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에게 약자는 철저한 지배 대상일 뿐이다
  • 이나미│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 원장(신경정신과 전문& ()
  • 승인 2014.09.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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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증오하고 약육강식의 단일한 신념 신봉

구전되는 <장화홍련전>에는 자매가 아이 혹은 짐승을 낳은 후 죽였다는 계모의 주장을 들은 아버지가 소문이 두려운 나머지 그 자매를 죽인다는 내용이 나온다. 죄 없는 딸들을 죽이는 지극히 원형적인 설정이지만, 기본 심리학적 얼개는 누명과 그로 인한 나쁜 평판 전파에 대한 공포다. 무고한 이를 모함해 대중의 공격을 받게 함으로써 잔인하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는 심리 역시 인간 심성에 내재한 ‘악’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현대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발달에 따라 소문과 누명이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이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과거보다 빠르게 전개되는데, 특히 ‘일간베스트’(일베)와 같은 인터넷 악마(Troll)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 시사저널 이종현
SNS에서 행해지는 사이버 테러는 크게 인터넷 헤이터(Internet hater),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인터넷 트롤링(Internet Trolling) 등으로 나뉜다. 인터넷 헤이터는 주로 특정 대상에 대한 미움이 먼저 시작되는 것이고, 트롤링은 대상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자신의 인터넷 활동으로 무차별하게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자극함으로써 스스로의 힘을 확인하는 행위다. 사이버불링은 주로 자신이 속한 학교나 직장에서 특정인을 따돌리고 모함함으로써 고립시키는 개인적인 행동에 더 치우친다.

이들의 성격적인 특징은 대체로 미숙한 자기애적 성격장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반사회성 인격장애, 타인과 나의 경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시공간에 상관없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무차별적으로 망가뜨리는 경계형 인격장애, 남의 행동을 자극하고 유발하는 언사를 하는 히스테리성 성격장애 등을 같이 가지고 있다. 

외국에선 인터넷 증오주의자들 활동 차단 

외국의 경우엔 인종차별적 행동이 두드러지고, 약한 자들은 무자비하게 지배해서 복종시켜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주의에 빠진 사람이 많다. 반면에 한국은 좌파나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진보 정치인, 타블로와 같은 외국 유학파들에 대한 ‘일베’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외국의 트롤들처럼 일베들도 대부분 10대인데, 이들이 진보나 국제파들을 극단적으로 증오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진보적 성향을 가진 자들이 주장하는 ‘약자에 대한 배려’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일베의 성향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일베의 입장에서 노인·장애자·이주노동자 같은 약자들은 철저한 지배의 대상이지 배려해줄 가치가 없다. 두 번째로는 다양성에 대한 증오다. 타블로가 갖고 있는 ‘외국물’은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정황 때문에 약육강식의 단일한 신념을 신봉하는 일베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대상이다.

외국의 경우엔 사이버불링과 인터넷 트롤링 때문에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 또 그 폐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각국에서 이들을 처벌하기 위한 법제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되고 있기 때문에 각국 10대들의 언행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고, 어른들의 통제가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지 않은 편이어서  사이버 범죄에 가담하는 경향이 많다. 각 가정의 지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미 표현의 자유라는 도를 넘은 사이버 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선진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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