 했던 ‘인사 난맥상’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의 위상이 막강해지면서 그 내부 구성원도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검·경 파견 인사들도 포함된다. 

지난 8월29일 경찰 인사에서 구은수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치안감)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파견 나간 후 8개월여 만에 경찰 내에서 다섯 자리밖에 없는 치안정감에 오른 것이다. 특히 서울청장은 경찰청 내의 실질적인 2인자로 꼽힌다. 이를 두고 경찰 안팎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찰 내에서는 경찰청장이 되려면 먼저 서울청장에 올라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식이 있다. 그런데 박근혜정부에서는 한 단계가 늘어났다. 서울청장 이전에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27일 청와대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진급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 ⓒ 연합뉴스
현 경찰청장·서울청장 모두 청와대 거쳐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강신명 신임 경찰청장도 똑같은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강 청장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구은수 서울청장처럼 8개월 만에 서울청장에 올랐다. 경찰의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르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 청장은 이성한 전 청장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부실 수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자 8개월여 만에 경찰청장에 올랐다. 단 1년 6개월여 만에 2계급이 오른 ‘초고속 승진’이었다. ‘최연소 청장’ 타이틀은 고속 승진의 덤이었다. 

‘경찰 조직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서울청장의 경우 차기 청장 후보 1순위라는 점에서 사실상 경찰 내 ‘넘버2’의 위치에 있으며, 대규모 집회·시위가 잦은 서울의 특성상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요구되는 자리다. 진보당은 강 청장이 서울청장으로 임명됐을 당시 “1991년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개편된 이래 청와대 비서관에서 서울청장으로 승진한 경우는 단 두 번에 불과하다. 경찰이 ‘청와대의 시녀’가 되지 않겠느냐는 세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 이전에 치안감 자리인 청와대 비서관에서 서울청장으로 바로 올라간 이는 노무현 정부 때 허준영 전 청장이 유일하다. 허 전 청장은 2003년 치안비서관을 거쳐, 2004년 서울청장에 임명됐고 이듬해엔 경찰청장까지 올랐다.

지금까지 19명의 역대 경찰청장 중 ‘청와대 비서관→치안정감→경찰청장’ 승진 루트를 밟은 이는 단 5명에 불과하다. 허 전 청장과 강 청장 외에 김효은·최기문·이택순 전 청장이 있었다. 치안정감은 서울청장 외에 본청 차장, 경찰대학장, 경기·부산청장 등 다섯 자리다. 제3대 경찰청장을 지낸 김효은 전 청장은 1989년 치안비서관을 지낸 후 1991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최기문 전 청장은 1999년 치안비서관을 거쳐 2000년 경찰청 차장으로 승진했다. 이택순 전 청장은 2004년 치안비서관, 2005년 경기청장을 역임했다.

지난 5월15일 국회 법사위 소속 서기호·전해철·박범계·서영교 의원(왼쪽부터)이 국회 정론관에서 이중희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검찰 복귀에 대한 명확한 의사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견검사제 없애겠다는 공약은 ‘공염불’

검찰 쪽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것은 현직 검사를 청와대에 파견하는 이른바 ‘청와대 파견검사제’다. 청와대 파견검사제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김영삼 정부 시절 ‘검찰청법 44조2항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조항을 신설하면서 일단락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청와대 파견검사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약(公約)은 결국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는 현직 검사 사표→청와대 근무→검찰 복귀(신규 임용)라는 편법으로 검사 파견제도를 사실상 유지하고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청와대 파견검사는 노무현 정부 때 9명이었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 22명으로 늘어났다. 현 정부의 경우 출범 1년 6개월(2013년 2월25일~2014년 7월 말) 만에 10명의 검사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 중 3명은 이미 청와대 근무를 종료하고 검찰에 모두 복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편법이 그대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파견검사는 과거 정권에서부터 출세를 보장받는 요직으로 통했다.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하고 현 정부에서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구영 전 검찰총장, 최경원·권재진 전 법무부장관 모두 청와대 파견 코스를 밟았다. 정치권에서 성공한 경우도 여럿 있는데, 박철언·이건개·최연희·강재섭·김학재 전 의원과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민정비서관을 지냈던 조성욱·김강욱·김진모·권익환 검사 등은 현재 각각 광주고검장, 청주지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대검 범정기획관 등으로 재직 중이다.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김병현·조상준·장영섭·백재명 검사는 각각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대검 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조1부 부장검사, 대검 공안1과장 등 요직에 있다. 법무부의 정승면 법무심의관, 이준식 상사법무과장, 이선욱 형사기획과장 등도 모두 청와대 파견검사 출신이다.

가장 최근의 경우, 인천지검 부장검사에서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에 입성한 후 지난 5월 서울고검으로 복귀한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은 8월25일 검찰 인사에서 부산지검 2차장으로 영전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청와대 근무를 마친 검사가 검찰 복귀를 신청할 경우, 법무부가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재임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청와대 파견검사제를 막기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 세 건이 계류 중인 만큼, 19대 국회는 빠른 시일 내에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